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제작보고회

▲ 베스트셀러 제작보고회 ⓒ 에코필름

 

1990년대에 군 생활을 했던 남자라면 엄정화란 이름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시 그녀는 최고의 정점에 서 있던 여가수로서 어느 누구도 범접 못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당시 군인들 중 군 관물함에 그녀 사진 한 장 안 붙여 놓은 붙여 놓지 않은 이들이 드물었을 정도. '1990년대 엄정화'에 대해 이야기하면 분명 섹시디바였던 그녀를 떠올릴 팬들이 많을 것이다.

 

엄정화는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1993년)로 대중들에게 먼저 알려졌다. 이후 이 영화 OST인 '눈동자'로 가수에 데뷔하는데, 이게 인기를 끌면서 그녀는 가수로서 더 각광을 받게 된다. 이 당시만 해도 그녀가 연기자로 또 다시 성공적인 변신을 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그녀는 가수보다 연기자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 나갔다. 처음 그녀가 영화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품었던 적이 있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가수로 활동하다 연기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우가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연기자로 데뷔 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랫동안 톱가수로서 1990년대를 지배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은 더 커져만 갔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실패의 전철을 밝지 않았다. 이제 연기파 배우 엄정화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2000년대 한국영화계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여배우로 성장했다.

 

2000년대 출연 작품만 16개... 연기파 여배우 '엄정화'

 

그녀가 2000년대 여배우로서 성공적인 길을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연기력과 자신의 개성을 잘 살린 캐릭터 선정 덕분이었다. 그녀는 어떤 작품에 나오든,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이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 분명 그녀가 출연한 모든 영화가 흥행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연기력이 도마 위에 올랐던 적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녀의 연기와 맞춤형 캐릭터가 영화완성도에 도움을 준 경우가 더 많았다.

 

내가 특히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그녀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 영화에 출연했다는 점이다. 그녀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1년)부터 <오감도>(2009년)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영화장르에 출연했다. 로맨틱 코미디, 멜로, 드라마, 스릴러, 범죄물 등등 그녀는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이 가진 매력을 발산한 여배우였다. 2000년대 활동했던 여배우 중에 그녀만큼 다양한 배역과 영화장르에 도전한 배우는 드물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2000년대 출연한 영화와 TV드라마만 16편에 이른다. 매년 쉬지 않고 한두 작품을 했다는 것이다. 연기에 대한 애정이나 연기자로서 확고한 신념이 없었다면 이렇게 활동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만큼 활동적으로 연기활동을 이어가는 여배우 역시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더 값어치 있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배우인 그녀가 이번엔 미스터리 영화 <베스트셀러>에 출연한단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궁금했다. 2000년대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들을 한편도 빼놓지 않고 다 관람했기 때문에 그녀가 이번 작품에서 과연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가 컸다.

 

"노메이크업에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면 보여주려 노력"

 

베스트셀러 스틸컷

▲ 베스트셀러 스틸컷 ⓒ 에코필름

 

이런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아래는 지난 10일 이뤄진 서면 인터뷰 전문.

 

- 이번에 출연한 영화 <베스트셀러>와 엄정화씨가 맡은 역할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영화 <베스트셀러>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자신의 소설 속 사건의

진실에 대해 파헤쳐 가는 미스터리 추적극이고요. 저는 영화의 주인공인 백희수란 인물을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 <베스트셀러>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결심하게 된 계기라기보다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정말 잘 읽혔고요. 백희수란 역할의 여자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부담감도 있었지만, 이런 역할도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빨리 촬영을 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 최근까지 단독주연이나 다름 없는 영화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한국에선 여배우가 단독주연이나 비중 높은 배역을 맡은 경우가 드문데요. 작품에서 비중 있는 주연을 맡아서 좋았던 점과 부담되었던 점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안 나오는 장면이 거의 없을 정도로 등장 신이 많아요. 보는 관객들 입장에서 정말 지루하지 않게 이 영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많았고요. 그래서 한 씬 한 씬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어요. 초반부에 나오는 감정 선들의 연결과 깊이를 조율하는데도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그리고 현재 한국영화에서 여자 원톱 주인공의 영화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도 제가 이번 영화에서 참 잘해야겠구나 싶은 마음이 계속 들었어요. 좋았던 점은 음… 많은 남자 배우들 속에서 공주처럼 대접을 받은 것?"

 

- 항상 작품에 맞는 배역을 만들어 나오기로 유명한데요. <베스트셀러>에서 백희수란 인물을 만들기 위해 가장 애썼던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인물을 생각해 봤어요. 모든 작가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베스트셀러 작가'하면 떠오르는, 조금은 신경질적인 모습, 예민한 모습들을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많이 했고요. 그래서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기 위해 의상이나 헤어에도 최대한 많이 반영을 해서 콘셉트를 잡았어요. 노 메이크업으로 촬영하고, 예민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도 감량했어요. 지금은 촬영할 때 보다는 다시 조금 쪘지만요."

 

- 매년 쉬지 않고 작품에 출연하면서 2000년대에만 필모그래피에 올려놓은 영화와 TV드라마가 16편이 넘습니다. 이렇게 왕성하게 연기자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냥 쉬지 않고 한 것 같아요. 그냥 그래왔던 것 같아요. 드라마, 영화, 음반 그리고 또 드라마, 영화, 음반. 모두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 관객들이 어떤 점에 주목해야 이번 영화에서 더 큰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음… 저는 그렇거든요. 백희수란 인물이 되어서 영화를 보시면 어떨까요? 내가 그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하고 백희수란 인물이 되어서 영화를 보면 더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 차기 작품은 선택하셨나요?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아직 결정한 건 없고요. 아마 하게 된다면 영화를 하게 될 것 같아요. 만약 안 한다면 조금 쉬는 시간을 가지고 싶고요."

덧붙이는 글 | 인터뷰에 응해주신 엄정화씨와 박주석 레몬트리 실장님께 감사드린다.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4.13 14:15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인터뷰에 응해주신 엄정화씨와 박주석 레몬트리 실장님께 감사드린다.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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