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4월 10 ~11일 양일에 걸쳐 '대학생기자 및 총학생회장단 4대강 현장 답사'가 운하반대교수모임과 대한하천학회의 주최로 열렸었다. 이 행사에 대한하천학회 이원영(수원대 국토미래연구소장)교수, 허재영(대전대학교 토목공학과)교수, 천성산 도룡뇽으로 유명한 지율 스님 등이 대학 사회에 4대강 문제를 알리기 위해 직접 대학생과 함께하였다.

 

평소 언론과 방송을 통해 4대강 사업의 문제에 대해 공감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강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서는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대학교 신문의 기자도, 총학생회도 아니지만 환경단체 아는 분을 통해 대학생 4대강 현장 답사를 신청하여 낙동강에 다녀왔다.

 

낙동강에서 모래사장을 보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2시간 이후 도착한 곳은 경북 예천군의 회룡포와 내성천이었다. 회룡포 라는 곳이 낙동강에 있다는 것을 방송에서 본 듯한 기억이 있는데 버스 안에서 너무 깊은 잠을 자서인지 여기가 바다인지 강인지 헷갈렸다.

 

회룡포가 바다인지 강인지 헷갈렸던 이유는 강물 근처에 바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놀라운 광경에 넋놓고 길을 걷고 있는데 지율스님이 신발을 벗고 모래사장을 걷기 시작하였다.

 

"낙동강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많은 부분은 여러분의 몫이다. 어쩌면 여러분이 사라지는 낙동강의 마지막 목격자가 될 수 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흐름을 지녀야 한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여 처음에는 신발 벗기가 귀찮았다. 신발 벗고 모래사장을 걷다가 유리를 밟지 않을까, 발이 젖으면 신발을 신을 수 있을까, 추운데 발을 차가운 물에 담글 필요까지야 등 괜한 걱정을 하며 신발 벗기를 주저했다. 하지만 주위 많은 대학생들이 너도나도 신발을 벗고 모래사장을 걷고 있는 모습이 너무 즐거워 보여 신발을 벗지 않을 수 없었다. 강 주변에는 유리조작은커녕 쓰레기 하나도 없이 매우 깨끗할 뿐 아니라, 수달의 대변과 고라니의 발자국이 남겨져 있을 정도로 생태계가 보존되어 있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정확한 조사와 연구 필요

 

회룡포-내성천을 답사하고 버스로 안동 하회마을까지 이동하여 아름다운 백사장과 낙동강을 보았다.

 

 

10일 낙동강 답사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4대강 사업의 문제에 대한 강연이 진행 되었다. 대한하천학회 박재현(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 허재영(대전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지율 스님 등이 강연을 하였다.

 

"내 얘기가 무조건 답은 아니다. 왜냐하면 4대강을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강연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4대강 사업의 옳고 그름이 아니다. 내가 얘기 할 내용은 현재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가 강과 환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사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재영 교수는 대학생들에게 4대강 사업의 관점을 떠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실증적인 자료를 무시하고 이루어지고 있는지 실태를 밝혔다.

 

"정부는 제방을 쌓으면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제방을 통해 물의 길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버리면 홍수가 더 심해진다. 오히려 제방 없이 물이 자연스럽게 주위로 퍼져야 아래 쪽 지역의 홍수 피해가 덜 하다. 하지만 정부 측은 실질적인 조사와 연구 없이 제방만 쌓으면 홍수피해가 완전 없어 질 것 같이 주장하고 있다."

 

"4대강에 수증보를 설치하겠다는 얘기는 결국 운하 건설 하겠다는 것 이다. 수증보 건설위치가 과거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계획과 거의 동일하다. 물길을 차단하고 물을 가두어 놓는 것은 배가 다닐 수 있는 수심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용수를 확보하고 물을 정화시키기 위해 보를 설치한다고 한다. 이건 국민을 속이는 기만이다. 운하 건설 계획은 이미 국민들이 반대한 공사이다."

 

허재영, 박재현 교수의 강연을 통해 어설프게 알고 있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제대로 정리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지율스님은 낙동강 답사를 통해 찍었던 강의 아름다움과 공사로 인해 파괴되는 모습 등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낙동강은 파괴되고 있다

 

 

11일 이튿날 일정은 4대강 공사가 진행 되고 있는 낙동가의 본류인 상주보와 구미보, 함안보 현장을 답사하였다.

 

낙동강 본류는 10일날 답사했던 강의 지류의 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벌써 공사가 진행 되어 물 색깔이 흐릿흐릿 했고, 포크레인, 트럭, 철심, 뿌연 모래 연기 등이 강을 뒤덮고 있었다. 지율스님은 제방 건설 현장에서 인위적으로 물길을 틀려고 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였다.

 

"물은 우리가 가고 싶은 대로 가는 게 아니다. 때때로 범람을 해줘야 한다. 제방을 건설하고 물길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면 물이 메마를 수 밖에 없다. 사막화가 되는 것은 삽시간이다."

 

 

참가한 대학생들 모두 10일날의 낙동강 지류에서의 즐거운 표정은 뒤로 한 채 찹찹한 분위기로 공사 현장을 둘러보았다.

 

찹찹한 마음을 이끌고 마지막 일정인 함안보로 향했다. 함안보에 도착하는 순간 한숨이 나왔다. 벌써 한 쪽 방향에는 제방 공사가 정리 되어 물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있었고, 또 다른 곳에서는 강 중앙에 수증보를 설치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 되고 있었다.

 

 

"공사를 시작할 때는 공사 현장을 다 공개했다. 근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오고 언론에서 사진을 찍어가고 하니 지금은 공사 현장을 볼 수 없게 하고 있다. 저기 언덕 위로 조금 올라가 현장을 확인해보자."

 

지율스님과 함께 공사 현장을 보기 위해 작은 언덕에 올라갔다. 언덕에서 본 함안보 공사 현장의 모습은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 바다 중앙에 육지를 만들어 포크레인, 트럭 등 장비가 왔다 갔다 하는 모습과 똑같았다. 임시로 매립한 강 중앙에 포크레인과 트럭이 일요일에도 불구하고 분주했다.

 

 

"다음 세대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다"

 

"이건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다. 공사가 진행 되고 있을 때 누구 하나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일부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에서만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리의 무관심이 다음 세대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 자연을 거스르는 행동은 언제나 그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지금이라도 이 공사를 멈추기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에서 마음이 찹찹했다. 낙동강이 이렇게 파괴되고 다음 세대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공사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몰라라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더 많은 주위 친구들에게 사라질 위기에 처한 낙동강의 아름다운 모습과 파괴되어 가는 모습에 대해 얘기해주고 꼭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오는 6.2 지방선거에 대학에서나마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후보들을 비판하기 위한 활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낙동강 순례는 낙동강살리기운동본부에서 매달 2, 4주 일요일에 부산/경남 시민들과 함께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낙동강의 아름다움과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보고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한 행동을 함께 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4대강?정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