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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
ⓒ 황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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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서는 안 되고 질 수도 없는 선거다. 이렇게 구도가 명확하고 좋은 정책을 갖고 승부를 겨루는데도 패한다면 정말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갖고 있는 모든 힘을 다 쏟고 있다."

민주진보 서울시교육감 단일후보 곽노현의 음성은 떨렸다. 수많은 연설 탓인지 목소리는 갈라졌다. "져서도 안 되고 질 수도 없다"는 선거 한복판에서 그는 절박하게 말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40여 분 동안 물을 두 컵이나 들이켰다.

"이겨야죠. 이길 겁니다!"

선거사무소의 곽 후보 책상에는 김밥 세 줄이 놓여 있었다. 화이트보드에는 '공정택' '혁신학교' '일제고사' 등 교육감선거 이슈와 관련된 문구로 빼곡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방문을 연신 두드렸다. 교육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게 실감 났다.

"져서도 안 되고 질 수 없는 선거... 꼭 승리하겠다"

곽 후보 말대로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구도가 명확하다.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곽 후보는 일찌감치 민주진보 진영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교육계의 MB'로 불린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그즈음에 구속됐다. 교육계에서 '반부패'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경기도에서는 김상곤 교육감이 무상급식을 전국 의제로 키우는 등 진보 교육감에 대한 긍정적 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게다가, 서울에서는 보수 교육감 후보들이 6명이나 등록을 했다. 그야말로, 진보에 여러 가지 유리한 선거 구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민주진보 진영은 아직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무응답층이 절반을 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곽 후보는 이런 상황에 대해 "내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라며 "보수우익 후보는 난립했고 민주진보 후보는 나 하나인데 지지율이 (아직) 높지 않아 많이 곤혹스럽고, 지지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누가 민주진보 단일후보인지 알게 되면 내 지지율은 급격히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 후보는 "지금 서울은 창의력·인성·적성교육을 하는 새로운 공교육의 표준을 세워갈 것인가, 아니면 지금처럼 MB식 특권·무한경쟁 교육으로 갈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아래는 28일 오전 서대문 곽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나눈 일문일답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
ⓒ 황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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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판세를 어떻게 보나.
"진보가 대세다. 그리고 썩은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서울교육감 후보 중 부패와 싸워본 사람은 나 말고 없다. 자율형 사립고와 국제중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시민들의 염증도 높다. 내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다. '더블스코어'로 승리할 수 있다. 내 홈페이지 방문자 수도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

또 구속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리틀 MB' 아닌가. 그에 대한 심판이 여론의 저변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서울교육감 후보 중 'MB 교육'을 이어가겠다는 사람이 6명이다. MB 교육은 부모 지위 대물림을 강화하는 특권교육이자, 문제풀이식 낡은 교육이다.

여기에 반대해서 희망교육, 책임교육, 그리고 21세기 혁신교육을 하자는 게 나의 주장이다. 내 정책과 공약은 지금 이 순간 서울교육의 유일한 희망이자 대안이다."

주간지 <위클리경향>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에 지난 5월 17일 만 19세 이상 서울시민 1078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전화(ARS)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진보 교육감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0%p)

이 조사에서 '서울교육감으로 진보와 보수 가운데 누구를 찍을 것인가'라고 물은 결과 '진보후보'라는 응답은 44.3%로 '보수후보'(30.6%)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5.1%였다. 경기와 인천 역시 진보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민주진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 지지율도 곧 올라갈 것"

-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
"교육감 선거 여론조사에서 무응답률은 50~60%에 이른다. 게다가 천안함이 3월 26일 침몰했고, 침몰 원인 조사 결과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5월 20일 발표됐다. 끓어오르던 선거 의제는 지방선거와 함께 침몰했다.

솔직히 보수우익 후보는 난립했고, 민주진보 후보는 나 하나인데 지지율이 높지 않아 많이 곤혹스럽다. 지지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공보물이 각 가정에 도착하고 누가 민주진보 단일후보인지 드러나면 지지율은 급증할 것이다."

- '북풍'이 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줬다고 보는 것인가.
"지금까지 북풍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북풍을 선거에 활용한 정부에 곧 역풍이 불 것이다. 정부가 북풍 공세로 지방선거에서 이기려 무리수를 둬 경제가 얼어붙는 상황까지 왔다. 시민들도 이젠 선거를 위해 증폭된 북풍이란 걸 안다. 정부가 시민들의 수준을 너무 얕게 보고 있다."

- 보수우익 후보들에게  '좌파 교육감 후보'라는 색깔 공격을 받고 있다. 
"너무나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획일적 수업, 자나깨나 국영수 중심의 문제풀이 반복, 창의력을 키우지 못하는 낡은 교육, 폭증하는 사교육비 등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고통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색깔론이 들어갈 구석이 어디 있나. 이런 문제를 '전교조 대 반전교조' 구도로 풀 수 있나? 대꾸할 가치도 없는 것들로 시민들을 현혹하려 하고 있다."

수도권 민주진보 단일후보인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후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기자실에서 '수도권 혁신교육 벨트 선언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공동기자회견'을 연 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수도권 민주진보 단일후보인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후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기자실에서 '수도권 혁신교육 벨트 선언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공동기자회견'을 연 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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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진보 교육감들이 모여 '혁신학교벨트' 구상을 발표했다. 효과가 있을까?
"김상곤(경기)·이청연(인천) 교육감 후보들과 '수도권 혁신교육벨트'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26일에는 학부모단체와 함께 혁신학교 정책 협약식을 했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정말이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 선택제와 자율형 사립고 확대는 학교 간 격차를 강화하고 고착화하고 있다. 일반고에 다니는 학생들이 부끄러워하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나는 학교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의 300곳을 혁신학교로 지정해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학생 수를 줄이고 가장 우수한 교수를 집중 지원해 맞춤형교육·책임교육을 할 예정이다. 

