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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린 지난 1월 환경미화원 백승우(33)씨가 음식물 쓰레기통을 리프트에 올려 탱크에 담고 있다(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특정 관련이 없습니다.)
 폭설이 내린 지난 1월 환경미화원 백승우(33)씨가 음식물 쓰레기통을 리프트에 올려 탱크에 담고 있다(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특정 관련이 없습니다.)
ⓒ 허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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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와 옷 중에 어떤 것이 더 비위생적일까? 일괄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환경미화원 작업복은 터미널 화장실 변기보다 위생 면에서 훨씬 열악하다.

10㎠를 기준으로 볼 때 버스 손잡이에는 380마리, PC방 마우스에는 690마리의 박테리아가 산다. 위생상태가 의심스러운 터미널 화장실 변기에는 3800마리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 서울대학교가 지난 2007년에 조사한 결과다.

그러나 지난해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환경미화원들 작업복 소매에 있는 박테리아는 13만3600마리에 달한다. 변기보다 무려 35배나 더 비위생적인 셈이다. 작업복 바지에도 9만1700마리의 박테리아가 산다.

박테리아가 워낙 많다 보니 몸에 남아있는 개수도 적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 박테리아는 환경미화원 배에서 3만1800마리, 어깨에서 2400마리가 살고 있었다. 호흡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얼굴에서도 719마리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위험한 일을 하는 환경미화원 중 77%가 샤워도 하지 못하고 퇴근한다는 것이다. 67%는 아예 옷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환경미화원 노동자 10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실태파악을 한 결과다.

미생물이 워낙 많기 때문에 쓰레기를 분류하는 선별장에서는 기관지 천식, 만성 기관지염 등 호흡기질환과 각종 피부질환이 발생한다. 환경미화원들이 작업 도중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산업재해율만 봐도 환경미화원의 취약한 상황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9년 한국 노동자 전체 평균 산재율은 0.7%. 그러나 이번 조사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사업장의 환경미화원 재해율은 24배인 16.8%나 된다. 지자체 직영 사업장에서도 환경미화원 재해율은 6.9%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는 이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올해부터 '환경미화노동자에게 씻을 권리를' 대국민 캠페인을 펴기로 했다.

환경미화원들로 구성된 민주연합노조와 환경미화원 출신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도 '환경미화노동자 건강권 강화를 위한 사업단'에 함께 참여했다. 사업단은 13일 국회에서 작업현장 사진전, 환경미화원 건강권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캠페인단을 출범할 예정이다.


태그:#환경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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