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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KBS 쿨 FM <윤상의 팝스팝스> DJ로 돌아온 윤상
 8년 만에 KBS 쿨 FM <윤상의 팝스팝스> DJ로 돌아온 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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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마담'이 돌아왔다. 수려한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수다스럽다가도 나긋나긋한 말투와 섬세한 진행솜씨로 청취자들을 녹여(?)내던 'DJ 윤상'말이다.

지난 2003년 음악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그가 7년간의 유학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 마이크에 앞에 앉았다. DJ(디제이)로는 8년 만이다. 그가 진행하게 된 프로그램은 KBS 쿨 FM(89.1㎒) <윤상의 팝스팝스>(이하 <팝스팝스>).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팝 전문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을 시작한 지 3일째인 지난 22일 점심시간을 맞이한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여의도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이제 막 방송을 끝낸 그를 만났다. 유명인사(?)와의 인터뷰는 처음이라 살짝 당황한 '초짜 인터뷰어'를 위해,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볼륨을 낮춰주길 부탁하는 자상한 모습. 윤상의 첫인상이었다. 

윤마담이 돌아왔다... 8년만에 DJ 복귀한 윤상

윤상이 복귀작으로 선택한 <팝스팝스>는 '80~90년대 팝음악 전문 방송'을 표방하고 있다. 애초 기획됐던 '70~80년대 올드팝 프로그램'이라는 콘셉트는 방송이 시작된 후 그의 요청에 의해 '80~90년대 팝음악을 주로 다루고 70년대와 2000년대의 음악들을 조금씩 가미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MBC <윤상의 음악살롱> 이후 8년 만에 라디오로 돌아온 느낌을 물었다.

"8년 정도 DJ를 안 한 건데 오히려 중간에 쉬었다는 느낌이 안나더라고요. 91년에 <윤상의 밤의 디스크쇼>라는 프로그램으로 DJ를 처음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7년 정도 한 거 같아요.

DJ라는 게 거의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이다 보니까 오랜만에 마이크 앞에 앉아도 낯선 건 별로 없어요. 대신 사연을 보내주던 팬들이 애 엄마, 애 아빠가 되어있다든지, 내가 앉아있는 기분은 그대로인데 사람들이 바뀌어있는 그런 게 신기하죠. 또 우리세대는 당연히 들어보고 익숙한 음악들을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르거나 처음 들어본다는 이야기를 할 때 아,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기분만으로 얘기를 하면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거 같은 느낌이에요."

그가 유학을 가 있는 동안 'DJ 윤상'을 기다리던 팬들이 적지 않았다. 방송 3일째, 청취자들의 반응을 묻자 그는 "반응은 굉장히 좋아요, 오히려 걱정했었는데 예전엔 엽서나 이런 걸 사용했지만 요즘에는 실시간으로 확인이 되다보니 굉장히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시는 게 느껴져요"라고 답했다.

최근 들어 접하기 힘들어진 팝 전문 프로그램을 맡은 이유에 대해 그는 "먼저 연락 온 순서대로 선택한 거예요"라며 웃었다. 방송국 측에서 먼저 콘셉트를 제시했고 현재 맡고 있는 교수직(상명대학교 대학원 뮤직 테크놀로지학과 초빙교수)과 병행하기에도 부담이 덜해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른바 프라임 타임을 벗어난 11시라는 시간대 그리고 팝 전문이라는 콘셉트가 갖는 비교적 낮은 '상품성'으로 인한 청취율 부담은 없을까?

"청취율에 대한 부담은 그다지 없고요. 관심을 가져주시면 고마운 거죠. 제가 중·고등학교  때만해도 라디오에선 팝프로가 90%정도였는데 지금은 팝음악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라디오에서 많이 빠져나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을 하면서 그런 사람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해보는 거죠."

"음악전문 DJ로 '팝 황금기' 음악 들려주고 싶어" 

<윤상의 팝스팝스> 홈페이지
 <윤상의 팝스팝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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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중음악 시장에서 팝음악이 정점에 달했던 때는 80~90년대다. 시장에서 꽤 영향력을 발휘했던 팝 음악은 2000년대 들어서 가요에 그 자리를 완전히 넘겨줬다. 그 때문에 라디오나 TV에서 팝음악을 접하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시간대별로 자리 잡고 있던, 팝음악을 다루던 라디오 프로그램들도 이제는  MBC <배철수의 음악캠프> <김기덕의 골든디스크> ( 4월 26일부터 <이상은의 골든디스크>로 개편됐다) 등 손에 꼽을 정도만 남아있는 상황이 돼 버렸다.

