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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팀 : 최경준·최지용·홍현진 기자 / 사진 유성호 기자

[최종신 : 10일 오후 7시 13분]

'명동성당 시국미사'는 끝났지만... '4대강 반대' 행진은 계속된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마친 신부들과 수녀, 성도들이 성당 들머리 계단으로 나와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사제, 수도자 2차 선언을 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마친 신부들과 수녀, 성도들이 성당 들머리 계단으로 나와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사제, 수도자 2차 선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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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마친 신부들과 수녀, 성도들이 성당 들머리 계단으로 나와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마친 신부들과 수녀, 성도들이 성당 들머리 계단으로 나와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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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처음으로 열린 명동성당 시국미사는 '평화롭게' 막을 내렸다. 그러나 전혀 평화롭지 않았다. 명동성당 주변에는 수백 명의 경찰이 대기하고 있었다.

5000여 명의 천주교 사제와 신도들이 '4대강 반대'와 '6·2 투표 참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쏟아져 나오면, 곧바로 연행할 태세였다. 결국 천주교 사제와 신도들의 행진 대열은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멈춰선 채, 더 이상 밖으로 발을 내딛지 못하고 해산했다.

대열 맨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서상진 신부(천주교연대 집행위원장)는 "당초 생명평화미사가 끝난 뒤 행진을 하려고 했지만, 경찰이 불법 집회로 간주하고 사법처리 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해 왔다"며 "행진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힘없이' 해산한 것은 아니다. 천주교 사제와 신도들은 '생명의 강을 살립시다', '그대로 흐르게 하라'고 적힌 흰색 티를 벗지 않은 채 삼삼오오 손을 잡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수백 명의 경찰도 더 이상 이들을 어찌하지 못한 채 지켜볼 뿐이었다.

오히려 이들은 명동성당을 떠나며 '힘찬' 투쟁의 결의를 세웠다. 오는 11일 팔당 유기농단지 '강제 측량'을 위해 공권력 투입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팔당공대위와 시민단체, 천주교 사제·신도들은 공권력 투입을 막기 위해 10일 밤부터 4박 5일동안 철야기도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뿐이 아니다. 천주교연대에 따르면, 오는 12일부터 낙동강·영산강·금강 등 4대강 공사가 진행되는 권역별로 생명평화미사와 각종 문화 행사가 잇달아 열릴 예정이다. 특히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오는 17일부터 단식기도회를 실시한다.

여기에 개신교와 불교 등 다른 종단도 가세했다. 개신교는 11일부터, 불표는 22일부터 천막기도회를 진행하고, 오는 24일 여주 신륵사에서는 4대 종단 기도회 및 강 순례 행사 등이 펼쳐진다.

20여 년 만에 열린 '명동성당 시국미사'는 이날 끝이 났지만, 4대강 사업 중단과 6·2 지방선거 투표 참여를 위한 종교계의 활동은 더욱 거세질 태세다.

[4신 : 10일 오후 4시 20분]

"4대강 사업 멈춰! 6월 2일 투표하자!"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마친 신부들과 수녀, 성도들이 성당 들머리 계단으로 나와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6월 2일 투표 참여!'와 '4대강 사업 멈춰!'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마친 신부들과 수녀, 성도들이 성당 들머리 계단으로 나와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6월 2일 투표 참여!'와 '4대강 사업 멈춰!'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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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서 성도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미사를 드리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서 성도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미사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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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3시 30분경, 뜨거운 박수와 함께 미사가 끝났다. 본당에서 나온 천주교 사제들과 신도들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성가를 따라 부르면서 명동성당 들머리로 행진했다.

명동성당 들머리에서는 천주교 사제들의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후 4시, 명동성당 들머리부터 본당 입구까지 가는 오르막길은 '4대강 사업 멈춰!', '6월 2일 투표하자!'라는 피켓을 든 사제와 신도, 시민 등 50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이들이 서 있는 곳 맞은편인 한국 YWCA 건물 앞과 그 주위에는 100여 명의 경찰이 지키고 서 있다.

이에 앞서 오후 1시 50분 무렵, 천주교 사제 300여 명이 본당에 들어가기 위해 꼬스트홀에서 걸어 나왔다. 본당 앞 명동성당 마당은 천주교 신도들과 시민들로 가득 메워졌다. 700여 석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토건독재 대한민국, 국민들은 거부한다', '경제보다 생명이다, 4대강 파괴 중단하라'라고 적힌 종이 피켓을 들어 올려 뜨거운 햇빛을 가렸다. 일부 신도들은 새하얀 미사포를 쓰기도 했다. 의자에 앉지 못한 신도들은 시멘트 바닥에 앉거나 선 채로 미사에 참석했다.

