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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서울 당일 배송, 지방 익일 배송'을 광고하는 인터넷 서점에서 사흘 만에 책을 받게 해주겠다는 광고를 믿고 책을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약속한 날짜에 책이 도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우여곡절 끝에 일주일만에야 책을 받았습니다.

 

택배회사의 배송 시스템에 오류가 있어 마산으로 배송되어야 할 책이 엉뚱한 곳으로 갔다가 되돌아가는 황당한 일이 '거듭'되더군요. 인터넷 서점과 택배회사를 상대로 끈질기게 싸워서 배송지연 배상금으로 5000원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제가 주문한 책값은 1만800원입니다.

 

택배회사가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고 소비자들에게 배상을 해주는 일이 드문데, 소액이기 때문인지 혹은 유명 인터넷 서점의 이미지 때문인지 비교적 어렵지 않게 손해배상을 받았습니다. 혹, 저와 유사한 피해를 당하신 분들을 위하여, 혹은 앞으로 비슷한 피해를 당할지도 모르는 잠재적 피해자들을 위하여 전후 사정을 좀 더 상세히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3일 후면 온다던 책이 '함흥차사'... 일주일만에 도착

 

지난 4월 말 중간고사를 앞두고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문제집 한 권을 주문해 달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학교 앞 서점에 책이 없다"면서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 달라는 겁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제가 주로 이용하는 A인터넷 서점에서는 "지금 주문하면 4일 후에 책을 받을 수 있다"고 나오고 가끔 이용하는 Y인터넷 서점에서는 "지금 주문하면 3일 후에 책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를 하더군요. 책을 주문하는 날이 토요일이었는데, A인터넷 서점은 화요일이나 되어야 책을 받을 수 있고, Y인터넷 서점은 월요일이면 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Y인터넷 서점에 주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도착 예정일인 월요일이 됐는데도 책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배송정보를 확인해보니 책이 마산에 도착했고 곧 배송될 거라고 되어 있는데, 막상 책은 오지 않았습니다. 이때만 해도 하루쯤 늦어질 수도 있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화요일 아침 인터넷서점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택배회사로 직접 연결시켜주더군요. Y인터넷 서점에 항의했는데, 택배회사에 책임을 떠넘긴 거죠. 택배회사가 '을'이었는지 배송과정에서 생긴 모든 책임을 자신들이 떠안았습니다. 택배회사 상담원은 배송과정에서 오류가 있어서 제가 주문한 책이 대전터미널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배송과정에 오류가 있어서 진해영업소로 배송이 되어 다시 대전터미널로 회수되고 있는 중입니다. 내일까지 배송이 가능하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그런 사정이 있으면 저한테 먼저 연락을 해주셨어야지요. 그럼 제가 진해영업소로 책을 가지러 갔을 겁니다. 약속된 배송 날짜를 믿고 주문했는데, 이건 말도 안 됩니다. 회사에서 책임을 지세요."

 

진해와 대전을 오간 택배... 계속 약속 펑크낸 택배회사

 

저는 Y인터넷 서점과 택배사에 딱 한 가지만 요구했습니다. 이미 하루가 늦었지만 배송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손해배상 같은 건 생각도 하지 않았고 시험날짜가 임박한 아들 때문에 어쨌든 책을 빨리 받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중으로 그 책을 받고 싶습니다. 그러니 강남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편으로 보내주세요. 그럼, 제가 마산고속버스터미널에 가서 책을 찾겠습니다. 서로 번거로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택배회사는 끝까지 제 요구를 들어주지 않더군요. 제가 요구한 조건은 들어주기 어렵다면서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인터넷 서점과 택배 회사에 직원이 몇인데 그것이 안 되나요? "

"고객님, 저희 물류센터가 파주에 있습니다."

"그럼, 퀵서비스를 강남터미널로 보내주든지, 아니면 직원이 강남터미널에 있는 책을 사서 고속버스 수화물로 보내 주세요."

