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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대전 유성구의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영어가 포함된 동명칭을 사용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대부분 이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박성효 대전시장은 "자치구의 고유권한"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오마이뉴스>와 <시티저널>·<데일리안>은 공동으로 한나라당 박성효 현 대전시장과 민주당 김원웅 예비후보, 자유선진당 염홍철 예비후보, 진보신당 김윤기 예비후보 등 4개 정당 대전시장 예비후보들에게 유성구의 '관평테크노동' 명칭 사용에 관한 정책질의서를 발송, 그 답변을 받았다.

 

그 결과 박성효 현 시장을 제외한 3명의 후보들은 모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남아있는 대전시의 행정절차를 총동원해 이를 막을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박 시장은 "행정동의 명칭을 정하는 것은 자치구의 고유권한"이라면서 '유보' 입장을 나타냈고, 남아있는 대전시의 행정절차에 대해서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구의회가 의결한 사항에 시장후보가 이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가장 먼저 '외국어 동명칭 사용에 대한 후보의 의견을 말해 달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성효 대전시장은 답변서를 통해 "자치구의 행정동 명칭과 구역의 지정은 지방자치법 제4조제5항의 규정에 의거 해당 자치구의 조례로 정하도록 되어 있는 '기초자치단체의 고유권한'"이라면서 "다만, 행정동의 외국어 표기는 한글선양 정신함양과 국민정서 등을 감안하고 지역특성과 주민 편리성 등을 고려하여 자치구청장이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신중히 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김원웅 예비후보는 "외국어 동명사용에 대해 반대한다"면서 "유성구의회가 '관평 테크노동'으로 명명하는 조례를 의결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의 동명들이 대부분 일제 강점기의 잔재라서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불편한데, 여기에 더해 영어동명까지 사용하는 것은 그 지역의 환경성과 역사성,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결코 찬성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자유선진당 염홍철 예비후보는 "아름다운 우리말이 얼마든지 많고 또한 특정지역을 대표하며 그 지역의 역사성을 포함할 수 있는 동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진보신당 김윤기 예비후보도 "외국어 동명칭 사용에 반대한다"면서 "일부 찬성하는 구의원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글로벌시대'에 걸맞은 명칭이라고 하는데, 진정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과연 그 지역을 외국에 선 보이기 위해 '테크노동'이라고 했는지..."라고 밝혔다. 이는 '테크노동으로 해야 아파트 값이 올라간다'는 찬성 측 일부 속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전시장이 되면?... 박성효 '유보'-김원웅·염홍철·김윤기 '철회토록 노력'

 

두 번째 질문은 '대전시장에 당선되면 유성구의회가 통과한 '관평테크노동'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박성효 시장은 "자치구의회가 정한 조례안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는 경우 광역단체장이 재의요구 등 행정적 조치를 취할 수는 있으나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판단된 때'로 그 조건을 극히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구민의 대의기관인 구의회 의결로 정하여진 사항에 대하여 광역단체장후보가 의견을 제시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사실상 문제제기할 수 없다는 뜻을 나타냈다.

 

김원웅 예비후보는 "대전시는 지난해에도 주민들의 민원에 의해 삼천동을 둔산3동으로 바꿨다"면서 "대전의 상징인 대전천과 유등천, 갑천이 만난다고 하여 지어진 '삼천동'을 주민불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역사성을 무시한 채 바꿔버린 철학이 없는 행정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전시는 지금이라도 지명이 갖는 의미를 잘 새겨 영어동명을 철회토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염홍철 예비후보도 "외국어 동명 사용이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종 결정단계에서까지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기 예비후보는 "외국어 동명칭 사용은 옳지 않은 것이기에 반드시 승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세 번째 질문으로는 '향후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재방방지대책'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박성효 시장은 "행정동 명칭에 외국어를 표기하는 것에 대한 재발방지 등의 대책을 위해서는 국회에서 법령상 제도적 보완 내지는 중앙부처에서의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중앙부처에서 이에 대한 후속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원웅 예비후보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전지역의 역사, 문화에 대해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이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가겠다"면서 "특히 교육청과 협의하여 우리아이들에게 우리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교육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염홍철 예비후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의 의견을 얼마나 성실히 청취하고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느냐라고 생각한다"면서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협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체계를 수립하고 실천함으로써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울러 우리말과 글, 문화전통을 소중히 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일깨울 수 있도록 시민여러분과 함께 고민해 올바른 해답을 찾아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윤기 예비후보는 "내 고장의 고유 지명과 그 유래를 잘 홍보하여 아름다운 우리말로 형성되어 있는 고유지명에 대하여 주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태그:#대전시장 선거, #박성효, #김원웅, #염홍철, #김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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