오후 2시가 되자 본당의 모습이 명동성당 마당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나왔다. 신도들이 더 모여들자 꼬스트홀 2층 강당에도 자리가 마련되었다. 성가와 말씀이 끝난 후 윤종일 신부의 강론이 시작되자, 신도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윤 신부는 1987년 6월항쟁 당시 본당에서 열렸던 시국미사를 회고했다. 그러고는 천주교 사제들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를 힘주어 말했다.

처음으로 미사에 참여했다는 대학원생 이석주(29)씨는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윤종일 신부님의 말씀을 통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4대강의 문제점에 대해 알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미사 내내 뙤약볕 아래 서 있었던 김포불교환경연대 지관 스님은 "이번 미사를 계기로 천주교인뿐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신부님들의 진정성을 깨닫고 4대강 사업이 즉각 중단되도록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생명평화미사에는 팔당공대위의 유영훈 위원장도 자리했다. 10일을 마지막으로 명동성당 들머리 미사는 끝나고 11일부터는 두물머리에서 생명평화미사가 진행된다. 팔당 유기농단지 '강제 측량'을 막기 위해서다. 유 위원장은 "내일부터 4박 5일 동안 팔당공대위와 시민단체 그리고 신부님들과 함께 농성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서 신부들이 '강물아 미안해 우리가 지켜줄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서 신부들이 '강물아 미안해 우리가 지켜줄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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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전국에서 모인 신부들이 미사를 드리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전국에서 모인 신부들이 미사를 드리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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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성가 471장 '강물처럼 흐르는 사랑 너와 나로부터'를 부르며 이날 미사는 끝났다.

"강물처럼 흐르는 사랑 너와 나로부터 흐르고 그 사랑은 세상 어두움 밝혀 주리라. 강물처럼 흐르는 기쁨 너와 나로부터 흐르고 그 기쁨은 세상 어두움 밝게 하여 주리라. 강물처럼 흐르는 평화 너와 나로부터 흐르고 그 평화는 세상 어두움 밝게 하여 주리라."

한편, '천주교 평신도 모임'이라는 단체가 한국 YWCA 건물 앞에서 집회신고 없이 '4대강 사업 지지' 시위를 해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후 3시 40분경 해산했다.

[3신 : 10일 오후 3시 20분]

"1987년 고 박종철 열사 관련 조작 폭로 때가 떠올랐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문규현 신부와 전국에서 모인 신부들이 미사를 드리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문규현 신부와 전국에서 모인 신부들이 미사를 드리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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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전국에서 모인 신부들과 수녀, 성도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미사를 드리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전국에서 모인 신부들과 수녀, 성도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미사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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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성도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미사를 드리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성도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미사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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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2시에 명동성당 본당으로 사제들이 입장하면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 평화 미사가 시작됐다. 미사 시작 30여 분 전부터 본당을 가득 채우고 있던 1000여 명의 신도들은 일제히 일어나 사제들을 맞이했다. 전국 각 교구에서 참여한 300여 신부들은 신도들의 성가가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본당 맨 앞을 채웠다.

"공권력이 들어오면 제일 앞에 내가 있을 것이고 신부가 있을 것이고 수녀들이 있을 것이다. 공권력을 투입하려면 우리를 밟고 지나가라."

윤종일 프란치스코회 신부는 미사의 강론을 시작하며 23년 전 고 김수환 추기경이 명동성당에서 한 말을 떠올렸다. 또 윤 신부는 "밖에서 입장을 기다리며, 1987년 5월 18일에 우리가 여기서 광주민주화항쟁 기념미사를 드릴 때가 기억났다"며 "(당시) 미사를 마치고 나가는데 고 김승훈 신부님이 이곳 성단에 서서 박종철 열사의 죽음이 조작됐다고 폭로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윤 신부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4대강 사업은 반생명·반생태, 민주주의 파괴, 실효성 의문 가는 사업"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전국에서 신부들이 미사를 드리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전국에서 신부들이 미사를 드리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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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서 수녀들과 성도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미사를 드리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서 수녀들과 성도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미사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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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전국에서 모인 신부들과 수녀, 성도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미사를 드리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전국에서 모인 신부들과 수녀, 성도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미사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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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신부는 "지금 우리는 생명의 강을 실험하고 있다"며 "강바닥이 파헤쳐지고 강변은 잘려나가고, 금빛을 밝히던 강물은 진흙탕 물이 되어가고, 강변은 시커먼 오니토로 덮여가고 있는 것이 4대강 사업 현장의 모습"이라고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윤 신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선거 공약은 한반도 운하 건설이었다"며 "그것이 약간의 수정을 거쳐 4대강 사업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신부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윤 신부는 "4대강 사업은 반생명, 반생태적인 사업"이라며 "강을 살리겠다는 이 대통령의 주장은 4대강 공사 현장과 동떨어져 있고 객관적인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4대강 사업은 민주주의 가치를 파괴하는 사업"이라며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자신의 소신이라고 말하는데, 개인적 소신은 많은 연구와 토론을 거쳐 국가 정책으로 이뤄져야 하지, 그렇지 않을 때 얼마나 많은 국민이 눈물을 쏟아야 하는지를 우리는 독재시기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4대강 사업은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사업"이라며 "준설공사 및 보를 쌓는 것을 통해 홍수와 가뭄을 막고 수질을 개선한다는 것은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다.

