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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신 : 24일 오전 1시 2분]

23일 오후 11시 20분, 부산 지역 90여개 시민단체와 부산 지방선거 출마 제 정당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523명의 시민합창단이 주제곡 'Power to the People(시민에게 권력을)'을 부르면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콘서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서울시청 앞 광장 무대 위에 선 문성근씨가 팔을 높이 휘두르며 외쳤다.

"우리가 이깁니다. 정의가 이깁니다. 끝까지 함께 합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참석자들이 함성을 외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참석자들이 함성을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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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외침을 따라, 서울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노란 물결이 펄떡였다. 주최 측은 서울광장엔 연인원 7만명의 시민이, 부산대학교엔 2만명의 시민이 모였다고 밝혔다. 400㎞나 떨어져 있는 곳이었지만 모두들 '노무현' 없이 살았던 그 1년을 털어내듯 함성을 질렀다.

다들 배우 명계남·문성근, 범야권 단일후보 유시민·한명숙,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박원순 변호사 등 민주 진영 인사들의 뜨거운 연설로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을 풀어낸 듯한 모습이었다.

하루 종일 궂었던 날씨만큼이나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분향소로 모였던 이들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나 같이 답답함을 호소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화하지 않은 현실 앞에서 열패감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6·2 지방선거를 10일 앞두고 본격화되고 있는 '천안함 발 북풍', 경합 속 열세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 등 노란 리본을 단 시민들의 마음에 드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콘서트 열기가 고조될수록 '노무현'이란 이름으로 부산과 서울에서 모인 사람들은 신명을 타기 시작했다. '변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란 듯이 '한명숙'과 '유시민'을 연호했다. "'노무현'을 가슴에 품은 서울에 있는 '노무현'이여, '노무현'을 가슴에 품은 부산에 있는 노무현이여. 노무현을 외쳐봅시다"라는 배우 명계남씨의 말에 목청껏 고인의 이름을, 또 다른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 아래로 몸을 던진 지 1년 만에 수많은 '노무현'이 부활했다.

박원순 "견딜 수 없이 창피한 시절을 살고 있다"

'희망제작소'의 박원순 변호사는 "우리 곁에 왔다 간 그 분의 진정한 뜻과 마음을 그때는 잘 몰랐다"며 슬픔을 표했다.

그러나 그는 곧 "우리는 그 빈 자리를 우리 스스로 메워야 한다는 것을, 그 슬픔과 절망을 딛고 스스로 일어나야 함을 알고 있다"며 "세상은 한참 거꾸로 달리고 있다, 우리가 바라고 소망하고 꿈꾸는 세상과는 정반대의 길로 한참 거꾸로 달리고 있다"고 '자각'을 촉구했다.

"이 순간에도 우리 산하는 파헤쳐지고 있고 어마어마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는데 공직에 있어야 할 사람은 떠나고 있어야 할 사람은 권력자와 가깝다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유와 아량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사회가 됐습니다. 언론사는 권력이 장악하고 사회는 통제되고 있습니다. 10년 전 새로운 세기의 감동이 이제 허망하게 사라졌다. 참으로 국민으로서 참고 견딜 수 없을 만큼 창피합니다."

박 변호사는 "희망은 늘 절망의 끝자락에서 피어난다"며 "이번 6월 2일 지방선거부터 그 희망을 피워내자"고 말했다.

그는 "다시 민주주의가 부활하고 진실이 복원되고 사회적 신뢰가 살아나는 사회를 만들어내자"며 "우리가 작은 것을 버리고 이해를 넘어 함께 단결하면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을 개혁하고 이웃을 설득하고 가까운 시민단체 회원이 돼 주고 좋은 정당 정치인에게 표를 모아주면 우리 꿈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의원 "진보의 뿌리가 돼 주십시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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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민노당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을 향한 편지를 낭독했다.

