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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마을 하동사람 윗마을 구례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화개장터에 가면 조영남의 <화개장터> 유행가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있어야 할 건 다 있고요 없을 건 없다는 화개장터, 오랜만에 화개장터 구경 한번 해보자.

 

노릇노릇한 은어튀김, 노가리를 파는 화물차, 연탄불위에서 톡톡 껍질을 벗는 알밤, 화개장터 초입의 풍경이다. 토우와 각종 인형들, 늘어선 식당 수족관에서 노니는 은어 떼들, 쉼 없이 오가는 관광객들, 화개장터는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은어튀김이에요, 빙어, 쑥, 고구마튀김도 있어요."

 

옥화주막 앞에서 아주머니가 큼지막한 은어튀김을 들어 보이며 먹고 가라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옛날 갓난아이 젖 부족할 때는 은어 죽으로 대신했을 정도로 은어가 우리 몸에 좋다고 한다.

 

사진 한 장 찍는 데 1만원이라며 아주머니가 햇고사리를 한 움큼 들어 보이며 활짝 웃는다. 맹종죽의 왕죽순도 보인다.

 

"은개나물(엄나무순) 사세요." 

 

스님들의 발우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는 엄나무의 껍질은 한방에서 거담제로 쓰인다. 개두릅이라 알려져 있으며 두릅보다 더 알아준다. 향긋하고 쌉싸래한 엄나무순은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그 맛이 별미다.

 

먹을거리 장터와 야생식물 직판장을 돌아봤다. '산마'가 위장에 좋다며 채원이네 아주머니가 오가는 사람들에게 맛보기를 선보인다. 야생식물 직판장은 더덕향이 주변을 감싸고 있다.

 

은행, 고둥, 번데기를 파는 가게, 시뻘건 쇠를 달구어 망치질하는 대장장이, 느타리버섯을 파는 할머니, 거대한 생 칡을 파는 가게, 옹기전, 화개장터에는 진짜 없는 게 없을 정도다. 

 

바람에 솜사탕이 하늘하늘 날린다. 독일정통수제 소시지를 파는 총각들, 터키아이스크림 아저씨는 묘기에 가까운 현란한 손놀림으로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화개장터는 경남 하동군 탑리에 있는 5일장이다. 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 광양의 경계지점에 있어 예전엔 지리산 일대의 상업 중심지였다. 내륙의 산물과 남해 해산물의 활발한 교류로 해방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5대 시장 중의 하나로 많은 사람이 붐볐던 곳이다.

 

화개장터는 6·25전쟁 이후 빨치산 토벌로 산간마을들이 황폐해지고 섬진강 뱃길이 끊기면서 빛을 잃었다. 지금은 관광지화되면서 매일 장이 열린다. 하지만 산간장터로서의 토속성이 많이 사라져 아쉬움이 남는다.

 

화개장터를 알리는 표지석 위의 비둘기는 푸른 하늘의 구름처럼 한가롭기만 하다. 왁자지껄 떠드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안중에도 없는 듯.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개장터, #경상도, #전라도,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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