윤 신부는 "이명박 정부는 (이 사업을) 많은 의혹을 가지고 시작했고 의혹은 의혹을 낳고 거짓은 거짓을 낳고 있다"며 "이러한 정부를 만든 우리의 물신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 신부는 신도들에게 "각 지역의 4대강 현장으로 달려가 달라"고 부탁하며 "수도권 신도들은 팔당 두물머리 미사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윤 신부는 "6.2 지방선거를 통해 우리의 강을 지킬 수 있다"며 "어떤 후보가 4대강 사업을 찬성하고 반대하는 잘 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사를 마친 신부들과 1000여 명의 신도들은 본당 밖으로 나가 명동성당 앞 들머리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2신 : 10일 오후 2시]

"4대강 사업 밀어붙이는 정부에 뼛속까지 실망" 

20여년 만에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생명평화미사가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릴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6.2 지방선거 투표 참여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20여년 만에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생명평화미사가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릴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6.2 지방선거 투표 참여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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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만에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생명평화미사가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릴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신도들이 본당에 참석하지 못하는 신도들을 위해 의자를 준비하고 있다.
 20여년 만에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생명평화미사가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릴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신도들이 본당에 참석하지 못하는 신도들을 위해 의자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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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님들이 언제 이렇게 많이 모이셨습니까. (명동성당) 본당에서 시국미사가 열리는 건 87년 6월 항쟁 이후로 처음이라고 하잖아요. 오늘 신도들도 많이 올 겁니다."

10일 오후 1시30분경,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만난 하아무개(52)씨는 "회사에는 아프다고 말하고 오늘 생명평화미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도와 사제들 1만여 명이 참석하는 '4대강 사업 중단' 생명평화미사가 이날 오후 2시 명동성당 본당에서 시작됐다.

하씨의 말처럼 명동성당 본당에서 시국미사가 열리는 것은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본당 안 좌석에는 대전교구, 대구교구, 원주교구, 수원교구 등 지역별 교구 안내 팻말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본당 좌석은 미사가 시작되기 30여분 전부터 이미 꽉 들어찬 상태다. 미사를 준비한 천주교연대는 본당 옆 꼬스트홀 앞마당에 파란 플라스틱 의자 700석을 마련했다. 본당에서 진행되는 미사를 지켜볼 수 있도록 대형 스크린도 준비되었다.

20여년 만에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생명평화미사가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릴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서 시민들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알리는 사진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여년 만에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생명평화미사가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릴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서 시민들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알리는 사진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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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의자에 미리 자리를 잡고 앉은 정미경(44)씨는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4대강 반대 미사에도 여러 번 참석했다"고 말했다. 대방동 성당 교우인 박순남(56)씨와 함께 온 정씨는 "4대강 사업을 계속해서 밀어붙이는 정부에게 뼛속까지 실망했다"면서 "오늘 미사도 큰 규모이기는 하지만 이것도 미흡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본당으로 올라오는 길 오른편에는 '남한강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이전의 '아름다운 4대강'의 모습과 함께 4대강 공사로 인해 파헤쳐진 '현재의 4대강'을 함께 볼 수 있다.

'흐르는 강은 생명입니다'라는 초록색 어깨띠를 두른 환경단체 회원100여명이 성당 곳곳에서 '4대강 사업전면 재검토를 위한 국민서명 운동'을 받고 있다. 이들은 4대강 관련 유인물을 나눠주면서 "투표 꼭 하세요"를 잊지 않고 외치고 있다.