"보고 계십니까? 당신이 이뤄낸 화해와 전진의 길이 이렇게 무참히 난도질당하는 것을. 평화의 바다로 됐어야 할 서해가 전쟁과 대결의 촉발점이 되는 이 상황을. 저들은 천안함 사건의 수많은 의문을 다 입막음하고 미국의 핵잠수함을 불러들이겠다며 한반도 위기 상황을 극한까지 끌고 갑니다. 선거 한 번 이겨보겠다고 전쟁 위기까지 불사하는 파렴치한 자들입니다. 대통령님, 이럴 줄, 짐작하셨습니까."

이 의원은 이어, "민주주의도, 인권도, 남북의 화해협력도 다 무너졌건만 다시 잡은 권력 휘둘러 재집권할 생각에 거칠 것 없는 저들을 용서할 수 없다"며 먼저 '우리들의 연대'를 노 전 대통령에게 약속했다.

"함께 손을 잡겠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짓밟는 저들 앞에서 우리의 손을 놓을 수 없습니다. 과거의 앙금도 지금은 뒤로 미뤄두겠습니다. 낯설음도 접어두겠습니다. 힘을 합치기 위해 더 많이 내어놓는 결단과 이기기 위해 더 많이 땀 흘리는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우리는 패배하지 않을 것입니다. 6월 2일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이 의원은 국민을 향해서도 "손을 잡아달라"며 "여러분의 힘이 아니면 우리는 이길 수 없다"고 호소했다.

"진보의 뿌리가 돼 주십시오. 사람 사는 세상,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함께 이깁시다. 고맙습니다."

"1년 동안 30년이 거꾸로 흘렀다, 우리 어깨에..."

한편, 콘서트가 막을 내린 후, 집으로 돌아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엔 힘이 넘쳤다. 그러나 아쉬움과 여운 역시 가슴에 녹아있었다.

중학교 2학년 딸아이의 손을 붙잡고 귀가길을 서두르던 구윤희(43)씨는 "노무현 대통령을 엊그제 보낸 것 같다"면서 "너무 보고 싶고, 잊지 못할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구씨처럼 마지막까지 추모식을 지켜본 참가자들은 늦은 시간에 때문인지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러나 모두의 눈만은 반주가 흘러나오는 무대 쪽을 향해 있었다. 그대로 자리에 남아 근처에 버려진 쓰레기를 정리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걸음을 뗄듯하다 결국 끝까지 자리를 지킨 최 아무개(56)씨는 "감동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지난 30년이 거꾸로 흘러갔다"며 "먼저 가신 두 분의 대통령들이 하고자 했던 일들이 지금 우리 어깨에 올려져있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이날 배우 문성근씨의 연설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그는 "문성근씨가 우리의 현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알려주었다"며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그대로 말씀하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 마음 속의 대통령"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종교인들도 눈에 띄었다. "민주세력이 이번 선거에서 꼭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오재호(15)군과 함께 광장을 찾은 수녀는 이름을 밝히길 꺼려하면서도 흥겨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목청껏 따라부르고 음악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들기도 했다.

그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을 대표해 내가 나왔으니 일 대 백이라 보면 된다"며 "여기 모인 이들의 염원이 모두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4신 : 23일 오후 10시 39분]

3만여 시민의 함성 "투표가 권력을 이긴다"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한반도 평화위한 10일 행동' 돌입

한명숙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후보가 23일 밤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에 참석해 "슬픔의 연대를 넘어 희망의 연대를 만들어가자"고 외치고 있다.
 한명숙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후보가 23일 밤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에 참석해 "슬픔의 연대를 넘어 희망의 연대를 만들어가자"고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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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모든 마음을 비우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하신 것처럼 국민과 함께 원칙과 상식을 지키며 사람 사는 세상을 꼭 한 번,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이 꿈입니다. 우리 모두의 꿈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과 약속하고 싶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우리들이 꼭 만들고 싶다고 약속하고 싶다."

전 국무총리,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슬픔의 연대를 넘어 희망의 연대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봉하마을 추모식에 이어, KBS 방송연설 녹화를 마치고 늦게 서울시청 앞 광장에 도착한 한 후보는 "권력은 무한하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은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며 "투표는 권력을 이긴다"고 외쳤다.

