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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 보문산에 오르면 대전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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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맞는 화창한 휴일(2일)입니다. 이처럼 좋은 날에 두문불출 한다는 건 '실정법 위반'이지 싶어 배낭을 챙겼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구석'을 하루 종일 지켜야 한다는 것처럼 징그러운 건 다시없으니 말입니다. 시내버스를 타고 대흥동 대전고 5거리에서 내려 보문산 입구까지 걸었습니다.

거기서 출발한 시각은 오전 9시 20분. 아쿠아랜드 공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 보문산 초입과 보문사(사찰)를 지나 야외음악당까지 올라 잠시 쉬었습니다.

보문산의 중턱에 있는 약수터에서 감로수 같은 약수를 마시고 드디어 정상인 보문산성에 올랐습니다. 만발한 철쭉꽃에 포위된 보문산성에 오르니 대전 시내가 모두 임금 아래 신하들처럼 일제히 부복(仆伏)하느라 바빴습니다. 하지만 대도시답게 스모그가 자욱하여 먼 데 있는 대전시내의 풍경은 안개 속에 들어있는 양 희뿌옇하여 다소 유감이었습니다.

시원한 산바람을 양껏 마신 뒤에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오를 때와는 달리 내려가는 보문산 길은 휘파람까지 동반케 하는 즐거움이었습니다.

보문사에 들러 부처님께 우리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절도 드린 뒤에 집으로 돌아오는 시내버스에 올랐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아이와 그 엄마가 다음 정류장에서 버스에 탔습니다.

"엄마, 왜 내가 사 달라는 피잘 안 사 주는 거야?"
다짜고짜로 제 엄마에게 반말을 하는 녀석이 첫눈에도 '괘씸해' 보였습니다.

한데 그 엄마는 그러한 아이의 버릇없음이 상례(常例)적이었는지 아무튼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피자 먹으면 살찐단 말야! 그래서 안 사준 거야."
그러자 그 녀석은 더욱 노골적인 핀잔을 덧붙였습니다.

"에이 씨."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이 아이가 말한 '에이'는 속이 상하거나 마음에 달갑지 아니할 때 내는 소리입니다. 여기에 '씨'(시)까지 붙었는데 이는 '에이'와 같은 감탄사로써 마음에 차지 않거나 못마땅할 때 내는 소리인 것입니다.

어린 아이의 말 한 마디에 너무 민감하다고 핀잔을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평소 글을 쓰는 입장이고 보니 낱말 한 자라도 실수하지 않으려고 늘 사전을 끼고 사는 터입니다.
하여 이처럼 '깊은 생각'까지를 하게 되었음을 사족으로 밝힙니다.

평소 아이건 어른이건 간에 자신의 부모님에게 반말을 '찍찍' 하는 이들이 참 못마땅합니다. 제 자랑 같지만 저는 두 아이가 말을 어느 정도 배웠을 적부터 우리 부부에게 존댓말을 하는 것부터 가르쳤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말을 제대로 깨우치기 전부터 영어를 먼저 배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게 과연 현명하고 합당한 교육방법일까요?

진부한 얘기겠지만 존댓말은 상대를 공경하는 뜻의 말입니다.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실로 감사한(!) 부모님께만이라도 어려서부터 존댓말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그래서 당연지사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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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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