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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트럭 뒤에 올라타고 마을을 누비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덜컹거리는 비포장 도로 위를 달리는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고급 외제차는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를 할 수 있도록 해 놨겠죠.

 

부산에서 오늘(27일) 어릴 적 꿈과 고급스러운 사치를 한꺼번에 실현시켜 준다고 해서 직접 찾아갔습니다. 부산관광개발이 지금까지 투어버스를 운행 해 오던 중 시내관광을 좀 더 실감나게 하려는 고객들의 요구를 수용해 2층 버스의 '뚜껑'을 확 열어 재꼈다는 것입니다.

 

일단 외형을 보니 고급 리무진 버스입니다. 두 대를 시험운행 하고 반응을 본 후에 추가로 증가하겠다고 합니다. 공사에 따르면 심심한 관광을 탈피하고 다양한 멀티 관광을 체험할수 있다고 하는데,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고 DMB 시청도 가능하며, 외국어 통역 서비스까지 제공한다고 합니다.

 

 

 

사실 시내투어를 하면서 인터넷을 할 사람이 누가 있으며, 바깥 풍경 보기도 바쁜 와중에 DMB를 시청할 사람은 또 누가 있을까요?  그래도 나름 고객서비스를 신경 썼다는 점은 인정해 주고 싶습니다.

 

우선 코스는 기존의 시티투어 2층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주로 해운대, 광안리, 누리마루, 부산역, 금련산, 국제시장, 을숙도 등 부산 전역을 두루 다닐 수 있도록 짜여 있습니다. 코스별로 선택해서 시간을 확인한 후에 탑승하면 된다고 하는군요.

 

오픈탑 버스, 승차감은 만족스럽지만 돌풍에 취약해

 

런던이나 유럽에서 간혹 2층 오픈탑(뚜껑이 없는) 버스가 시내를 다니는 장면을 보기는 했는데, 막상 부산시내에서 이런 버스를 타 볼 수 있다는 게 마음 설렙니다. 허남식 부산시장을 비롯해 구청장들과 제종모 시의회의장 등 부산의 주요인사들이 참석한 이 날 시승식은 부산역 광장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천안함 분향소 관계로 벡스코로 옮겨서 진행했습니다.

 

허 시장은 인사말에서 "부산이 시티투어를 국내 최초로 시도해 관광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큰 인기를 끌었던 사례를 이어나가기 위해 이번에 더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에서 오픈탑 두 대를 가동하게 된 점 기쁘게 생각한다"며 "부산의 시원한 바닷바람과 아름다운 절경, 그리고 시민들의 삶의 모습을 버스 위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시승식이 열린 시각에 바람이 심하게 불어 가림막이 떨어질 뻔 하기도 했습니다. 시승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은 신기한 듯 서로 웃으며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시내를 통과 할 때는 신기한 듯 바라보는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습니다.

 

유리창 없앤 소통의 버스, 부산에 어울릴까?

 

일단 탑승해 봤습니다. 올라가는 계단은 앞과 중간에 두 군데가 있으며, 운전석은 1층에 있고 2층은 운전석 위치까지는 지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의자는 비가 올 때 젖지 않도록 플라스틱 재질로 돼 있으며 배수시설을 해 놓고 있습니다.

 

좌석은 총 42석입니다. 대신 1층은 12석의 안락의자를 갖추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관광객들은 대부분 2층을 원할테니 1층에 많은 좌석이 있을 필요는 없겠지요. 2층에 오르면 안전벨트를 모두 착용해야만 버스가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거듭 나옵니다.

 

시승은 벡스코를 출발해 광안대교를 지나 광안리 바닷가를 거쳐 다시 벡스코를 돌아오는 약 30분에 걸쳐 이뤄졌는데, 실제 코스는 도심순환 코스, 해운대 코스, 태종대 코스, 을숙도 코스, 그리고 야경 코스 등으로 나누어 선택 가능하다고 합니다.

 

문제는 바람이었습니다. 광안대교는 평소에도 강풍이 불기로 유명한데, 이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달리는 게 위험해 보였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안전입니다. 속도를 내지는 않지만 2층 좌석이 플라스틱 재질로 돼 있기 때문에 작은 충격도 몸으로 직접 받아야 하는 점이 위험해 보였습니다. 굳이 플라스틱과 같은 딱딱한 재질이 아닌 방수가능한 재질로 할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오픈탑 버스, 코스...이보다는 관광 인프라가 먼저

 

시승을 마치고 느낀 점은 참 색다른 체험이라는 것입니다. 바람을 맞으며 지나는 행인들과 손인사를 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도 처음 보는 버스니까 신기해 하는 것일 뿐, 시간이 지나면 누가 버스 위의 관광객들에게 신경을 써 주겠습니까.

 

따라서 좋은 코스도 만들어야 하고, 중간 중간에 들르는 관광지와 명소도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투어를 단순히 투어로만 끝내지 않도록 이벤트를 만드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서비스가 되겠지요.

 

근본적으로는 부산시 시내도로의 공기가 썩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버스투어 그 자체만으로도 색다른 관광체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아무튼 부산시에서 시작한 오픈탑 관광버스, 공기 좋고 경치 좋은 전국의 관광지에서도 시도해 볼 만 합니다.


태그:#부산시티투어, #시티투어, #부산관광, #오픈탑, #2층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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