앞서 배우 문성근씨가 선거법 위반을 우려, 한 후보를 대신해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한 10일 행동'을 선언한 뒤였다. 한 후보는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 콘서트가 끝난 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문씨는 "(천안함 사태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세력에 의해 올바른 정책 대결이 불가능하다"며 "합동조사단의 부실한 조사결과 발표로 의혹은 깊어져가고 안보무능의 책임자는 처벌되지 않고 있다"고 천안함 사태로 불거진 지금의 한반도 정세를 성토했다.

그는 이어, "이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묵과할 수 없어 한명숙 전 총리께서는 국가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전쟁을 막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10일 행동을 이 행사가 끝나자마자 들어간다"며 "내일부턴 매일 저녁 7시 명동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광장을 열겠다고 한다, 평화를 지키는 일에 함께 동참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시청 앞 광장에 운집한 3만여명의 시민들은 "한명숙"을 연호했다.

한명숙 "우리가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앞장 섰다"

한명숙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후보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등이 23일 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가 열린 서울광장에서 천안함 사태를 국내 정치에 악용하는 이명박 정부의 전쟁위협과 선거개입에 항의하며 천막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한명숙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후보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등이 23일 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가 열린 서울광장에서 천안함 사태를 국내 정치에 악용하는 이명박 정부의 전쟁위협과 선거개입에 항의하며 천막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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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씨에 이어, 무대에 올라온 한명숙 후보는 "봉하마을 추모식에서 자신의 걱정이 괜한 걱정이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어, "여러분 왜 이렇게 많이 모이셨나, 무엇 때문에 여기 오셨나"고 시민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노무현", "이명박" 등 각각의 대답이 쏟아졌다.

한 후보의 목소리엔 이미 습기가 차 있었다. "권력이 유한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무릎을 굽힌, 겸손한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보고싶으셨나? 그립나?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 없이 꼬박 1년을 살았다. 여러분은 잘 사셨나? 저는 너무너무 힘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같이 계셔서 소리도 질러주시고 외쳐주시고 주장도 해주시고 앞장도 서주셔야 하는데 가버리시고 말았다. 저는 노 대통령이 원망스럽다. 왜 이렇게 큰 짐을 맡겨놓고 가셨는지 원망스럽다."

한 후보는 그러나, "어떻게 하겠나, 우리가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힘주어 말했다. 또 "우리가 해야 한다, 그래서 저도 중심에 섰고 앞장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상대가 너무나 사악하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힘에 부친다"면서도 "사실 저들이 우리를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후보는 "백번 욕하는 것보다 한 표를 찍는 것이 더 낫다"며 시민들에게 6·2 지방선거에서의 투표 참여도 독려했다.

한 후보는 마지막으로 "대통령께서 보고 계시고 지켜주실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 거기서는 책도 많이 읽으시고 글도 많이 쓰시고 훌훌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편안하게 사십시오"라고 말했다.

[3신 : 23일 오후 9시 29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콘서트, 3만여명 집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노란 풍선과 촛불을 들고 23일 저녁 서울 시청 앞에 모인 시민들이 서울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노란 풍선과 촛불을 들고 23일 저녁 서울 시청 앞에 모인 시민들이 서울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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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노란 풍선과 촛불을 들고 23일 저녁 서울 시청 앞에 모인 시민들이 서울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노란 풍선과 촛불을 들고 23일 저녁 서울 시청 앞에 모인 시민들이 서울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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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님, 난 허전해서 미치겠어요. 난 당신이 살아있었으면 좋겠어요. 난 당신이 봉하마을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우리에게 남겨놓은 숙제, '진보의 미래' 다 때려치우고 여기서 우리랑 같이 살아있었음 좋겠어요. 언제나 웃는 모습, 손녀와 자전거를 타던 모습이 아니라 붉은 피가 도는 심장을 가진 당신의 몸짓, 생각, 글. 당신의 분노, 기쁨, 절망을 느끼고 보고 만지고 싶어요."

