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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골재노동자들의 상경 삼보일배 투쟁

 

대구경북지역 골재원 노동자들이 지난 18일부터 서울 땅을 밟고 있다. 삼보일배, 이들은 오뉴월 땡볕의 저 뜨거운 아스팔트 포장길에서 세 걸음 걷고 한번 절을 하는, 고난의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단지 조용히 절을 하면서 이 불통의 정권에게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그들이 처한 이 기막힌 처지를 몸짓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그것은 바로 그들 나름의 절박한 기도의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자벌레의 저 낮은 걸음으로 서울 땅을 기어가려는 그들의 절박한 걸음은 상경 첫날부터 '국민의 지팡이'들로부터 철저히 제지당했다. 곧바로 '국민의 몽둥이'로 돌변한 경찰은 이들에게 불법이라는 딱지를 떼어주면서 "너희들은 서울 땅에서는 절대로 함께 걸어서도, 그리고 심지어 기어서도 안 된다" 했다. 하늘도 이들의 기막힌 아픔을 슬퍼하는지 주룩주룩 내리던 비를 그대로 맞으면서 벌인 첫날의 삼보일배부터 그렇게 막힌 것이다.

 

대구 땅에서는 허용되던 그 자벌레의 몸짓이 이 서울 땅에서는 허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 지방놈들은 서울 땅에서는 기어갈 수 있는 자유마저 허용되지 않는 것인가?

 

그러나 이들은 지난 5월 7일부터 13일까지 그들의 평생의 일터였다가 4대강 토목사업 때문에 하루아침에 토건족들의 거대한 먹잇감으로 전락해버린, 그 낙동강에서부터 삼보일배로 대구시청을 향해 기어갔던 것이다. 그들은 기면서 대구시와 대구시민들에게 그들의 처지를 호소했던 것이고, 이후 서울로 상경해서 4대강 토건사업의 '몸통'인 청와대로 다시 걸음을 옮겨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상경 첫날인 18일 한나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 후 진행한 한 차례 삼보일배 후 곧바로 경찰들에 의해 원천봉쇄 당했고, 더 이상 삼보일배를 진행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리를 옮겨 삼보일배를 이어가려 했지만, 경찰은 이들을 따라 다니면서 막아섰고 더 이상 그들은 기도의 몸짓을 펼치지 못했다.

 

골재노동자의 피눈물, "우리들도 국민이고 사람이다"

 

기자회견 중에 골재노조 권태완 위원장은 "평균 20년 이상을 낙동강에서 일하며 살았기 때문에, 어디 가서 이 나이와 이 기술로 일할 곳이 없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4대강 토목사업 때문에 이런 처지에 놓인 우리를 위로하기는커녕) 가족의 생계를 위해 전국을 떠돌며 절박함을 외치는 우리들을 사람이 아니라 짐승같이 대접 하고 있다"며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렸다. 검게 그을린 중년의 노동자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바로 피눈물이었다. 

 

 

그렇다. 그냥 그대로 두면 낙동강은 그들의 평생의 일터가 된다. 낙동강에서 모래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그들은 평생을 낙동강에서 일하며 강과 함께 늙어갈 것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멀쩡히 살아있는 강을 살린다며 34년간을 준설할 수 있는 모래를 단 2년 동안에 모두 파내어버리는 이 죽임의 4대강 토목사업 때문에 그들은 하루아침에 거리에 내몰리게 되었고,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생존권만이라도 보장해 달라고 지난해부터 정부를 향해 호소했는데도 이 정권은 이들 700여명의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나몰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서울로 올라와 이 땡볕의 아스팔트를 기면서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기도의 몸짓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돌아온 MB정권의 대답은 따뜻한 말 한마디는커녕 무지막지한 몽둥이였던 것이니, 어찌 피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설상가상으로 20일 노동자들이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삭발까지 하면서 4대강 사업 규탄집회를 연 후 오후 1시 30분경부터 삼보일배를 진행하려 하자 경찰은 곧바로 들이닥쳐 권태완 위원장과 노동자 3명을 강제 연행했다. 그러나 이곳은 집회신고를 낸 곳으로 인도이고, 해산명령도 없이 순식간에 노동자들을 연행한 것으로 명백한 불법 연행인 것이다. 정말이지 MB정권의 무례함이 극한에 다다른 것 같았다.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면서 벌이고 있는 4대강 토건사업은 이렇게 골재노동자들의 일터를 빼앗고, 그 개발이익에 눈이 먼 야만의 정권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향한 처절한 기도의 행위마저 공권력을 동원해 막고 것이다. 민주주의의 그 民이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그 民의 소리를 경청하기는커녕 도리어 탄압하기에 바쁜 것이다.

 

"연행한 골재노동자 석방하고, 4대강사업 즉각 중단하라"

 

그러나 골재원 노동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21일 오전 10시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불법연행 규탄과 생존권 보장 요구를 위한 대구경북 골재노동자 기자회견'을 열고, "연행된 네 명의 골재노동자 석방과 4대강 사업 중단" 등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골재노조 남상윤 사무국장에 따르면 이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거리선전전을 진행하는 등 서울시내에서 농성을 계속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위원장이 구속되었기 때문에 이후 구체적인 투쟁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오늘(21일) 오전엔 조계사 법회에 참석했고, 저녁에 명동성당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려 한다. 지금으로서는 위원장과 노조원들이 석방될 때까지 무기한 투쟁을 벌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 골재노동자들은 지난 7일 낙동강에서 출발하여 대구시청까지 1주일간 노숙을 하며 3보 1배를 진행했고, 이후 18일부터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한나라당사에서 청와대까지의 3보 1배를 계획했던 것인데, 이 오만의 정권은 이들의 투쟁력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아마도 이들의 상경투쟁은 좀더 길어질 듯하다.

 

연행된 권위원장이 지난 대구 삼보일배 마지막 집회에서 목이 다 쉰 소리로 힘차게 주장한바, "4대강사업 저지를 위해 우리 골재노조원들은 선봉에 서서 끝까지 투쟁할 겁니다. 4대강사업이 중단될 때까지 우리는 (서울)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을 겁니다" 그의 간절한 목소리가 그대로 메아리가 되어 들려온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실릴 예정임 


태그:#골재노동자, #삼보일배, #4대강사업, #상경투쟁,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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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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