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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일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구묘역)에서 열린 음악회에 다녀왔다. 세 번째 콘서트였지만 예년과 달리 올해는 굿과 함께 진행돼 이채롭게 보였다.

 

굿은 8과정으로 나뉘었는데 각 과정이 끝날 때마다 예술가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무대는 구묘역 아래쪽 평지에 설치했지만 묘지 가운데 피아노를 둔다거나 퍼포먼스를 할 때는 구묘역 전체를 무대로 이용했다.

 

낮 2시부터 새벽 2시까지 공연했는데 낮엔 참배객을 상대로 광주 가수들이 공연을 하고, 굿은 저녁에 했다. 낮 공연에 참가한 가수들은 묵언수행이라도 하는 스님처럼 노래외엔 일체의 멘트를 자제했다. 그런 이유로 공연은 숙연해 보였다.

 

밤 공연은 극단 푸른연극마을과 무용단 나빌레라가 함께 제작한 해원극이 맨 처음에 올려졌다. 오월 영령과 민족민주열사들이 등장해 자신의 사연과 한을 들려주었다. 출연자들은 지정된 무대 뿐 아니라, 구묘역 전체를 무대삼아 뛰어다녔는데 강렬한 효과음이 관객을 압도한 퍼포먼스였다.

 

 

이어서 정태춘 박은옥 부부가 노래를 불렀다. 정태춘씨는 일찌감치 망월동을 방문해 열사들의 비석글을 읽고 사진에 담는 등 남다른 관심을 표명했다. 이 부부는 수년 동안 무대에 오르지 않았는데 총연출인 박양희씨의 간곡한 부탁과 행사의 취지에 공감해 참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굿은 끝나고 자정이 되자 노영심씨가 묘역 가운데 피아노로 가 앉았다. 노영심씨의 팬인 기자는  피아노와 가장 가까운 묘지 사이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연주를 듣는 행운을 누렸다. 노영심씨 역시 멘트 없이 약 20여 분 동안 피아노 연주만 하고 퇴장했다.

 

행사 마지막 꼭지 타이틀은 '예술인들의 헌사'로 포크싱어들의 무대로 채워졌다. 첫 번째 가수는 손병휘씨였는데 사회자가 대학노래패 '조국과 청춘' 출신이라고 소개하자, 자신은 '노래마을' 출신임을 자부하는데 좀체로 그렇게 소개하지 않는다고 말해 관중을 웃겼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가수 허설씨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허설은 광주지역을 근거로 오랫동안 활약하다 최근에 제주도에 정착했는데,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더 여유로워 보였다.

 

예정에는 없었지만 광주 지산동으로 이주한 소설가 공선옥씨가 늦게 참여해 인사말을 했다. 공선옥씨는 지금까지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연주를 봤지만 묘지음악회는 처음이라며 좋은 추억으로 남을 공연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행사를 총연출한 박양희씨에 따르면 모든 출연자들이 노개런티로 참여하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고 한다. 또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에서 식사와 차를 제공하고 열린기획이 음향을 후원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모든 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묘지 사이에 앉아  연주를 즐기던 사람들은 공연이 끝나자 묘지를 병풍삼아 참여한 예술가들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정담을 나누었다. 이렇듯 '오월비나리'는 산 자와 죽은 자가 합일되는 축제의 장이었다. 기자가 집에 도착하니 이미 시간은 새벽 3시를 훌쩍 넘어 있었다.

덧붙이는 글 | 공동주최: 5.18민주유공자단체통합추진위원회, 광주전남추모연대, 광주전남 불교환경연대

주관: 오월 시민문화기획단 준비위원회

예술감독: 오성완(극단 푸른연극마을 대표)


태그:#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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