"시대상황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불만은 없어요. 사람들이 그만큼 가요를 사랑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전문적인 팝 프로가 부담스러워진 것일 수도 있고.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상황이 <팝스팝스> 같은 프로그램이 생겨나는 배경이 되는 거 같고요. 그래서 이번엔 저도 가볍게 해보려고 해요. 활기찬 오후시간을 준비하기 위한 전초전 같은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주타깃인 30~40대 청취자들이 라디오를 들으면서 추억에도 잠겨보고 하는 그런 즐거움을 (주기)위해서죠."

유학기간을 제외하면 그는 꾸준하게 라디오 DJ를 해왔다. 뮤지션으로서의 활동과 더불어 그의 이력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라디오 방송이다. 그를 꾸준히 마이크 앞에 앉게 한 라디오의 매력은 무엇일까?

"라디오의 매력은 간단하다는 거죠. 틀면 나오고 돌리면 채널이 바뀌니까. 자기가 굳이 신경을 안 써도 누군가 열심히 준비한 선곡을 듣는 거죠. 수없이 많고 다양한 음악들을 필터링해서 들려줄 수 있는 사람들이 시간대별로 배치되어 있는 게 라디오인데, 지금은 '비음악인'들이 라디오에 너무 많이 있어요.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나와서 하는 이야기를 듣다가 음악은 간간이 듣고 싶어 한다는 거죠. 그런데 저는 그런 DJ가 될 수도 없고 그냥 음악 전문 DJ로 하루 1시간정도, 80~90년대의 음악을 중심에 놓고 그 이전과 그 이후의 음악을 잘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싶은 거죠."

윤상이 말하는 80~90년대 팝 음악은?

80~90년대는 팝음악의 황금기였다. 80년대는 마이클 잭슨을 필두로 마돈나, 프린스, 아하, 왬, 듀란듀란, 본조비, 폴리스 같은 걸출한 팝스타들이 탄생한 시기였다. 댄스음악 열풍에 불을 지핀 블론디나 보니엠 등을 비롯해 전국의 '롤라장'을 들썩이게 했던 모던토킹까지. 그리고 아바, 보스턴, 시카고, 비지스 등 이전부터 활동을 해온 거장들이 80년대 팝음악이 황금기를 이루는데 한몫을 담당했다.

90년대에도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같은 대형 스타들이 등장했다.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 스팅은 90년대 들어 거장의 반열에 들었고 R&B와 힙합 등의 흑인음악들이 큰 인기를 누렸다. 너바나를 비롯한 얼터너티브록의 유행과 영국 출신의 라디오헤드, 오아시스 등도 빼놓을 수 없다. 80~90년대 팝음악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그 이전 세대를 압도할만한 영광의 시대를 누렸다.

80~90년대는 라디오의 전성기이기도 했다. 무수히 많은 청소년과 젊은 세대들이 라디오에 열광했고 수많은 라디오 스타들이 탄생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의 라디오는 80년대 말 부터 90년대까지 수많은 국내뮤지션들의 음악적 자양분이 되었다. 윤상이 말하는 80~90년대 라디오와 팝음악에 대해 들어보자.

"청소년들이 FM(에프엠) 음악프로를 건국 이래 가장 많이 청취한 시기가 80년대였을 거
예요. 그 이전세대는 또 다른 이유로 라디오를 접하기 어려웠고 팝음악에 대해서도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하고 소비하는 세대가 아니었죠. 80년대에 팝음악을 듣던 세대들, 라디오를 듣고 자란 세대들이 가요계에서 80년대 말부터 90년대까지 굉장히 큰 호응을 받았어요. 저도 그 세대 중 하나고. 그 시대를 흔히 가요계의 황금기라고 하는데 그 사람들이 바로 라디오가 키워낸 음악가들이라고 생각해요."

김현식, 들국화, 유재하, 김현철, 유영석, 윤상, 신승훈, 김건모. 지금까지도 대중음악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들은 모두 80년대 말~90년대 가요의 부흥기를 주도했던 뮤지션들이다. 그들은 모두 열렬한 '라디오 키즈'였고 팝음악을 바탕으로 우리 대중음악을 풍성하게 일구어온 '팝 키즈'였다.

