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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사업으로 위기에 처한 멸종위기10+2종을 선정했습니다. 이들은 이미 그 수가 많이 줄어 멸종위기종 혹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데요, 강 생태계를 파괴하고 강을 인공화하는 4대강 사업으로 더욱 그 삶이 위태로워졌습니다.

 

환경평가의 부실 협의 속에 제대로 된 환경대책 없이 마구잡이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예견했던 대로 탁수와 물고기 폐사, 멸종위기종 훼손 등의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만 살고 있는 단양쑥부쟁이, 흰수마자, 얼룩새코미꾸리와 같은 한국 고유종들은 '4대강 살리기'라 불리는 4대강 사업 때문에 영영 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는지도 모릅니다.

 

이들을 지키기 위해 환경연합은 올해 '水호천사'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그 일환으로 생존 위기와 마주하고 있는 12종의 생물들을 소개하고 그들에게 닥친 위기들을 알리기 위한 연속 연재를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바위늪구비 습지마을에 살고 있는 '단이'라고 해요. 내 이름은 단이지만, 사람들은 나도, 우리 엄마도, 앞집 아저씨도 모두모두 단양쑥부쟁이라고 불러요.

 

우리 모두를 부르는 이름에는 사연이 있대요.

 

옛날옛날, 어느 산골마을에 살던 아주 가난한 대장장이에게 착한 딸이 있었대요. 그 딸은 쑥 나물을 잘 먹는 동생들을 위해서 항상 산과 들을 다니며 쑥 나물을 캐서 동생들에게 먹였는데, 그러던 어느 날 험한 산길에서 쑥을 캐던 그 딸이 그만 실수로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대요. 그런데 그 딸이 죽어서까지 동생들의 배고픔을 걱정해서 나물로 돋아났다고 해서 그 나물의 이름을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의 딸', 즉 쑥부쟁이라고 붙였대요(그 나물이 우리래요~!).

 

마음씨 착한 대장장이의 딸이 우리로 다시 태어나서인지, 우리는 생김새도 매우 예뻐요.

우리는 녹색 몸에 고운 자주색 옷을 입고 지내고, 다른 쑥부쟁이 친구들은 얼굴이 연보라, 자주, 하얀 빛깔로 너무 예쁘답니다. 길을 지나다 우리를 보면, 잠시라도 멈춰서지 않고는 못 견딜 거예요.

 

또, 우리는 모두들 키가 크답니다. 나는 아직 한 살이 안 되어서 10cm밖에 안되지만, 내년에는 우리 엄마처럼 50cm가 넘게 자랄 거예요.

 

내 얘기를 듣고 우리의 어여쁜 자태가 너무도 보고 싶어졌다면, 우리 '바위늪구비 습지마을'이나 조오기 '도리섬 마을', '삼합리 마을'으로 오면 된답니다. 다른 곳으로 잘못 가면 안되요~! 전세계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여기 세 마을 뿐이거든요. 너무 늦어서도 안되요~!  우리가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요.

 

실은, 우리 마을 바로 옆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거든요. 처음에는 분명히 마을을 피해서 공사를 하겠다고 우리에게 약속했었어요. 우리를 해치지 않고, 우리 집도 우리 마을도 파괴하지 않겠다고요. 그치만 아랫집 쑥이네도, 그 옆집 풀이네도, 또 그 옆집 국이네도 공사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쫓겨나 집도 잃고, 가족 모두 시름시름 앓다 죽어갔어요. 꼭대기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큰 기계가 다가와서는 큰 소리를 지르며 그들의 보금자리를 부숴버렸는걸요.

 

우리는 그 기계가 너무 무서워요.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지쳐가요. 우리가 너무 예쁘고, 흔히 볼 수 없는 귀한 존재라며 '보호종'으로 지정해줬는데, 우리 마을들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를 볼 수 있는 곳이라며 '보호지'로 지정해줬었는데, 왜 우리를, 우리 마을을 보호해주지 않는 거예요?

 

오늘도 엄마는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계세요.  내일, 그 기계가 우리 집으로 오는 건 아니겠지요?

 

 

* 단양쑥부쟁이

 

학명 : Aster altaicus var. uchiyamae

분류 :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

분포지역 : 남한강 바위늪구비, 도리섬, 삼합리의 강변 자갈밭과 모래땅에 제한적 자생

특징 :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 한국 고유종

1902년 수안보에서 최초로 발견된 이후 1937년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발표됨. 국화과의 두해살이 풀. 과거 단양에서 충주에 이르는 남한강변에 널리 분포했으나 1978~1985년 충주댐 건설로 강변이 수몰되면서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었다가 2005년에 남한강 중류 경기도 여주군 바위늪구비 습지 일대에서 군락지를 발견함. 현재 4대강 사업 대상지에 포함되어 있는 바위늪구비 습지와 도리섬, 삼합리 습지 일대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로 알려져 있음.

덧붙이는 글 | 이명아 기자는 환경연합에서 그린리포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환경운동연합에서 제공합니다


태그:#4대강사업, #4대강살리기, #단양쑥부쟁이, #남한강,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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