배우 명계남씨는 "당신이 살아있으면 좋겠다"며 양 팔을 세차게 흔들었다. 한껏 구부러진 몸 안쪽에서 '상실감'이 토해졌다. 그가 서 있는 부산대학교 무대에서 약 400km 떨어진 서울시청 앞 광장까지 고통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그가 허물어지며 "살아있지, 살아있지, 대통령님 저 너무 힘들어요"라고 고백할 땐 부산과 서울에 모인 사람들이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그대를 의심하지 않으면서도 고통 받는 당신이 보기 괴로워서, 무기력한 나 자신이 싫어서 당신을 외면하고 시간아 흘러라고 하다 황망히 당신을 잃어버린 나 너무 아파요. 앞으로도 계속 아플 것 같아요. 하지만 약속할게요 아파도 죽지 않을게요. 당신 하나 통으로 내줬으면 됐어요. 우리만 살아서 미안해요. 하지만 깨어있는 시민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승리의 북소리가 울리는 것 꼭 지켜볼 거에요."

그렇게 23일 밤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콘서트'에 모인 사람들은 한 몸이 됐다. 추모콘서트를 연 주최 측은 서울광장에 연인원 5만 명(경찰 추산 1만 3천 명), 부산대학교에 2만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이 열리는 가운데 광장 한 가운데 고인을 위한 빈 의자가 노란풍선에 둘러싸여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이 열리는 가운데 광장 한 가운데 고인을 위한 빈 의자가 노란풍선에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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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참석자들이 고인의 사진과 노란풍선을 흔들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참석자들이 고인의 사진과 노란풍선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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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 "작은 선거라도 이겨야, 그래야 민주정권 세운다"

특히 서울시청 앞 광장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밀려드는 인파로 사람들은 광장을 넘어 시청 앞 도로 1차선을 자연스럽게 점거한 모양새가 됐다.

명계남씨의 연설과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공연, 도종환 시인의 추모사로 달아오른 분위기는 배우 문성근씨의 연설로 절정에 달했다.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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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씨는 "이명박 당선자는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전임 대통령을 깍듯하게 예우하는 전통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게 예우였나, 이게 세우고 싶었던 전통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치인 노무현의 꿈은 지금 더 이상 살아있지 않다"고 성토했다.

"정치인 노무현은 꿈을 꿨다. 지역 감정이 없는 나라, 평화로운 한반도,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특권과 반칙이 없는 나라. 당신이 가신 후 당신의 꿈이 더욱 그리워지고 절박해진다. 지역 대결 구도 꼼짝없이 그대로 있다. 한반도 평화 물 건너갔다. 고소영 내각, 강부자 내각 특권과 반칙이 날뛰고 있다. '세종시 백지화', '언론 장악', '문화예술계 탄압', 어디에도 원칙과 상식을 찾아볼 수 없다. 이제 살아남은 우리가 그의 꿈을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나?"

문씨의 말이 끝날 때 마다 사람들은 높이 노란 풍선, 혹은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손팻말을 높이 치켜들며 "옳소"라고 외쳤다. 박수도 함께 터져나왔다. 문씨는 노 전 대통령의 꿈을 되살리기 위해선 "앞으로 있는 모든 선거마다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작은 선거라도 이기는 경험을 쌓아올려야 한다. 그래야 다시 민주 정권을 세울 수 있지 않겠나. 여러분, 문제는 나 자신이다. 내가 먼저, 망설이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 내가 먼저 참여해야 한다. 내가 먼저 다가가 이웃을 설득해야 한다. 내가 먼저 넓은 마음으로 연대해야 한다. 이것이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잠시 숨을 몰아 쉰 그는 "꼭 투표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바치며 연설을 마쳤다.

"꼭 투표하겠습니다. 결코 당신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습니다. 불의에 맞서서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겠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한 참석자가 '투표가 권력을 이깁니다!'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한 참석자가 '투표가 권력을 이깁니다!'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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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참석자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참석자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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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참석자들이 함성을 외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참석자들이 함성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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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참여정부 심판하겠다는 건, 노무현 대통령 무덤 파헤치겠단 선언"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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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씨에 이어,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자리에 올랐다. 이날 행사장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송영길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 이정희 민노당 의원 등이 자리했다.

