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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김영숙 서울시교육감 후보 지지?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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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과 함께 손잡고 일 하려면 정말 저와 생각이 같은 훌륭한 분을 뽑아야겠죠. 특정한 분을 거명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가 돼서 말씀을 못 드리지만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여본 경험이 있는 분을 찾아보면 누군가 있을 겁니다. 그런 분이 (당선) 돼야 저와 공약이 같기 때문에 함께 마음을 모으기가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좋은 분 뽑아주세요."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교육정책을 설명하는 유세자리였다.

오 후보가 선거법 위반을 우려해 실명을 거론하지 못한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누구일까? '반전교조'를 정면에 내건 바른교육국민연합이 보수우익 진영 단일후보로 뽑은 이원희? 글쎄, 이날 현장 분위기를 보면 아닌 것 같다.

오세훈, 김영숙 서울시교육감 후보 공개지지?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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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장으로 가보자. 오 후보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주변에 있던 한 서울시교육감 후보 선거운동원들은 일제히 외치기 시작했다.

"김영숙! 김영숙! 김영숙!"

당시 김영숙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지척에 있었다. 김 후보는 오 후보 유세현장에서 약 20m 떨어진 곳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두 후보의 선거 유세 차량 역시 약 5m 간격으로 붙어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를 들은 김 후보의 표정은 밝아졌다.

물론 오 후보는 자신이 공개적으로 지지한 교육감 후보자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라면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여본 경험이 있는 분"이 누구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덕성여중 교장 출신인 김영숙 후보가 그동안 여러 차례 "나는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해봤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이 아니어도 '오세훈-김영숙 연대설'과 '한나라당 김영숙 지지설'은 그동안 교육계 안팎에서 여러 차례 제기됐었다. 우선, 지난 4월 8일 김 후보는 서울시교육감 후보 등록을 마친 뒤 "한나라당 지지를 받는 후보로 알려졌다"고 적힌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난 5일 오 후보와 김 후보는 어린이대공원에서 만난 바 있고 이어 11일 오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김 후보가 참석해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친분을 과시했다. 또 오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중구 프레스센터 1층에 있고,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같은 건물 9층에 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서울시당은 지난달 9일 당협위원장 회의를 열어 김 후보를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증명하듯 4월 18일 열린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강승규·공성진·구상찬·권영세·권영진·김성식·김용태·박영아·윤석용·홍정욱·홍준표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물론 현행 선거법은 정당의 교육감 선거 개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선거운동만 하지 않을 뿐 한나라당은 보수우익 성향 후보를, 민주당 등 야당은 진보개혁 성향 후보를 물밑에서 지지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김영숙 후보가 오세훈 후보와 종종 같은 장소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처럼, 진보개혁 진영 서울시교육감 단일후보 곽노현 역시 의도적으로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동선이 겹치는 유세 일정을 짜고 있다. '한명숙-곽노현' 연대설을 강조해 인지도를 높이면서 야당 표를 끌어안으려는 전략이다.

진보는 '한명숙-곽노현', 보수는 '오세훈-김영숙'?

김영숙 서울시교육감 후보 지지자들이 26일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유세가 열리는 서울 용산역광장에서 옛날 교복을 입고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영숙 서울시교육감 후보 지지자들이 26일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유세가 열리는 서울 용산역광장에서 옛날 교복을 입고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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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김영숙 후보는 여당의 오세훈 후보, 곽노현 후보는 야당의 한명숙 후보와 연대를 모색하는 상황. 이런 상황이 가장 달갑지 않은 건 바로 이원희 후보다.

이원희 후보는 "보수 단일후보는 바로 나 자신"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반쪽 단일화'라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보수우익 진영의 후보들은 6명이나 난립해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부동층이 많아 아직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 오세훈-김영숙 연대설이 잦아들지 않아 한나라당 지지표가 김영숙 후보에게 쏠린다면? 이 후보에게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다. 실제 이 후보 측은 그런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국방장관을 지낸 이상훈 애국단체총협의회 대표는 지난 12일 이 후보 선거 사무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세훈 시장이 이원희 후보를 반대하는 행보를 계속하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오세훈 시장 낙선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원희 후보도 이날 "교육감 후보가 정치권의 꽁무니를 따라 다니는 시녀가 되면 안 된다, 교육이 정치에 휘둘리는 것을 끝장내야 한다"며 "나는 정치권에 질질 끌려 다니지 않고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만 할 것"이라고 김영숙 후보와 한나라당을 동시에 비난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꽃놀이패' 쥔 한나라당

26일에도 이 후보 측은 "정치권 후보 곁에 기웃거리는 분이 교육감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냐"며 "우리는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교육에만 전념하겠다"고 불편한 마음을 나타냈다.

물론 오세훈-김영숙 연계설은 순식간에 끝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선거 막판에 지지율 높은 보수 후보를 지지하면 된다. 실제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김 후보 지지를 철회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26일 오세훈 후보의 노골적인(?) 유세로 '한나라당 김영숙 지지'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한나라당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현재 김영숙·이원희 후보 모두 "우리는 정치권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한나라당에게 '버림' 받으면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게 다 후보단일화에 실패한 탓이다.


태그:#오세훈, #이원희, #한명숙,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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