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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주

봄이 무르익고 있다. 남에서 불어오는 훈풍을 타고 멀리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 도쿄 재일동포 시인회에서 발간한 <종소리> 2010년 봄 호가 애달픈 망향(望鄕)의 노래를 담아 내 집 우편함에 닿았다. 주옥같은 22 수 가운데 무작위로 네 편만 뽑아 고국의 동포와 지구촌 곳곳에 흩어진 동포들에게 배달해 드린다. 왜 우리 겨레는 아직도 가슴 아픈 망향의 노래를 불러야 하나.

예나 지금이나 대한해협에는 물결이 검푸르고 거칠다
 예나 지금이나 대한해협에는 물결이 검푸르고 거칠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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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오는데

            김 윤 호

빨간 꽃이 활짝 피었다
홍매(紅梅)!
멀지 않아
우리 집 뒤뜰에
백매(白梅)도 피겠지

추위에 약한
내 가슴이 두근거린다
봄을 맞은 기쁨에

발밑에는
이름 모를 새싹들이
뾰족뾰족 돋아 오른다

새 생명이다
나는 조심조심
발을 옮긴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훈훈한데
여기는 남의 땅

하나 된 내 땅의 봄이
내 가슴에 안겨올
그날은 과연
언제이려나?

눈에 쌓인 히로사키 성
▲ 히로사키(弘前) 성 눈에 쌓인 히로사키 성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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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화 흠

잠이 안 와
일어나서
귤을 깐다

바깥은 적적한 밤 
표지
▲ 종소리 제42호 표지
ⓒ 종소리시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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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아마
이런 밤이었지

땅을 파도
내 땅을 파고
씨를 뿌려도
내 땅에 뿌려야지

해방이 되었잖아
하고픈 공부도
내 땅에서 하겠네

소매를 뿌리치고
이튿날 아침
책보 짐을 싸들고
떠난 그

한 이불속에서
잠자던 그와 나
눈빛이 별 같은 친구였다
머리가 총명한 친구였다

그때로부터
60여 년
아직도 모르는
그의 소식

누렇게 바래진
사진을 보며
나는 혼자
젖어드는 눈시울로
귤을 깐다

벚꽃이 핀 구마모또 성
▲ 구마모또(熊本) 성 벚꽃이 핀 구마모또 성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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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라

          석 촌

3년을 약속하고
떠나온 내 고향
못 간지 어느새
예순 해가 넘네요

이국 살이 좋아서
사는 게 아니래요
사람 사는 세상에
낙토(樂土)가 있겠나요

가고파도 가고파도
담을 쌓네요
섬나라 일본에도
38선이 있나 봐요

산기슭에 자리 잡은
작은 초가집
부모님 잠드시는
구암산 잔솔밭

꿈속에나 가보자고
눈을 감으니
눈물바가지가
쏟아져 내리네요

일본이 어디 내 조국 만큼 아름다우랴
▲ 설악산 울산바위 일본이 어디 내 조국 만큼 아름다우랴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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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노래

        오 홍 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학예회 무대에서
꼬마들이 부르네
입을 크게 벌리고
밝고 씩씩하고 자랑스럽게

빼앗기고
굶주리고
갈라진 원한
역사의 한이 맺힌 이 노래

헤어진 혈육이 하도 그리워
목이 터지도록
숨이 다하도록
부르고 불러온 이 노래

그런데 오늘은 이상도 하지
너희들이 부르니
씩씩하고 힘찬
희망의 노래로 들려오지 않나

모두 다
두 주먹 불끈 쥐고 따라 부르네
내 눈에는 어째선지
눈물이 글썽

계절을 넘어
세월을 넘어
이어지고 이어 부르는
영원한 겨레의 애창곡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태그:#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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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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