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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후보와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도지사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건강연대 대회의실에서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주최로 열린 '친환경무상급식 서명 발표 및 수도권 후보와 함께 하는 시민정책요구안 전달식'에 참석하고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후보와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도지사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건강연대 대회의실에서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주최로 열린 '친환경무상급식 서명 발표 및 수도권 후보와 함께 하는 시민정책요구안 전달식'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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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투명인간입니까. 노회찬은 빠지라 이거예요? 투표용지에서도 내 이름 지우라고 할 것 같아요. 지지율 낮다고 TV토론에서 빼는 건 말도 안 돼요. 남은 기간 짧고, 지지율 저조하지만 진보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완주할 겁니다. 더 이상의 단일화는 없습니다."

지방선거 D-16, 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가 볼멘소리를 터뜨렸다. 이번 선거에서 독자노선을 걷는 소수정당 후보는 다 죽으라는 것이냐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야권단일화 요구에 진보신당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노회찬 후보는 아무리 단일화 요구가 거세도 자신은 진보정치의 한길을 꿋꿋이 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3일 유시민 보건복지부 전 장관이 사실상 자력으로 경기지사 '연합후보'로 결정되면서 야권단일화가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주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연합해서 이긴다면 단일화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합류하지 않은 진보신당의 노회찬-심상정 두 후보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나 이번 선거가 한나라당 대 야권 단일후보의 양강 구도로 잡히면서 소수정당인 진보신당 후보들은 TV토론에서 배제되는 등 정책홍보와 인물 알리기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무엇보다 국민참여당과 창조한국당은 물론, 민주노동당마저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서 진보개혁진영에서는 유일하게 진보신당이 '나홀로' 노선을 걷게 됐다.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일컬어 '당이 스스로 왕따 신세를 자처했다'는 자조도 나온다.

최악의 지지율 2%... 회복은 될까

진보신당 노회찬 서울시장 예비후보.
 진보신당 노회찬 서울시장 예비후보.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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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노회찬 후보는 지지율 하락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복할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할 정도다. 15%까지 올랐던 지지율은 최근 조사에서 최악의 경우 2%대까지도 떨어졌다.

없던 지지율이 새로 생기지 않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있던 지지율을 계속 까먹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상당히 깊은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지지율 하락의 이유를 여러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상대후보에 대해 정확히 타깃팅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보았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14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지난해까지 만해도 노회찬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야권후보 단일화 구도에서 전략적 판단을 하는 것 같다"며 "진보신당 입장에서 보자면 한나라당과 친노 사이에서 진보신당이 대안세력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한명숙 후보가 워낙 핍박받는 정치인 이미지가 강해서 그 프레임을 깨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과거 민노당 시절부터 한미FTA와 파병문제 등으로 구여권세력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했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한명숙 후보에게 각을 세우고 나갈 수 있었지만, 그의 이미지가 핍박받는 정치인의 상징이 돼 버려서 날을 세우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특히 야권단일화가 추진되면서 '되는 쪽을 밀어주자는' 사표심리 현상이 벌써부터 일어난 게 아니냐는 분석도 곁들였다.

이뿐 아니라 정세도 주요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 스폰서 검사 사건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노회찬 같은 제3의 세력이 뭔가 국면을 타고 들어가 여론을 형성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조건이었다"며 "진보신당에게는 지금 국면이 독자후보를 내세웠던 97년 대선과 같은 판으로 읽힌다"고 비교했다.

진보정치세력의 끊임없는 양보를 요구했지만 끝까지 양보하지 않고 버텨냈던 '권영길정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는 김 대변인은 "지금 진보신당이 단일화 프레임에 갇혀 또 양보하게 된다면 10년 뒤 대한민국에서 진보정치의 역사는 퇴행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집권여당 시절 진보정치세력이 '친환경 무상급식' 도입을 요구했지만 반대했던 그들(민주당+친노)이 이번 선거에서는 표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친환경 무상급식' 도입을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나 진보정치세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진보의 의제를 끊임없이 던지고 요구하는 진보정치세력이 있을 때만이 그나마 우리 정치가 진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얘기다.