"고객님, 죄송합니다. 그렇게는 곤란합니다. 내일까지 꼭 배송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 죄도 없는 콜센터 상담원에게 "고객님 죄송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는 것도 고역입니다. 인간적으로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자기 잘못도 아닌데 끝없이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 '비인간적 노동'에 대한 연대의식 같은 것도 있었구요. 그 상담원이 저의 요구대로 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배송기사에게 부탁해 내일 오전에 제일 먼저 배달해 주겠다"고 하는 데는 도리가 없었습니다. 책 한권 못 받았다고 소송을 할 수도 없고...

 

사흘이나 늦어진 책 배송... 결국 우체국 등기로 받아

 

그런데, 다음날인 수요일 또 책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대전터미널로 간 책이 본사로 되돌아가 버린 겁니다. 이날도 택배사 콜센터 상담원에게 죄송하다는 말 무지하게 많이 들었습니다. 택배사 상담원은 Y인터넷 서점에 자기들이 새로 배송요청을 해서 다음날까지 꼭 배송을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저는 그러지 말고 그냥 고속버스 수화물로 당일 배송을 해달라고 요구했고요. 이번에도 콜센터 상담원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수없이 듣고 또 제가 졌습니다. 서울까지 쫓아가 싸울 수도 없고...

 

또 하루가 지나 목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수요일 새로 배송 요청을 한 새로운 책은 또 다시 진해영업소로 잘못 배송됐고 전날처럼 또 다시 대전터미널로 반송 중이라고 하더군요. 정말 꼭지가 돌아가더군요.

 

이건 전적으로 택배회사의 배송 시스템의 문제였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 회사 택배 때문에 울화통이 터진 소비자들이 적지 않더군요. 이번엔 택배사 콜센터 상담원이 먼저 전화를 했더군요. 또 다시 죄송하다는 이야기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했습니다. 저는 이 날도 똑같이 요구했습니다.

 

"결국 당신들은 또 약속을 못 지켰다. 이미 배송이 사흘이나 늦어졌으니 오늘 저녁이라도 책을 받을 수 있도록 고속버스 편으로 책을 보내 달라."

 

택배회사에서는 이번에도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대신 죄송하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많이 했습니다. 하도 답답해서 '죄송하다'는 말은 고만하고 책을 보내달라고 제가 하소연을 했습니다.

 

결국 택배회사 상담원은 Y인터넷 서점에 '우체국 등기'로 배송 주문을 다시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참 기가 막힌 일이지요. 택배회사가 자신들의 배송시스템을 못 믿어 우체국 등기를 이용해서 배송을 해주겠다니 말입니다.

 

배송지연 4일, 약관에 따라 손해배상 요구

 

결국, 화요일까지 배송해 주기로 하였던 책은 금요일에 도착했습니다. 4일이 늦어져 처음 주문한 날로부터 일주일 만에 도착한 셈이지요. 저는 택배회사에 배송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했습니다. 돈 5000원보다 택배회사에 배송지연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택배회사 약관에는 "배송 지연 1일당 택배요금의 50%를, 최고 200%까지 배상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처음, 택배회사에서는 Y인터넷서점 포인트로 배상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약관에 그런 내용이 없으니 현금으로 배상해 달라고 했습니다. 며칠 후 제 통장에 5000원이 입금이 되었습니다. 배송지연으로 저와 제 아들이 입은 손해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배상액이지만 어쨌던 배상은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Y인터넷 서점은 모든 책임을 택배사에 떠넘기고 미안하다는 말도 제대로 안하더군요. 손해배상을 Y인터넷 서점 포인트로는 절대로 안 받겠다고 하였습니다. 다시는 이 회사와 거래하고 싶지 않다고 말입니다.

 

또 한 가지 기막힌 일, 그 뒤로 저희 집에는 똑같은 책이 한권 다시 배송되었습니다. 앞서 추가로 배송 요청했다가 되돌아갔던 책이 뒤따라 온 겁니다. 물론 돌려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택배#배송지연#손해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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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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