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선생의 헤이리 화실, '소금항아리'를 지나치다가 문득 안부가 궁금했습니다. '5월의 예술의 전당 아트페어'는 잘 마무리했는지, 6월에 시집보낸다는 첫째 딸도 궁금하고….
전화들 드렸더니 바로 집 앞으로 나오셨습니다.
마당에는 커피봉지에 이영미 선생과 방문객들이 스케치한 사인물들이 오브제처럼 걸려있었습니다. 그 아래에는 부군이 2주 전에 씨를 심은 해바라기가 흙 위로 나와 두 잎씩을 달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람들이 무심코 어린 순을 밟을 것을 염려하자, 막대기를 주어 땅 밖으로 갓 나온 해바라기 주위로 원을 그렸습니다.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그 원이 모이자 대지가 화폭이 되었습니다.
한 두 개는 자갈로 바꾸면 어떻겠느냐, 는 제의를 실현하고 말했습니다. "항상 이 선생님 같은 분만 만나면 좋겠습니다." 스스로도 흡족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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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갓나온 해바라기를 위해 돌로 원을 만들고 있는 이영미선생 |
| ⓒ 이안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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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올해, 케냐 여행은 어땠어요? 선생님 뵈니까 생각 나네요. 지난번 철암그리기(2001년 조형예술가들이 결성한 할아텍이 주축이 되어 한국 근대화의 밑바탕이었던 석탄산업의 현장인 탄광도시, 철암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새로운 문화환경조성을 하기위한 활동 전체를 아우르는 말)의 일원으로 함께 작업하신 서울대 교수님께서 케냐를 다녀오시고 나서 교수직을 사퇴하시고 그림만 그리고 계세요. 제가 선생님께 드린 질문과 같은 질문을 드렸더랬어요. 케냐 여행 어땠냐고? 그분의 대답은 '텅 비었더라!'였습니다. 그리고 교수직을 그만두었습니다."
아마 그분께는 교수직도 더부룩한 '채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번 방문 때 어지러이 놓였던 작업실은 많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아트페어 작업이 마무리되고 큰 딸 결혼 준비로 당분간 붓을 잡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층에 설치한 커피로스팅기로 직접 커피를 볶는 일은 계속하고 최근 커피강좌도 열었습니다. 커피의 기본상식과 더불어 핸드드립까지의 과정을 4회에 걸쳐 함께 공부하는 마음으로 하는 강좌입니다.
해오고 있던 그림강좌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소묘에서 수채화, 그리고 유화까지 가보는 과정입니다. 중간 중간 함께 재료에 대한 탐구도 곁들여집니다.
이영미 선생의 작업실 이름인 '소금항아리'는 본래 이영미 선생이 10여년 전 컴퓨터를 처음 배울 때 만든 폴더 이름이었습니다. 자신이 일기부터, 스케치 등 각종 잡동사니들을 그 폴더 속에 모아두었답니다. 맨 처음의 이름은 '소금창고' 였다가 너무 거대한 듯싶어서 곧 '소금항아리'로 바꾸었다는군요.
이제 딸을 시집보내면 늘 소녀 같았던 이영미 선생도 머지않아 할머니 소리를 듣겠지요.
장독대의 소금항아리. 집집마다 있었던 우리의 소중한 기억입니다. 냉장고가 없어도 생선의 부패를 막았던…. 수마트라섬 해발 500m에서 영근 커피, 만데린을 직접 내려 나눈 커피를 함께 마시면서 이영미 선생을 다시 찬찬히 살폈습니다. 부패균의 번식을 막았던 소금항아리처럼 여전히 소녀의 마음은 변치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영미의 그림교실 매주 목요일 11시_4시 헤이리 소금항아리
이영미의 커피교실매주 화요일 11시_1시 헤이리 소금항아리
contact number | 010_2208_8970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을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