시민들의 열광적인 연호를 받으며 무대 위에 선 그는 '친노 심판론'을 앞세운 한나라당에 대한 매서운 비판을 쏟아냈다. 유 후보는 "참여정부는 이미 세 차례나 냉엄한 국민의 심판을 받았고 그를 성찰하는 자세로 받아들였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심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보복이었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오늘 우리가 이명박 정권 아래서 날마다 경험하고 있는 거짓과 위선과 몰상식과 억압의 상징이었다"며 "이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악순환을 막는 방법으로 6월 2일 지방선거에서의 투표를 주장했다.

"우리가 다시 집권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그들이 우리에게 했던 것과 같이 할 순 없다. 이제 6월 2일 저들은 자기네가 원하는 선거결과를 손에 넣으면 노무현 대통령의 맏상주, 노무현 가문의 장녀, 한명숙을 덮쳐서 감옥으로 끌고 갈 것이다.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이명박 검찰은 선거에서 야당이 패배하는 즉시 한 총리를 감옥으로 끌고 갈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막아야 하지 않겠나."

유 후보는 또 "저들이 지금 참여정부를 다시 심판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무덤을 다시 파헤치겠다는 선언"이라며 "저 무도한 정권의 이 패륜적 행위를 국민 여러분이 막아주시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다시 정치적 보복의 악순환이라는 깊고 깊은 구렁텅이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는 (야권 정치인이)배려하고 연대하고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국민이 우리를 보살펴주실 것을 믿는다"며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을 다시 만나니 좋다"
서울광장에서 만난 '깨어있는' 시민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한 참석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서 한 참석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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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8시 30분, 서울광장에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시멘트 바닥에 주저앉거나 뒷편에 서서 추모식에 참여했다. 추모식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얼굴에는 슬픔보다는 새로운 의지를 다지는 결연함과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있다는 기쁨이 서려 있었다.

한 손에 촛불을 들고 추모식을 지켜보던 정옥희(56)씨는 "민주주의를 위한 움직임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며 "노 전 대통령을 다시 만나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올라와 이날 오후 3시 반부터 서울광장에 있었다는 성안식(42)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많은 이들이 와서 뿌듯하다"며 "지방선거 때 투표를 통해 진보세력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온 이은경(23)씨는 "이런 추모 문화가 만들어져서 좋고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며 "추모 열기가 발전되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가치가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손희영(23)씨는 "많은 분들의 염원이 투표로 연결되어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지난 12월에 결혼한 새신랑 오승현(34)씨는 부인 최슬기(28)씨와 함께 시청 광장을 찾았다. 오씨는 "그동안 노 대통령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며 "오늘 광장에 오니 노 대통령이 가까이 계신 느낌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깨어있는 시민이 되라'는 노 대통령 말씀처럼 깨어 있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 분향소가 차려진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아직도 600여명의 시민들이 분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분향을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의 행렬이 끝나는 서울특별시의원회관 앞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통기타 반주에 맞춰 부르는 미니 콘서트가 열렸다. 20명 가량의 시민들은 미니 콘서트장 앞에 둥글게 모여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2신 : 23일 오후 5시 30분]

23일 오후 5시 30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콘서트 'Power to the People'이 열리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공연 시작 1시간 30분 전부터 7000명(경찰추산 5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이틀 새 내린 비로 축축히 젖은 잔디 바닥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종이박스, 비닐 등을 찾아 깔고 앉았다. 다들 광장 입구에서 나눠준 노란색 풍선, 양초 한 개와 종이컵, "잊지 않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손에 쥐고 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이들은 대형 멀티비전으로 나오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영상을 보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저녁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시민추모문화제에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저녁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시민추모문화제에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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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노란 풍선을 들고 23일 저녁 서울 시청 앞에 모인 시민들이 서울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노란 풍선을 들고 23일 저녁 서울 시청 앞에 모인 시민들이 서울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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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광장에 앉지 않고 주변 곳곳을 살펴보는 이들도 많다. 일부는 광장 주변에 세워진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살펴보며 담소를 나누고 일부는 플라자 호텔 맞은편에 마련된 노무현 재단 천막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과 서적, 기념품 등을 구입하고 있다.

