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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한국과 인도를 잇는 국제 비즈니스 무대에서 활동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설레요"

 

40대 엄마와 20대 딸이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서 나란히 공부하고 있다. 영산대학교에 다니는 나명순(44)씨는 딸 이희옥(20)양과 함께 올해 인도비즈니스학과에 합격, 2010학번 새내기가 됐다.

 

지난해 고3이었던 딸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던 명순씨는 학교 선생님의 추천과 앞으로의 비전을 보고 영산대 인도비즈니스학과를 선택하게 됐고, 자신도 함께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마침 상업계열 고등학교를 졸업했던 명순씨는 동종계열 수시모집 전형으로 지원했고, 4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함께 수시모집에 지원했던 딸 희옥씨는 1차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심기일전 2차에 다시 도전해 엄마와 같은 학과 동기생이 됐다.

 

대학에 함께 등교하고 수업을 받은 지 40여일. 딸인 희옥씨는 과대표를 맡았고, 학과 내 최고령인 명순씨는 '왕언니'로 통한다.

 

명순씨는 "살림살이도 바쁘고,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아 걱정했는데, 딸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니 젊어지는 느낌"이라며 "무엇보다 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돼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더욱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딸인 희옥씨에게는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희옥씨는 "밥값이랑 차비도 안 들고 처음에는 엄마랑 학교에 가는 것이 마냥 좋았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걸리는 것이 많다"며 "남자들에게 작업(?)도 안 들어오고 작은 거짓말도 못해 대학생활의 사소한 재미가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엄마가 신세대 엄마답게 딸의 생활을 잘 이해해준다고.

 

엄마와 딸의 좌충우돌 새내기 대학생활은 이미 한 차례 유명세를 탔다.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 딸이 올린 글이 당일 조회수 1위를 차지한 것. 엄마에게는 '힘내라'는 격려의 댓글이, 딸에게는 '마마걸'이라는 악플이 달렸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이들의 목표는 인도와 한국을 연결하는 국제 비즈니스 무대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명순씨는 "한국과 인도를 오가면서 작은 보따리상을 해도 좋고, 인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싶기도 하다"면서 "한국과 인도가 교류하고 소통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희옥씨도 "인도에 있는 기업에서 실무연수를 한 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취업해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당찬 목표를 밝혔다.  

 

끝으로 명순씨는 "인도비즈니스학과가 생긴지 3년밖에 안 된 신설학과다 보니 선·후배 모두가 형제처럼 지낸다"며 "모두 열심히 공부하고 성공해서 인도에 있는 한국기업에서 한국과 영산대 인도비즈니스학과를 알리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도교수인 이운용 교수는 "처음에는 모녀가 함께 학교에 다녀 분위기가 어색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모녀가 워낙 공부를 열심히 해 오히려 다른 학생들까지 더욱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학업을 마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양산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모녀, #대학,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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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수영구에 사는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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