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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에 대한 탐구로 일관했던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B와 D사이의 C이다'라고 정의했습니다. B는 'birth(탄생)'이고 D는 'death(죽음)'이며 C는 choice(선택)'입니다. B와 D의 스펠링 순서는 눈과 속눈썹의 거리만큼이나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것의 거리가 결코 간단치 않는 것은 C가 있기 때문이지요.

 

B와 D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이 없습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가능한 것은 C뿐입니다. 그렇지만 올바른 C를 방해하는 장애물들이 즐비합니다. 관습과 관행, 명예와 명성, 종교와 문화, 혈연과 지연 등 모든 것이 주체적 선택을 방해하는 허들(hurdle)들입니다.

 

초상화는 한 개인이 그동안 어떠한 선택을 해왔는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리트머스가 될 수 있습니다.

 

모티프원의 공용 화장실벽에는 과하지 않은 나무 조각으로 프레임이 된 거울이 있습니다. 그 거울 앞에 서면 자신의 모습이 30호 정도의 크기로 거울에 비쳐지게 됩니다. 저는 그 거울 아래에 '당신의 모습이 가장 위대한 초상화입니다'라는 태그를 붙였다가 너무 설명적이라 떼어냈습니다.

 

우아한 나무액자에 거울유리를 담은 저의 의도는 그 거울에 비쳐진 자신의 초상화 즉 '자화상'을 보면서 지금까지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에 대해 뒤돌아보았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단 한순간도 C를 피해갈 수 없는 하루하루의 연속에서 이 선택이 자신에게는 이롭지만 자신이 속한 그룹의 전체에게는 퇴보를 가져올 선택이었는지, 자신에게는 유리하지 않다 하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는 덕이 되는 선택이었는지, 같은 결과를 낳더라도 자신의 수고로움이 동반되는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상대의 노고를 바탕 삼는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자취와 자국이 땅의 지층처럼 퇴적되어 있는 모습이 현재의 얼굴일 터입니다.

 

현재의 자신의 얼굴은 이처럼 스스로의 의지가 반영된 선택의 이력이고 거울 속에 비쳐진 자신의 얼굴은 이 스스로의 선택들로 말미암은 스스로 그린 자화상일 것입니다.

 

어제,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된 우리만화연대의 회장을 맡고 계신 이동수 만화가께서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가지고 계신 붓펜으로 저의 초상을 크로키해주셨습니다.

 

 

자화상은 주관적인 자신의 모습이라면 타인이 그린 특정인의 초상은 객관화된 그 개인의 모습일 것입니다.

 

저는 저의 모습이 담긴 그 크로키를 보면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자문해 보았습니다.

 

"너는 지난 세월 동안 어떤 선택을 해왔느냐? 앞으로는 선택 앞에서 어떤 기준을 가질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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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자화상,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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