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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광주 국립5·18묘지 입구에서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유력 정치인과 지방선거 입지자들.
 11일 오후 광주 국립5·18묘지 입구에서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유력 정치인과 지방선거 입지자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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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이 뜨거웠습니다. 민망했습니다. 멀쩡한 주차장 놔두고 도로에 불법 주차를 일삼았습니다. 심지어 의원 차량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버젓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차를 타고 온 이들은 그러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묘역 입구에서 기념사진 찍기에 바빴습니다.

그 옆으로 중·고등학생들이 들어갑니다. 학생들은 5·18을 배우고 직접 체험하겠다며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온 수학여행단입니다. 일반인 참배객들도 이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묘역으로 들어갑니다. 기념사진 찍기는 한동안 계속됩니다.

5·18 묘역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이들은 유력한 정치인과 지방선거 입지자들입니다. 불법 주차된 차량도 이들이 타고 온 것입니다.

11일 오후 5·18묘지 앞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 정치인과 지방선거 입지자들이 타고 온 차량이다.
 11일 오후 5·18묘지 앞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 정치인과 지방선거 입지자들이 타고 온 차량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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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5·18묘지를 참배하러 가는 한 정당의 관계자와 지방선거 입지자들.
 11일 오후 5·18묘지를 참배하러 가는 한 정당의 관계자와 지방선거 입지자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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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광주 운정동에 있는 국립 5·18묘지 앞 풍경입니다. 유력 정치인과 지방선거 입지자들은 이날 망월묘역을 참배하고, 당당하게 싸워 선거에서 승리할 것을 결의했습니다. 5월 영령들 앞에서 바르게 살 것을 다짐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뒷모습은 씁쓸했습니다. 일부 입지자들은 참배는 안중에도 없이 묘역을 배경으로 사진 찍느라 부산한 모습이었습니다.

묘역으로 들어가는 입구 도로도 차량으로 완전히 점거를 했습니다. 그 옆의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입구와 주차장의 거리는 지척입니다. 일부 차량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까지 점유해 버렸습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세워진 검정색 차량에선 장애인차량 표지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대신 의회를 상징하는 마크가 차 앞 유리 한가운데 버젓이 붙어 있었습니다. 법이나 조례를 만드는 의원이 타고 온 차량이 분명했습니다.

5·18묘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까지 점유하고 있는 의원차량.
 5·18묘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까지 점유하고 있는 의원차량.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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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5·18묘지를 참배하고 나오는 학생들.
 11일 오후 5·18묘지를 참배하고 나오는 학생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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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기다리며 확인해 봤습니다. 하지만 그 차량에 올라 탄 사람은 걷는데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장애인 주차구역에는 일반 차량이 주차하면 안됩니다.

설사 장애인 자동차 표지를 붙였을지라도 걷기 불편한 장애인이 타지 않았다면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대면 안 됩니다. 그것도 단속대상이 됩니다. 법과 조례를 만드는 의원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입니다. 의원의 운전기사일지라도 익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묘역을 다녀간 그 정치인은 지역주민들을 만날 것입니다. 선거 입지자도 곧바로 유권자를 찾아갈 것입니다. 장애인 유권자도 만날 것입니다. 그리고 약속할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고….

어디가 도로이고 주차장인지 구별할 줄 모르고, 장애인 주차구역 하나 지켜주지 못하는 이들이 말입니다. 일반 추모객들이 드나들기에 불편하든지 말든지 입구를 점거한 채 홍보용 기념사진 찍기에 바쁜 이들이 말입니다.

어린 학생들이 지나가면서 손가락질하는지도 모르고, 또 부러 외면하는 이들이….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주변을 의식할 줄 아는 그런 정치인과 선거 입지자들이 그리운 순간이었습니다.

11일 오후 학생들이 5·18묘지를 참배하러 들어가고 있다.
 11일 오후 학생들이 5·18묘지를 참배하러 들어가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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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5·18묘지 풍경. 한낮의 햇살이 뜨거운 가운데 분수대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 올리고 있다.
 11일 오후 5·18묘지 풍경. 한낮의 햇살이 뜨거운 가운데 분수대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 올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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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5·18묘지,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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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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