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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사 경선 방식을 둘러싼 대립으로 좌초한 야권연대 협상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중재 노력이 다시 시작됐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상근 목사(615공동선언실천 남측본부 상임대표), 오종렬 진보연대 상임고문, 박영숙 전 여성재단 이사장 등 시민사회 원로들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야권연대 협상 복원 문제를 논의했다. 백낙청 교수가 논의 결과물의 하나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왔다. <편집자말>

이미 보도된 대로 2010 지방선거에서의 정치연합을 위해 야4당이 진행하고 시민사회 4개 단위가 자리를 같이해온 협상이 지난 21일로 결렬되었습니다. 

 

정치연합을 통해 현 정권의 일방통행식 전횡을 심판하고 견제할 것을 열망해온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렸습니다. 지난 1월 12일 야5당 대표들을 초청하여 야권연대를 주문하면서 협상과정에 시동을 걸었던 당사자들로서 국민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협상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3개월 넘게 진행되었고 타결 일보직전까지 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고하신 협상팀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특히 이만큼이나마 오기까지 시민사회측 참여자들의 역할이 컸고 한국의 시민사회가 많이 성장했다는 자부심도 느낍니다. 하지만 타결을 강제할 실력에는 미달한 것이 사실입니다.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시민 후보 입장 번복이 결렬에 결정적

 

 

결렬을 부른 결정적인 쟁점은 경기도 지사후보 경선방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직접적인 계기는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후보가 시민사회의 중재안을 수용할 것을 공언해놓고도 마지막에 입장을 번복한 사실이었다고 판단합니다.

 

개인에 관한 시비를 떠나 일부 소수정당에서는 제1야당의 행태를 심판하는 일을 정권에 대한 심판보다 앞세우려는 정서가 있는 듯합니다. 사실 우리 자신도 국민들의 반MB정서에 기대면서 정치연합 없이도 저절로 얻을 수 있는 약간의 성과에 만족하려는 민주당의 자세에 분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세는 국민의 지탄과 응징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개인적 견해입니다만, 정권심판을 못하더라도 민주당 심판부터 하고 보자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발상이며 이명박정권의 본질과 현시국의 엄혹함에 대한 역사적인 판단오류입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 국민과 시민사회가 당면한 어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야권이 부족한대로 연합을 성사시켰다면 연합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비교적 쉬운 길을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반MB'를 하되 야권연대를 저해하는 세력에 대한 응징을 수반하는 정교한 반MB, '똑똑한 반MB'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일이 더 힘들어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고, 오늘날 그럴 수 있을 만큼 현명한 국민들이 많아졌다고 믿습니다.

 

포괄적 연합 안돼도 다양한 연대방식 시도해야

 

현 시점에서는 우선 다음 몇가지 사실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으면 합니다.

 

첫째, 그동안 세칭 '4+4회의'에서 추진해온 전국 차원의 포괄적 선거연합은 실패했지만 4월 20일 시점에서 협상대표들이 합의하여 문서로 남긴 내용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지역단위에서 자발적으로 이룩된 연합에 대해서는 각 정당도 추인하겠다는 자세입니다. 이러한 밑으로부터의 움직임이야말로 우리가 애초에 주장했던 연합에서의 '시민참여 원칙'을 실현한 소중한 성과이며, 앞으로 더욱 촉진되고 확산될 것을 기대합니다.

 

둘째, 야5당의 정책연합도 선거연대협상의 실패로 발표가 안 되었을 뿐이지 정책협상팀에서 실질적인 합의를 이루어놓은 상태입니다. 이렇게 합의된 정책연합의 원칙은 앞으로 모든 연합 내지 단일화 과정에서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포괄적 연합이 안 되더라도 지역별 연합, 선거별 연합, 또는 전국적 연대가 가능한 당끼리의 연합 등 온갖 연대방식을 시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사회가 이 과정에 기여하는 방식도 훨씬 다양해질 것입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올해의 정치연합이 단순한 지방선거 전략이 아니라 2012년의 총선과 대선, 아니 2013년 이후의 국정운영을 준비하는 한국정치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식해왔습니다. 그랬기에 이번의 협상결렬에 대한 우리의 실망과 분노가 크고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안 나왔다고 해서 이대로 물러서지는 않겠습니다. 긴 안목으로 연합정치의 터전을 닦는 것은 물론,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의 지혜가 발휘되도록 우리의 발언과 행동을 계속할 것입니다.


태그:#유시민, #백낙청, #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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