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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이 제주도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하여 지난해 강정마을회가 제기했던 행정 소송이 판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해군이 안전기원제라는 이름으로 "변형된 착공식"을 강행하려하자 해군기지 반대단체들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해군을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19일 해군기지사업단 관계자는 오는 28일에 강정마을 해군기지 예정지에서 해군과 공사업체 관계자들이 모여 안전기원제와 더불어 착공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법원에는 해군기지 건설 사업과 관련하여 강정마을회에서 제기한 세 건의 소송이 진행중이다. '국방군사시설실시계획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 집행정지 청구소송' 등 두 건의 행정소송과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 9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이 그것들이다.

 

판결을 앞두고 있는 '국방군사시설실시계획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마을회 측 변호인단은 승소를 장담하는 상황이다. 해군기지가 추진되는 과정에 필요한 주민 설득 및 동의, 사전환경성 검토, 환경영향평가 심의 등의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그간 강정마을회와 제주도는 법원이 국방군사시설실시계획에 대해 취소 판결을 내리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해군에 행정소송이 끝난 후에 착공을 진행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강정마을회와 제주도의 이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해군측은 "소송 때문에 한없이 시간을 허비할 수 없어서 … 4월 말 착공 계획에 따라 실시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해군기지 착공을 강행하려는 해군의 의도가 확인되자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 등이 강정마을회와 더불어 기자회견을 열고 결사저지의 의지를 밝혔다.

 

천주교제주교구 평화의섬특별위원회, 강정마을회, 법환어촌계,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모임, 제주군사기지범대위는 23일 오전 11시에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미리 배포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자국의 국민 앞에서 마치 점령군 행세하듯 하는 해군의 모습을 보며 어떠한 믿음도 가질 수 없고", "행정 절차가 끝났으니 앞뒤 가릴 것 없다는 식의 오만함과 일방주의 앞에 분노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기공식을 시도하다 저항에 부딪히자 이를 슬그머니 생략하고 공사업체들을 앞세워 착공딱지(안전기원제)를 붙이려는 해군의 모습은 끝까지 졸렬"하고, "계류 중인 행정소송 선고를 앞두고 서울의 유명로펌을 기용해 재판을 연기시켜놓고서는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없다'는 짜맞추기식 행보를 펴는 해군의 모습은 국민을 경쟁의 대상으로 삼고 싸우려는 집단 논리"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해군이 추진하는 안전기원제는 '병형된 착공식'에 다름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이대로 기지건설 착공이 강행된다면 뜻을 같이하는 모든 도민들과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 도중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나누는 과정에서 천주교 제주교구를 대표 해서 나온 고병수 신부는 "해군기지 현안에 침묵하는 후보들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기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고병수 신부는 "천주교 제주교구는 착공 예정일 이틀 전인 26일부터 강정마을 현지에 천막을 치고 지역 관할 현성훈 신부가 중심이 되어 주민들과 함께 미사를 드릴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해군이 만약 해군기지 착공을 강행한다면 도내 천주교 신자들과 더불어 이에 대응할 것이며, 현안에 침묵하는 모든 후보들에게는 낙선운동을 포함한 특단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또,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 소속 이정훈 목사는 천안함 유족들의 아픔을 거론하며 해군의 비겁한 태도를 질타하기도 했다. 이정훈 목사는 "지금은 천안함 침몰 사태로 유족들과 국민들이 슬픔에 잠겨 있을 때"라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국민들의 관심이 천안함 사건에 쏠려있는 때에 해군이 뒤에서 업체들을 동원해 기원제를 사주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태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천안함 인양이 끝나고 군인들 장례식이라도 치르고 사고 원인이라도 제대로 밝혀낸 이후 일을 처리하라"고 해군당국을 질타했다.

 

제주도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강창일·김우남·김재윤 국회의원 세 명도 23일 공동 성명을 발표해 기공식 연기를 주장했다.

 

이들은 "해군기지건설은 서두를 문제가 아니며,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 하던 밀어붙이기식 방법으로는 해군기지 건설이 제대로 될 수 없다"며 "해군기지가 성공적으로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의 합의와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강정마을, #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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