따라서 진보신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소수지만 꼭 살아남아 진보정치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그나마 한국정치가 조금 더 '왼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보았다. 만일 이 상황에서 민노당처럼 '타협하는 진보'가 된다면 오히려 민주당과 공동정부를 운영하면서 삐끗삐끗 잡음을 내게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공동정부를 구성하고 운영한다는 게 쉬운 것은 아니라는 거고, 공동정부 구성하고 내부에서 잡음을 내느니 차라리 독자세력으로 남아 진보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편이 훨씬 낫다는 판단이다.

김 대변인은 "2002년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가 깨지더라도 독자출마해서 진보정당의 명맥을 이어나갔듯이 이번에도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가 깨지더라도 진보정치의 뿌리를 흔들어서는 안 될 것 같다"며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카드깡'을 요구한다면 몇 년 후 우리는 '카드대란'을 맞게 되지 않겠느냐"고 비유했다.

노회찬-심상정... 그리고 진보신당의 운명

진보신당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
 진보신당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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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는 노회찬 대표와 입장이 조금 다르다. 우선 유시민 전 장관이 김진표 민주당 후보를 꺾고 연합후보로 결정됐다는 정세가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야권 단일후보로 김진표 민주당 후보가 결정됐다면 차별화 노선을 걷기 쉬웠지만, 유시민 전 장관과는 차별화 할 수 있는 여지가 그리 많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지지율 또한 유시민 전 장관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겨레> 17일자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차범위 안에서 김문수 후보와 싸우고 있다. 4%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은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빚어지자 심 후보의 한 측근은 "이기는 단일화가 된다면 (심 후보가) 중도에서 하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단일화 가능성의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신당의 지지율과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높이는 쪽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야 끝까지 완주해서 자기 몫을 다하겠지만, 지속적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무의미한 득표로 이번 선거를 마감하게 된다면 끝까지 뛰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아직 선거는 시작도 안 했다"면서 "벌써부터 진보신당 후보들의 중도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고 개탄했다. 물론 유시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연합하여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지사 후보를 꺾을 수 있다면 다시 생각해볼 여지는 있다고 열어놓기는 했다.

그는 또 "단일화 바람에 진보정당이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며 "진보신당 후보들은 TV토론에서 배제되는 등 정말 악전고투하면서 버티고 있고, 언론이 너무 안 도와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진보신당의 길

무엇보다 노회찬-심상정은 진보신당의 얼굴이다. 두 후보가 주저앉으면 당도 무너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연합에 몸을 싣고 이번 선거에서 하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여론조사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진보신당이 유의미한 득표를 하지 못하게 되면 당 내부에서부터 비난이 솟구칠 것이라면서 스스로 간판을 내리게 되는 내홍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신당은 광역단체장 11곳을 포함해 전국에 200여 명의 후보를 냈다. 그러나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살아 돌아올 후보로 '기초의원 12곳'을 꼽고 있다.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에서조차 1석도 건지지 못한다면 당의 체면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실제 진보신당의 심상정, 노회찬 두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예상대로 선전했다면 충분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5+4 선거연합'에서 제일 먼저 하차하고 독자노선을 걷게 되면서 정치논의의 중심에서 제외됐다. 논의의 중심에서 사라지니 언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대중정치인들이 대중과 멀어지게 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또한,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현실가능한 전략으로 두 후보의 기초단체장 출마도 검토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회찬 노원구청장, 심상정 고양시장 출마설이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진보신당을 널리 알리고 영향력도 키워야 한다는 판단 아래 광역단체장 출마를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진보신당의 영향력도 키우고 지지도도 높인다는 전략은 실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에 직면하게 됐다. 진보신당이 거둘 성적이 가히 좋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정태인 경제평론가는 20일자 <PD저널>에 발표할 글을 통해 "박빙의 승부라면 핵폭탄의 위력을 지닌 심상정-노회찬 두 후보를 장착한 진보신당이, 가장 형편없는 전략을 택한 결과 당 전체를 왕따 신세로 만든 과정을 따질 여유는 없다"면서도 "진보신당이 제대로 살려면 지금이라도 한미FTA나 의료민영화, 노동법, 그리고 선거제도 개편을 내세워 공개적인 '단일화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소장은 "이번 정치연합이 성과를 거둬야 진보정당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진보신당이 이 같은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노회찬,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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