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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능선과 계곡을 맨살로 드러냈던 주변 산이 요즘들어 새순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진달래꽃은 지천에 피어나고 나뭇가지마다 새잎이 우후죽숙처럼 돋아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산이 서서히 계절의 옷을 갈아입는 풍경이다.

연초록 새순에 붉은 진달래꽃이 만개하니 바깥 기온도 적당하고 해서 봄맞이 산행에 나서는 등산객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혹자는 겨울 산행을 제일로 손꼽기도 하지만, 겨우내 묵은 김장김치에 질린 입맛을 봄철 풋나물이 새롭게 돋아주듯, 봄철 산행도 그나름의 맛과 매력이 풍부하다.

요즘 서울 근교 산은 진달래꽃이 만개했다.
 요즘 서울 근교 산은 진달래꽃이 만개했다.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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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이 평소 건강관리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2년 전 겨울 남한산성 검단산을 지나 영장산 가는 종주길 능선 정상에 서 있던 비문에는 이런 글이 새겨 있었다. '몸이 병나고 아프기 전에 산을 가까이 하라'는 옛 사람의 충고.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산행은 건강은커녕 오히려 목숨까지 위태롭게 하는 경우가 많다.
   
방심한 상태에서 안전한 우회로 보다는 위험구간이나 통제된 샛길로 이동하다 생기는 낙상사고, 평소 앓고 있던 심혈관 질환 등에 의한 갑작스런 의식불명, 무리한 산행에 따른 탈진 등은 산행에서 항상 도사리고 있는 안전사고 유형이다.

지난 2006년 가을, 수락산 하강바위에서 목격한 추락사고 현장
 지난 2006년 가을, 수락산 하강바위에서 목격한 추락사고 현장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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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흙길로 이루어진 능선 오솔길보다는 바위로 이루어진 암릉구간에서 안전사고는 자주 일어난다. 지난 2006년 가을, 수락산을 올랐다가 대표적인 암릉 위험 구간인 하강바위에서 발생한 끔찍한 추락사고를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암릉 위험구간을 피해 안전한 우회로를 이용하지 않고 그대로 바위길로 이동하다가 50대 여성 한 명이 50미터 정도 추락해 의식불명 상태에서 구조헬기로 긴급히 후송되던 사고였다. 만일 안전하게 우회로를 이용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추락사고였다.

구조헬기에 환자를 견인하기 위해 준비 중인 구조대원들
 구조헬기에 환자를 견인하기 위해 준비 중인 구조대원들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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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오후, 수락산과 불암산을 차례로 종주하는 길에 구조헬기가 인명구조활동에 나선 또 다른 현장을 목격했다. 불암산 9부 능선 가까이 있는 깔딱고개 인근에서 긴급환자를 헬기로 후송하기 위해 구조작업을 펼치는 응급구조대원들을 만났다.

구조작업이 이루어지는 주변 등산로를 통제하던 한 구조대원에게 환자가 발생했던 상황을 물어보았다. 긴급 구조대상자는 평소 당뇨 질환을 앓고 있는 등산객이었다. 불암산 정상부근 암릉구간에서 갑작스럽게 신체에 응급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당뇨질환을 앓고있는 응급환자를 후송하기 위해 준비중인 구조대원들
 당뇨질환을 앓고있는 응급환자를 후송하기 위해 준비중인 구조대원들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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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상황이 발생하자 신고를 받은 노원소방소 구조대원 3명이 현장에 도착해 응급조치를 취한 다음, 환자를 헬기로 후송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구조헬기는 먼저 환자를 끌어올리기 위한 장비설치를 위해 구조대원 한 명을 현장에 낙하시킨 후 현장을 한바퀴 크게 순회한 후 다시 현장에 나타났다.

이후 과정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먼저 환자를 헬기로 올리고 난 후, 미리 헬기에서 내렸던 구조대원이 다시 헬기에 탑승하자 구조헬기는 현장을 떠나 병원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구조헬기가 도착한 후 약 10분여 만에 긴급환자 후송을 위한 구조작업이 완료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4월 24일 불암산에서 구조헬기가 인명구조하는 현장
 지난 4월 24일 불암산에서 구조헬기가 인명구조하는 현장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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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생한 응급상황은 평소 당뇨 질환을 앓고 있던 등산객이 신체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산행에 나선 결과로 보였다. 불암산은 해발고도 508미터 정도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정상 부근 암릉구간은 가파른 급경사 지역이다.

평소 서울 강북권 인근 주민들이 휴식이나 운동을 겸해 오르는 '마을 뒷산'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 곳이지만, 신체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산행은 어느 곳이든 위태로운 응급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현장이었다.

휴일에 서울 근교 산행을 하다보면 자주 구조헬기가 뜨는 광경을 발견한다. 준비되지 않은 산행, 무리한 산행은 자신은 물론, 주변에도 큰 피해를 안겨준다는 의미에서 자제해야 한다. 건강을 지키고자 나설 봄날 산행을 앞두고, 자신의 신체상태를 미리 점검하고 안전사고에도 유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불암산 산악 인명 구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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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불암산, #산악인명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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