"아이돌 그룹 멤버의 솔로곡도 준비중이에요"

미소년에서 미중년으로
 미소년에서 미중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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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음악인 윤상'의 근황이 궁금했다. 윤상은 1990년에 데뷔해 '이별의 그늘', '한걸음 더', '가려진 시간 사이로' 등 세련되고 도시적인 분위기의 히트곡들로 90년대 최고의 가수가 되었다.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 이승기의 리메이크로 더 유명해진 황치훈의 '추억속의 그대' 작곡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유학생활 틈틈이 음악작업(KBS <누들로드> OST, 정규 6집 앨범, 윤상 Song Book 등)과 몇 차례의 공연을 통해 음악적 감각을 유지했다는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살짝 귀띔해 주었다.

"올 연말쯤에 데뷔 20년을 맞이해서 팬들을 위해 뭔가 기념해야 하지 않을까하고 고민 중이에요. 음반이 될지 공연이 될지 모르지만 떠들썩하게 하고 싶진 않고요. 새 음반 준비도 시작할 생각이고. 그밖에는 영화음악이나 크고 작은 제의들이 오고 있는데 학교 수업과 병행 할 수 있는 걸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 중 누군가가 솔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거기도 곡을 줄 예정이고요."

그 아이돌 멤버가 누군지 궁금했지만 그는 "여기까지입니다"라며 살짝 웃었다. 자신이 데뷔했을 20년 전에는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갓난아기였을 아이돌 스타와의 작업도 마다 않는 그는 스펙트럼이 넓은 뮤지션이었다. 수많은 음악인들과의 교류와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극과 연구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해 가는 '음악인 윤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음악가로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어요. 제가 먼저 흥미를 잃지 말아야 겠다는 의미에서 공부를 한 건데 내가 할 줄 아는 게 많아져야 내가 원하는 음악들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지금이 음악하기 가장 자유로우면서 가장 힘든 시대잖아요.

전 평생 음악만 하고 싶고 DJ나 교수를 안 해도 음악만 해서 멋지게 나이 드는 뮤지션이 되고 싶은데, 그건 제 욕심만 채우는 거 같아서 90년대 특혜를 누렸던 대중음악가 중 하나인 제가 수혜를 입은 입장에서 정보나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어요.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거고 라디오 프로를 하는 것에도 내가 받은 만큼 베풀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어느 정도 들어 있는 거고요."

"팝음악 경험해봤던 사람들 감성과 추억 자극하는 게 목표"

잊혀지지 않는 음악가가 되기 위해, 스스로 발전하는 음악가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유학을 결심했다는 그는 자신이 이룬 음악적 성과를 주변과 어떻게든 나누고 싶어 했다.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었고 어떻게 해야 히트를 할 것인지 알면서도 '정체'되지 않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 그의 표현처럼 음악가로 살아남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진화를 선택한 '음악인 윤상'이었다.

인터뷰 내내 기자와 눈을 맞춰주며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하게, 아직은 인터뷰가 어설픈 기자의 우문에도 현답으로 답해주는 윤상은 그의 표현처럼 틀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간단한 라디오의 모습이었다.

8년을 떨어져 있었지만 어디서든 틀기만 하면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올 것 같은 친숙함이 DJ 윤상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듯했다. 데뷔초의 미소년에서 어느덧 미중년이 된 윤상. 그의 목소리가 미노년(?)이 되어도 언제 어디서든 틀기만 하면 흘러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윤마담'의 복귀를 열렬히 기다렸던 팬들에게 윤상이 보여줄 <팝스팝스>의 모습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동안 사는 게 바빠서 청소년 때 뭘 듣고 살았는지도 잊어버린 사람들, 팝음악을 한번이라도 경험해봤던 사람들의 감성과 추억을 자극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한참 팝음악이 인기를 얻었던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냈던 사람들이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도 '떡볶이 집 DJ'보다는 기름기를 빼서, 하지만 너무 전문가적인 느낌이라기보다는 같은 시대에 음악을 같이 즐겼던 세대로서, 좋은 음악 들려드리고 싶어요."


태그:#윤상, #팝스팝스,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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