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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닮은 하늘색 여객기가 탑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새를 닮은 하늘색 여객기가 탑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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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오사카 신이마미야. 8시30분에 집을 나서 11시발 비행기를 타고 1시간25분 만에 일본에 도착했다. 아침은 한국, 점심은 일본... 가히 '순간이동'이라 할 만한 교통문명의 수혜 앞에 그저 어리둥절하다.  

비행기나 배를 탈 때, 이렇듯 엄청난 무게의 금속체를 하늘이나 바다에 띄우는 기술적 영역에 매혹되는 사람과 그 혜택을 누리면서 잠깐씩 의문을 품다가도 금세 형이상학적 공상으로 빠져드는 나 같은 사람 간에 근본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궁금해진다. 꼭 답을 구하는 건 아니고 여튼 결론은 오늘날처럼 세상이 복잡해진 것도 사람이 이처럼 다양성을 지닌 종(種)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다행스럽기도 걱정스럽기도 하단 거다.

꼬리를 물던 상념들이 기체가 한순간 굉음에 휩싸히며 이륙하는 순간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몇 초 후 내 육신이 분해되는 건 아닐까' 심장의 전율이 느껴졌다!

두 번째 다시 찾은 일본. '반갑다, 신이마미야!'
 두 번째 다시 찾은 일본. '반갑다, 신이마미야!'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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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곁에 앉은 어머니는 내 심적 동요와 무관하게 자리에 앉자마자 잠이 드셨다. 그리고 공항에서 숙소까지 지하철을 타고 오는 동안에도 안쓰러울 만큼 졸려 하시더니 숙소에 여장을 풀자 본격적인 숙면에 돌입하셨다. 이번 닷새간의 여정을 위해 며칠간 밤을 새우다시피 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셨기 때문이다. 

정확히 한 달 하고 사흘 만의 두 번째 일본 방문이다. 다시 보는 이곳 풍경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좀 더워졌단 것 외에 모든 게 너무 똑같아서 되레 낯설었다. 낮술에 취해 인도(人道) 한 편에 누운 노숙자가 마치 꿈의 데자뷔 같아 보였다. 이국의 한 도시가 빌딩 너머의 길목까지 훤히 꿰뚫어보일 만큼 친숙하단 사실이 묘한 쾌감을 불러 일으켰다.  

숙소도 저번 날과 같은 곳에 예약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카운터에 앉아 있던 직원이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지텐샤(자전거)!" 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어서 한국어를 잘하는 잘생긴 주인 아저씨도 나와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인사를 건넸다. 사실 난 여기서 꽤 '유명인(?)'인데 열흘 넘게 장기투숙을 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전거를 타고 교토에서 다시 오사카로 왔을 때 놀란 이곳 직원이 내 모습을 기념촬영까지 한 바 있다.

"유시민 씨는 처음 들었어요. 보통 김민종 씨 닮았다던데…"
 "유시민 씨는 처음 들었어요. 보통 김민종 씨 닮았다던데…"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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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방에 짐을 내려놓고 다시 내려오자 주인 아저씨가 대뜸 "유시민씨는 처음 들었어요. 보통 김민종씨 닮았다던데…" 라고 했다. 뭔 소린고 하니 내 여행 기사에서 그를 묘사한 내용을 두고 한 말이었다.(관련기사: 야키소바 총각, 한식당 이모 "꼭 다시 만나요")

본인 사진이 실려서 예의 차원에서 주소를 알려줬는데 본문까지 번역해서 읽었나보다. 듣고보니 정말 그렇다 싶은데 장난스레 서운한 표정을 짓는 주인을 따라 함께 웃었다.

호텔 직원들과의 인사가 끝나자 마음이 급해졌다. 얼른 다른 '친구'들과도 재회의 감격을 나누고 싶어서였다. 숙소에서 나오니 새삼 주변 풍경들이 반갑기 이를 데 없었다. 호텔 옆 빠찡코를 가득 메운 사람들, '먹자골목'으로 들어가는 굴다리 아래 상인들, 횡단보도 건너 퉁명스런 주인이  운영하는 허름한 어묵집까지도 얼마지 않은 추억들을 되살리며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시장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과음하거나 따끈한 국물 음식이 그리울 때마다 찾았던 자칭 신이마미야 최고맛집 우동가게가 여전히 손님들로 북적였고 양식집 앞에서 각설이 복장을 하고 야키소바를 파는 아가씨도 아는지 모르는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호주사람 써니와 밥을 먹은 한식당 앞에 이르자 안에 있던 연세 많은 이모님이 먼저 알아보시곤 "이게 누구야" 하며 손을 덥석 잡으셨다. 어머니랑 함께 왔다고 하자 꼭 밥 먹으러 오라며 여러 번 당부하셨다. 한식당 맞은편에 또다른 야키소바집 까까머리 총각과 숙소 옆 여행자 정보센터 자원봉사 대학생들은 내일쯤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번잡하고 고독한 객지생활 중에 고향을 찾은 때처럼, 오래된 벗들과 해후한 것처럼 더없이 푸근하고 즐겁다. 여행으로 얻는 '자산'이란 게 이런 거구나, 인연이란 것이 참으로 따뜻한 거구나, 온몸으로 체감하는 하루였다.

'반갑다, 신이마미야!'

<현지 맛집정보>

신이마미야역 길건너 시장골목에 위치한 우동집. 새벽 일찍 문을 열고 저녁 전에 문을 닫는다.
 신이마미야역 길건너 시장골목에 위치한 우동집. 새벽 일찍 문을 열고 저녁 전에 문을 닫는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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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신이마미야역 부근 비즈니스 호텔 CHUO에서 길건너 시장골목으로 들어가면 그 첫 번째 골목에 한평 남짓한 우동가게가 있다.

따로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먹어야 하지만 두 명의 주방장이 정갈한 손길로 쉴새없이 삶아내는 기본우동, 튀김우동, 유부우동, 달걀우동, 커리우동 등 각종 즉석우동의 맛이 일품이다.

매우 이른 새벽 시각에 문을 열어 저녁이 되기 전 문을 닫으며 전 메뉴의 가격은 100~300엔대다.


태그:#일본여행, #자유여행, #신이마미야, #오사카, #간사이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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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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