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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금

수  배 | 사라진 인형2개

포  상 | 현금 100달러

연락처 | 412/983-2245'

 

2003년 4월 29일 미국 피츠버그를 배낭여행하는 중에 만난 한 게시판에 붙은 게시물입니다. 이 게시물의 주인은 아마 이 인형들과 각별한 사연이 있음이 분명합니다. 이 인형을 선물한 사람과의 각별함일 수도 있고, 단지 이 인형을 인격화(인간이 아닌 사물을 감정과 의지가 있는 것으로 가정함)해서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상대로 삼았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극진한 사랑과 교감의 대상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고 여깁니다.

 

강매의 전신영 선생님은 13년 된 시추 '몽실이'의 병수발로 잠시도 집을 비우기가 어렵습니다. 몽실이는 만 한살이 안 된 때 전 선생님 가정으로 들어와 전 선생님 가족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11살이 넘은 때부터는 뚜렷한 노환 증세가 나타나 병원에 드나들기 시작했습니다. 백내장으로 거의 실명이 되었고 자궁암으로 거동조차 힘들고 오줌을 가리지 못합니다. 수십만 원을 들여 수술을 했지만 노환으로 비롯된 이 증상들을 바로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수의사는 안락사를 권했지만 전 선생님 가족은 만 3년째 이 움직이는 종합병원을 지극정성으로 거두고 있습니다. 외출할 일이 있어도 부부가 교대로 집에 남아 간병을 소홀히 하지 않고, 끝까지 가족구성원으로서의 모든 예우를 다하고 있습니다.

 

아들 영대는 한때 말과 깊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이웃한 승마장에서 마사(馬事)를 거들면서 말을 돌보기도 했지요. 말과 관계된 허드렛일은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애완견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서 키우던 개가 장염으로 죽었을 때 그 슬픔을 주체할 수 없어서 그 무덤 앞에서 2시간을 흐느꼈습니다. 그의 방은 말과 개에 관한 책과 상징물들이 가득합니다.

 

뉴욕 맨해튼의 워싱턴스퀘어파크(Washington Square Park)에는 개들만을 위한 놀이터가 있어서 주인과 함께 산책을 나온 다양한 애완견들이 모래밭에 함께 뒹굴며 사교(?)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저와 일주일을 함께 지낸 캐나다 몬트리올(Montreal)의 세바스티앙(Sebastien Latouche)과 멜리사(Melissa) 교사 부부는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시간만 되면 기어코 집을 떠납니다. 하지만 한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자신의 애완견 나야(Naya)와 함께할 수 없는 곳은 아무리 열망하던 곳이라도 가지 않습니다. 애완견의 출입이 금지된 배는 타지 않고 동행이 불가한 카페는 가지 않습니다. 한 가족을 소외시켜야 한다면 여행하고자하는 자신의 욕망을 차라리 포기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냅니다.

 

세바스티앙과 아파트 발코니를 터고 사는 옆집의 방송작가 처녀 스테파니(Stephanie)는 주로 집에서 일을 합니다. 완성된 대본을 방송국으로 보내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녀와 24시간 함께하는 가족은 애완쥐 한 마리와 독일 세퍼트인 아이시스(Isis)뿐입니다.

 

미국 메인주 아카디아국립공원지역의 바하버(Bar Harbor)에서 유스호텔을 맡아 운영하고 있는 매니저 론 갬블(Ron Gamble)은 이런 현상을 크게 개탄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가 온통 '개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람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나 장성한 자녀를 모두 떠나보낸 노인들은 오직 충직한 개에게는 유일한 위안을 얻습니다. 그들은 개가 혈육보다 더 혈육 같은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 외신을 인용한 포털의 기사제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독일 노총각, 죽어가는 고양이와 결혼식'

 

작센주의 한 집배원은 10년 전 발틱해에 휴가를 갔다가 만난 고양이에게 한눈에 반해 그동안 한 침대를 사용하며 지내왔지만 최근 수의사로부터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 그에게 그 고양이는 신뢰였으며 고양이가 죽기 전에 동물과 결혼하는 것을 금지한 독일의 성문법에도 불구하고 비공식 결혼식을 올렸다는 것입니다. 아마 론이 이 소식을 들었다면 '유럽은 '고양이 판'이구만!'이라고 혀를 찼을 것입니다.