국영수 문제풀이만 하던 학교에서 토론·협동식 창의 교육, 그리고 학생인권이 100% 보장되는 21세기 선진국형 교육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것도 가장 낙후한 지역의 학교에서 말이다. 나는 이걸 꼭 이루기 위해 지금 열심히 뛰고 있다."

"혁신학교 300곳으로 공교육의 새 모델 제시하겠다"

- 수도권 진보교육감 곽노현(서울)·김상곤(경기)·이청연(인천)이 연대를 선언했다. 
"경기도에서 불어온 혁신교육 바람이 대한민국 표준이 되려면 먼저 서울과 인천을 뚫어야 한다. 수도권 교육감들이 연대해 혁신학교를 잘 운영하면 결국 대한민국 교육이 바뀐다."

- 열흘 가까이 선거운동을 했는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많은 분들이 '힘들지 않냐'고 묻는데, 선거운동을 하다보면 날마다 느낌이 다르다. 거리에서 만나는 시민들의 약 10%가 나에게 먼저 '지지한다' '꼭 승리하라'고 응원을 해준다. 어떤 후보가 이런 이야기를 듣겠나. 정말 기운이 팍팍 솟는다. 지칠 시간이 없다."

- 하루에 몇 시간이나 자나? 고교 3학년 생활을 다시 하는 것 아닌가. 
"하루에 5시간 잔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는 건 정말 죄를 짓는 일이다. 져서는 안 되고, 질 수도 없는 선거다. 이렇게 구도가 명확하고, 좋은 정책을 갖고 승부하는데도 패한다면 정말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갖고 있는 모든 힘을 다 쏟고 있다."

곽 후보는 이 말을 하며 안경을 썼다 벗었다를 몇 번 반복했다. 눈도 붉게 충혈됐다. 그는 "질 수도 없고 져서도 안 되는 선거"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 무상급식', 이런 것처럼 곽노현에게는 명확한 '한 방'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솔직히 인정하기 어려운 지적이다. '2010 서울시교육감시민선택'이라는 시민단체에서 서울시교육감 정책 평가를 했는데, 내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등과 격차도 컸고, 이원희 후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교육·사회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인간교육실현을위한학부모연대, (사)좋은교사운동으로 구성된 '2010 서울교육감시민선택'이 서울시교육감 후보자들의 공약과 그 실현 가능성 등을 평가한 결과 곽노현 후보가 여러 항목에서 가장 우수한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평가에서 진보개혁 진영 단일후보로 나선 곽노현 후보는 학교급식과 부패 척결 등 6개 정책에서 'A'를 받았다. 곽 후보는 부적격 교원 문제와 교원평가 정책에서 가장 낮은 'C'를 받았다.

반면, 반전교조를 기치로 내세운 '바른교육국민연합'의 보수우익 단일후보로 나선 이원희 후보는 학습부진아 해결 방안, 부패 척결 분야에서 'B'를 받았지만 'A'를 받은 정책은 없었다. 이 후보는 고교다양화와 고입경쟁 완화, 교장 공모제에서 가장 낮은 'E'를 받았다.

"이원희 후보 계속 말 바꿔... 살아온 길 보면 살아갈 길 보인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
ⓒ 황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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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치열하게 겨루고 있는 보수우익의 이원희·김영숙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두 분 모두 특목고·자사고, 국제중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교육을 잡겠다고 한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나? 특목고와 국제중은 사교육비를 높이는 주범 아닌가?

이원희 후보의 주장대로, 선생님을 경쟁시켜서 아이들 명문대 보낸다고? 한마디로 파렴치한 거짓말이다. 일반화가 안 되는 주장이다. 김영숙 후보의 공교육 강화 계획은 학교를 사설 학원화하는 것이다. 학교 한 곳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일반화할 수 없는 정책이다.

또 교육감이 되겠다는 이원희 후보는 끊임없이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 무상급식을 두고 '사회주의 냄새가 난'고 비난하더니, 이젠 득표에 보탬이 되니 '초등학교에서는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한다. 그럼 초등학교에서는 사회주의 해도 좋다는 말인가? (웃음) 또 교장공모제, 교원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도 계속 말을 바꿨다. 살아온 삶을 보면 살아갈 길이 보이는 법이다."

- 선거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데,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호소할 생각인가.
"살아온 길을 보면 살아갈 길이 보인다. 나는 반부패 전문가, 인권 전문가, 혁신 전문가로 살아왔다. 썩은 서울 교육에는 반부패 교육감이 필요하다. 1등만 알아주는 교육현장은 꼴찌부터 보듬고 가는 인권교육감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낡아빠진 교육행정은 혁신 교육감을 필요로 한다. 지금이 서울시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리는 지금 창의력·인성·적성교육을 하는 새로운 공교육의 표준을 세워갈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MB식 특권·무한경쟁 교육으로 갈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서울교육감 후보자들의 정책들을 한 번 살펴보라. 오직 나만이 MB 교육과 다른 길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학부모·지역 주민 참여가 전면 보장되는 혁신학교는 그야말로 민주주의와 인권의 학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학교는 법적 책임은 물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곳이 될 것이다. 학교가 이렇게 바뀔 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인권, 진보의 미래가 열린다. 미래를 보고 투표해 달라."


태그:#곽노현, #서울시교육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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