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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5일. 쌍용 자동차 공장
▲ 삶을 위한 투쟁이 전쟁으로 2009년 8월 5일. 쌍용 자동차 공장
ⓒ 노동과 세계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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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지붕 위에서 노동자들이 검은 옷의 전경들에게 쫓기고 있다. 왼쪽 귀퉁이에서는 한 노동자가 네 명의 전경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 조금 앞에서도 한명이 전경에게 제압당했다. 나머지는 반대편으로 뛰어 도망가는 중이다. 자동차 공장의 높은 지붕에는 안전망도 없다. 뛰어본들 이들에게 살 길이 있을까? 하긴 다른 살길이 있었다면 저 지붕위에 올라가지도 않았을 터다.'

작년 8월 쌍용자동차 노조의 파업을 진압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 앞에서 한참을 서 있으며 든 상념들이다.

사진 한 장은 참으로 많은 것을 말해준다. 말로는 다 못할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니 때로는 할 말을 잊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루이스 하인은 "글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라면 굳이 무거운 사진기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말했던가?

사진전 포스터
▲ 국민, 대한민국을 찍다. 사진전 포스터
ⓒ 문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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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새언론포럼이 주최하는 '국민, 대한민국을 찍다'(부제: '2008~2010 언론노동자·시민사진전')가 열리는 프레스센터 서울갤러리를 찾았다. 용산참사, 쌍용차 파업 그리고 촛불집회까지 MB정부 2년간 벌어진 일들이 사진 한장 한장에 담겨서 전시되고 있다.

이번 사진전의 전시작들은 언론사 기자뿐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포함한 1100여장의 사진 중에서 엄선했다. 다양한 주제의 다양한 시선이 모여 있다. 예술사진전과 다르고, 보도사진전과도 다른 색다른 매력의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렌즈는 진실만을 말한다고들 하는데 요즘은 정치쇼를 진실인양 찍어서 내보내는 언론들도 있다."

전시회를 찾은 권영길 의원의 말이다. 

지난 2월,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주최한 '국민과 함께한 2년'이라는 제목의 '홍보 사진전'이 열렸다. 공개된 사진들에는 '정말' 국민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대통령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기획된 이번 사진전에는 대통령의 얼굴이 없다. 국민과 함께 있는 것은 험악한 표정과 복장의 경찰, 혹은 사람도 아닌 '명박산성'이다.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2년을 보냈다고 하는데, 국민들은 '경찰과 함께한 2년'을 보냈다 한다.

언론노동자, 시민 사진전 중에서
▲ 국민, 대한민국을 찍다 언론노동자, 시민 사진전 중에서
ⓒ 문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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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희생자 노제사진을 보다가 옆을 보니 사진 속 인물이 서 있다. 전시를 찾은 용산 희생자 고 윤용헌씨의 유가족 유영숙씨다. 그는 한참을 참사 사진 속, 남편의 목숨을 앗아간 시뻘건 불길을 바라보고 있다.

국민, 대한민국을 찍다 사진전에서
▲ 용산 희생자 유가족 유영숙님 국민, 대한민국을 찍다 사진전에서
ⓒ 문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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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민주노동당 서버 압수수색 사진 속에서 경찰들에게 포위되어 있는 이정희 의원, 가족이 보는 앞에서 강제 연행되는 사진 속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하긴, 촛불집회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진에는 수십만 명의 국민이 등장하니, 사진 속 피사체를 직접 전시회장에서 만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터다.

출입기자들이 연 전시회의 사진 속 누군가는 이 사진들을 멋진 액자에 넣어 잘 보이는 곳에 전시할 것이다. 하지만 언론노조의 이번 전시회 사진은 너무 슬프고 분노스럽다. 그래서 사진에 나온 것을 위로하고 서로 다독여줘야 한다. "지난 2년간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라고.

이 전시회는 21일까지 열린다.


태그:#언론노조, #용산, #4대강,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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