 

한 개인이 세상에서 극진히 사랑하는 것의 대상이 사람으로 국한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물일 수도 있으며 자신이 몰두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동물과 식물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또한 인간으로부터 소외된 사람의 대안으로서의 사랑이어서는 안 된다, 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가장' 소중한 곳은 가정이어야 되고 '가장' 사랑하는 것은 가족이어야 됩니다. 가정과 가족은 우리 사회 모든 질서의 가장 기초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가정의 달'이라는 리본을 가슴에 달도록 하는 학교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매년 5월이면 교복 왼쪽 가슴에 그 리본을 달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가정의 달'이라는 한 포스터를 보고 저는 2가지가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5월 달을 가정의 달로 특정했다면 그 저간에는 '가정이 소중하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한 목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이 점점 소홀해지고 있으므로 그 붕괴를 막아보자'는 현실의 반영일 수도 있습니다.

 

가정이야말로 5월 한 달만이 아니라 12달, 365일 '가장' 소중한 곳이어야 할 곳입니다.

 

아이들의 거친 항의를 각오하고 세 아들딸들의 편지를 공개합니다

방금 우편집배원이 다녀가셨고 마침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들이 보낸 편지를 두고 가셨군요. 가정의 달에 의무감을 느낀 아들이 4월 말에 쓴 부모에게 보낸 의례적인 편지 같긴 합니다.

 

화목한 가정의 막내 영대가 부모님께,

 

이제 4월의 변덕스러웠던 날씨도 지나가고 5월이 오려고 합니다. 저에겐 5월 초부터 시험이라는 고비가 있어서 즐거운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자신들의 길을 한 발짝씩 잘 가고 있는 듯합니다. 아빠는 항상 그렇듯 모티프원의 주인으로서, 엄마는 마침내 불교에 입문해 출가까지 고려할 만큼 빠져 계시고, 주리 누나는 프랑스어와 일본어 공부에 신나하고, 나리 누나는 밤늦게까지 공연을 하고 있으며, 해모도 모티프원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니 기쁩니다.

 

시험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긴장감과 성적에 대한 부담, 조금 더 열심히 해야 했었다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그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게 일하고 오신 어머니임을 알면서도 생각과 다르게 화를 내곤합니다. 그래도 하기 싫은 공부를 하면서 주리누나가 열심히 하라고 보내준 진심어린 문자와 화목하고 단란한 우리가정을 생각하며 더 힘을 냅니다.

 

아빠가 요즘 몸이 편찮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가장 철없는 막내로서 전화 한 번 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시험 끝나는 주의 주말이 가족회의 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달 가족회의에서는 불만족한 얘기들도 오갔다고 들었습니다. 역시 항상 웃음을 가져다주는 제가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에 좋은 성적가지고 웃으면서 뵙겠습니다. 우리 가족중에서 가장 힘들게 사시면서 가장 죄송스러운 엄마. 이번 시험만 끝나면 같이 영화도 보러가고 유학가기 전까지 절에도 따라갈게요. 여행도 많이 다녀요. 지금까지 힘드셨던 거 싹 가실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엄마 아빠, 제가 이렇게까지 멋지게 자랄 수 있도록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요!

 

2010. 4. 27 화요일

가족을 가장 사랑하는 영대 올림

 

작년 9월초 프랑스자매대학으로 한 학기 수학하기위해 떠나면서 부친 둘째딸 주리의 엽서. 이 엽서는 주리가 프랑스에 도착한 뒤 집으로 배달되었습니다. 이 엽서의 말미에 있는 손잡은 세가족의 일러스트와 카피가 눈을 멈추게 합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 가족."

 

 

엄마·아빠 Bonjour!

 

저 주리에요~

드디어 내일!! 프랑스가요.

 

여행을 여러 번 다녔지만 이렇게 장기간 공부하러

다른 나라로 가는 건 처음이여서 조금 떨리고 설레요.

 

저를 믿고 크게 투자하시는 만큼 저도 많이 보고

배우고 느끼고 올게요!!

 

부모님도 6개월 동안 재밌고 행복하세요!!

 

엄마·아빠 사랑해요!!

 

-2009.9.1.

 

3월1일 우리부부의 결혼기념일에 제가 아프리카를 여행 중이었으므로 혼자 있는 엄마를 위로하기위해 보낸 큰딸 나리의 문자메시지.

 

엄마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

 

아빠가 타지에 계시니 나나 우리 아들·딸들이 더 챙겨드려야 되는데

이기적인 맏딸은 그러지도 못하고 죄송해요.

 

난 더도 덜도 말고 엄마·아빠 함께 있는 우리가족 같은

가정을 만드는 게 소원이에요.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엄마 아빠가 함께 만든 이 가정의 딸이라 감사하고 행복해요.

사랑해요.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w.motif.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가정의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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