덕수궁 앞 대한문 시민분향소에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국화 한 송이를 노 전 대통령 영정에 올리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추모 행렬은 현재 분향소부터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앞까지 이어져있다. 이들은 본격 공연이 시작되는 오후 7시 30분 경 시청 광장의 인파와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이 그리운 사람들 "우리 정치 수준, 2MB 못 넘는 것 같아 답답"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잊지않겠습니다. 노무현'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헌화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잊지않겠습니다. 노무현'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헌화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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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 헌화하기 위해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이 '6.2 복수할꺼야'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 헌화하기 위해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이 '6.2 복수할꺼야'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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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서 국화를 든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 뒤 헌화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서 국화를 든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 뒤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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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 주위에 대통령 재임시절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 주위에 대통령 재임시절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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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모인 이들은 '노무현'에 대한 짙은 그리움을 드러냈다.

공연 1시간 전부터 일찌감치 초등학교 1학년생인 딸과 함께 광장에 자리 잡은 이 아무개(42)씨는 "1년을 맞은 지금, 많은 생각이 들지만 우선 모든 게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정치가 답답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사람답게 살 수 없단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지금이 답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모든 권위를 벗으려고 노력했던 정치인"이라며 "아직 야당이 열세인 6·2 지방선거를 보면 아직 우리의 정치 수준이 2 메가바이트(2MB)를 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탄식을 토했다.

친구들과 함께 광장을 찾은 이소현(19)양은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면 '편안하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최근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를 읽었다던 그는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진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다른 정치인들과 다른 인물이라 느꼈다"며 "제가 보기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CEO출신이라 그런지, 친서민적인 인물은 아니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본 공연은 리허설이 끝난 뒤 오후 7시 30분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서울시청 앞 광장과 부산대학교에서 동시 진행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콘서트에는 강산에, 노래를 찾는 사람들, 피아, 배우 문성근, 개그맨 노정렬(이상 서울), YB, 안치환과 자유, 이한철 밴드, 우리나라, 도종환 시인(이상 부산)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참여정부 인사 및 정치인들도 추모 콘서트에 속속 도착할 예정이다. 앞서 봉하마을에서 진행된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 송영길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도 이날 행사에 동참할 예정이다.

[1신 : 23일 오후 4시 24분]

숙연한 참배객들 "백번 욕하기보다, 한번 투표하겠다"
덕수궁 대한문~서울시립미술관 늘어선 추모행렬

궂은 날씨였다. 부슬부슬 떨어지는 빗방울에 사람들은 우산을 펼쳐들거나 우비를 꺼내 입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인 23일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에는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사람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 헌화를 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덕수궁 돌담길에 줄을 서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 헌화를 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덕수궁 돌담길에 줄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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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 주위에 고인을 추모하는 노란리본이 길게 매달려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 주위에 고인을 추모하는 노란리본이 길게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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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즈음엔 사람들은 조금씩 늘어 분향소 앞부터 시작된 분향 행렬은 돌담길을 따라 서울시립미술관까지 이어졌다. 추모글이 적힌 노란 풍선도 행렬을 따라 줄지어 달렸다.

차례를 기다리며 서 있는 사람들의 손엔 "잊지 않겠습니다, 노무현"이라 적힌 손팻말이 들려져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과 1년 전 영결식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보며 천천히 발길을 옮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는 10여대의 TV 앞에는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자리를 뜰 줄 몰랐다.

1990년 1월 3당 합당 당시 "이의 있습니다, 반대토론을 해야 합니다"고 소리치는 초선 국회의원 노무현, "총재님, 잘하십시오"라고 씁쓸히 인사하며 김영삼 전 대통령과 헤어지는 꼬마 민주당의 노무현, "우리 아이들에게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물려줍시다"라고 외치는 대통령 후보 노무현, "5년 내내 격리돼 살았는데 퇴임 후에도 그리 될까 두렵다"는 대통령 노무현. 그를 지켜보며 일부는 탄식과 함께 눈물을 찍어냈다.