오후 1시경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방문했다. 한 후보는 "오늘 4대강 중단을 위한 시국미사가 열리는데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왔다"면서 "하나님이 주신 자연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은 식수의 재앙일 뿐만 아니라 국가재정의 파탄"이라고 비판했다. 한 후보는 유인물을 나눠주는 환경단체 회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한 후보가 성당을 나설 즈음,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성당 들머리에 도착했다. 강기갑 대표는 "명동성당은 과거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큰 역할을 한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독재정권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4대강 죽이기를 막기 위해, 그리고 죽어가는 민주주의와 자연,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명동성당이 또 한 번 역할을 하고 나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여년 만에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생명평화미사가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릴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여년 만에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생명평화미사가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릴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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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9일 오후 10시 ] 

1987년 6월 이후 첫 '명동성당 시국미사' 열려

천주교 사제와 신도들 1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생명평화미사가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다. 권위주의 정권에 항거해 일어난 87년 '6월 항쟁' 이후 명동성당 본당 안에서 시국미사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9일 '4대강 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이하 천주교연대)에 따르면, 이날 미사는 오후 2시부터 열리며 천주교 사제 300여명을 포함해 1만명이 모여 4대강 저지를 위한 묵주기도, 생명평화미사, 퍼포먼스 등을 개최한다. 미사 집전은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대리구장인 최재용 신부가 맡을 예정이다.

특히 지난 3월 사제 1100여명이 참여한 '4대강 반대 사제선언'을 주도했던 천주교연대는 이날 미사 후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사제와 수도자 5000여명이 참여하는 2차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부·수도자 5000여 명 '4대강 중단' 2차 선언 예정

'4대강 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소속 신부들이 29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침묵 기도를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소속 신부들이 29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침묵 기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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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열리는 미사는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한 생명평화미사의 상반기 결산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말 출범한 천주교연대는 지난 2월부터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권역별로 매월 1회씩 전국 단위 대규모 미사를 진행해왔다.

매월 전국에서 모인 천주교 단체와 신자들이 한 곳에 모여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고, 4대강 저지를 위한 문화 공연과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시회 및 강연회 등을 연 것.

맹주형 천주교연대 집행위원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미사는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해 전국에서 진행된 상반기 생명평화미사를 마무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천주교연대는 상반기 마지막 일정인 한강 권역에 대한 생명평화미사를 한강이 아닌 명동성당으로 결정하면서도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다. 90년대 이후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한 찬반 논란이 제기되자, 명동성당은 본당에서 시국미사를 여는 것을 불허해왔다.

하지만 본당 안에서 4대강 반대를 위한 미사를 여는 것에 부정적 입장이었던 명동성당은 미사 허가를 요청하는 천주교연대의 공문을 받은 뒤, 행사를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천주교 주교회의가 이미 4대강 사업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한 점과 최근 천주교 서울대교구측이 천주교연대의 '4대강 저지 미사용' 천막을 강제 철거하면서 제기된 비난 여론 등이 감안됐다는 후문이다.

맹주형 집행위원은 "한강도 좋지만, 명동성당이 가지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명동성당에서 할 계획이었는데, 허락이 될 지는 미지수였다"며 "정 안되면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교구장으로부터 허락이 떨어졌다"고 반가워했다.

그는 이어 "1987년 6월 항쟁 이후 명동성당 본당 안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국미사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천주교연대측은 명동성당 본당이 1500석이라는 점을 감안, 1만여명의 참석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본당 이외에 코스트홀과 성당 앞마당에 전광판을 세워 생중계로 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천주교연대측은 또 미사가 끝난 뒤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사제와 수도자 등 5000여명이 참여하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사제·수도자 2차 선언'을 발표한다. 천주교연대는 사제선언을 독려하는 글에서 "주교단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깊은 우려의 표명은 4대강의 죽음을 걱정하며 우리 사회의 생명과 생태, 환경의 가치가 되살아나기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됐다"며 "수천, 수백년을 유유히 흘러온 생명의 강과 그 강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원과 죽어가는 생명의 절규에 귀를 기울이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또 정부측에 4대강 사업에 대한 공개 TV토론을 제안하고, 선관위가 4대강 저지 서명 운동 등을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4대강 사업 자체가 선거법 위반이기 때문에 선거 기간 만이라도 공사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맹주형 집행위원은 "10일 미사 이후에는 명동성당 들머리 미사는 접고, 팔당 지역 등에 4대강 반대 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공권력 투입 등이 예정돼 있어, 공사 현장을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그:#4대강 죽이기, #4대강 사업 반대, #천주교연대, #명동성당, #4대강 반대 시국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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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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