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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봄비라고 하기엔 다소 무거운 비가 내렸습니다. 젊은 넋들을 보내는 것이 못내 아쉬워 그렇게 무거운 비가 내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무거운 비의 흔적도 이내 아침이 밝아오니 풀잎에 작은 비이슬로 남아있습니다.

 

무거운 짐 모두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그대들의 길을 가시라고, 이슬방울처럼 영롱한 짧은 삶을 마감한 그대들 편히 가시라고 풀잎에 비이슬 맺혔습니다.

 

 

이번 봄에는 피어야할 꽃들이, 제대로 피었다가 떨어졌어야 할 꽃들이 제대로 피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고난은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지구상의 돌연변이 사람의 죄과를 그들이 지고 가는 중입니다. 그들이 지고가는 십자가의 실체를 보지 못하고, 오로지 인간중심적인 삶을 살아간다면 이제 그 고난은 그들을 넘어 인간에게로 밀려올 것입니다.

 

이미, 가난하고 약한 이들이 그 십자가를 지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똑바로 봐야할 것입니다.

 

 

여럿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거기에 행복이 있습니다. 행복이라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면, 그것을 추구할 이유도 삶의 목적이 될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미 맑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은 행복의 실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더 많이 가져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적게 가짐으로 행복에 도달했으며, 큰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작은 것을 추구함으로 행복에 도달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자칭 현대인들은 그들의 말이 논리적이지도 않고 과학적이지도 않다는 이유로 들으려하지 않습니다.

 

 

풀잎마다 작은 잎맥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작은 강입니다. 그들의 몸에 수액이 돌게하는 작은 강, 온 몸에 수액이 골고루 돌아 초록생명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 맺게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대지를 흐르는 강도 그렇습니다. 저 이파리에 새겨진 강을 보십시오. 직선의 강은 없습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시들지 않고, 꽃을 피우고 열매맺는 것입니다.

 

만일, 직선과 몇 개의 굵은 잎맥들로 살아가는 것이 더 좋았더라면 이미 오래전 잎맥은 직선의 몇몇 굵은 잎맥을 가진 이파리를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우리는 자연에서 배워야 합니다. 저 작은 이파리에 새겨진 작은 강에서 우리의 강을 어떻게 하는 것이 살리는 것인지를 배워야 합니다.

 

 

아침 햇살이 비추고, 바람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이제 이별할 시간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이제 또 새로운 시작입니다. 그들은 긴 여행길에 오를 것입니다.

 

저기 저 강까지, 바다까지 수백 수만 키로를 오직 낮은 곳으로 흐르는 그 하나의 방법만으로 이를 것입니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줄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세상을 품을 것입니다.

 

맑고 투명한 삶만이 세상을 품을 수 있는 법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로 세상을 품을 수 없으며, 맑고 투명하지도 않으면서 세상을 품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우리 사는 세상은 아픈 법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비이슬, #4대강,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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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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