사람들의 등과 가슴, 가방엔 "6월 2일, 백 번 욕하기보다 한 번 투표하겠습니다"라고 적힌 노란천이 달려 있었다. 거기에는 살아생전 노 전 대통령의 어록이 새겨져 있었다.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 돌리지 마십시오. 낡은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바꾸는 힘은 국민 여러분께 있습니다."

1년 만에 다시 든 국화... "백번 욕하기보다, 한번 투표하겠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 헌화를 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덕수궁 돌담길에 줄을 서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 헌화를 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덕수궁 돌담길에 줄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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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를 든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등지기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해냈다. 또 스스로 반성했다.

"시간이 1년이나 지났는데 가슴이 답답해서 그 마음을 풀려고 나왔다. 현 정권 심판론이나 전 정권 심판론이나 그들 정치권이 상호 간 그런 주장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주장이 먹혀들어가고 있는 현실, 이것이 답답하다."

경기도 평택에서 가족과 함께 온 이창환씨는 딸아이를 업고 덕수궁 돌담길에 서 있었다. 이씨는 "1년이 지났으면 현실이 좀 변한 거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게 없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추모리본에 "난 아직도 당신을 잊지 못합니다, 내 대통령"이라고 적은 김명호씨는 먼저 자신들의 부족함을 탓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루고자 했던 많은 것들이 있는데 시민들이 반성하지 못해서 악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며 "고인이 하늘에서 편히 못 쉬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국민들이 아직도 노 전 대통령을 잊지 못하는 것은 현 정부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김씨는 "현 정부가 국민을 이해하려고 섬기려고 하지 않는다"며 "역사의 큰 죄를 짓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을 (이 대통령이) 좀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임재빈씨는 "노무현 대통령은 남을 속이더라도 이익을 보고 손해를 피하려는 사회를 타파하려고 했던 이"라며 "그런 분이 지금 안 계신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은 1년이 또 지나가면 더 엷어질지 모른다"면서도 "정치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질문을 이어받아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얘기였다.

지난 22일부터 밤새워 분향소를 지킨 자원봉사자 김아무개씨는 "어제 하루 방명록을 적은 이들의 수가 9천 명이 넘었다"며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모두가 원하고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또 6·2 지방선거에서 야권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분들은 별로 높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어르신부터 젊은이들까지 모두가 진심으로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국민들은 정부가 천안함 침몰 사고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의도와 목적을 알고 있다."

노회찬-심상정 "과오 성찰한 용기 보인 진보 정치인" 회고 

진보신당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와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를 찾아 국화를 들고 헌화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진보신당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와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를 찾아 국화를 들고 헌화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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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와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도지사 후보도 이날 오후 시민분향소에 들러 노 전 대통령 영정 앞에 국화를 올렸다.

노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을 억울한 죽음으로 몰고 갔던 당시의 잘못된 상황이 1년이 지난 지금에도 개선이 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도 많은 일을 하셨지만 장렬한 죽음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국민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기셨다"며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일과 노무현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 우리 앞에 동시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미FTA 논쟁'을 벌이기도 했던 심상정 후보는 "의심할 수 없는 진정성을 갖고 있던 대통령이며 퇴임 후에는 성찰하는 용기를 보여주었던 정치지도자를 추모하기 위해 오늘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가 있겠지만 그가 퇴임 후 자신의 과오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성찰하는 용기를 보여준 것은 정치인이 본받아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성찰한 것, 그가 결국 이루지 못한 진보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이어, "노무현 시대 진보정당의 정치인으로 때때로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그의 진정성과 저의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진보의 꿈을 이제 진보정당의 정치인이 책임 있게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시민추모모임'은 이날 오후 봉하마을 추모식과 별개로 '대한문 추모식'을 치렀다. 이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턴 서울시청 광장에서 '시민추모콘서트'를 열고 부산대학교에서 열릴 '노무현 추모 콘서트'를 이원 생중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봉하마을 추도식에 참여한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 송영길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는 이날 저녁 시민추모콘서트에 참석할 예정이다.


태그:#노무현, #시민분향소, #서거1주기, #6.2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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