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가 알고 있던 사람이 이 세상에 없은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바로 남편입니다. 사람들마다 자신이 기억하는 사람의 모습은 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꼴통으로 기억하지만 어떤 사람은 정이 무척 많은 사람으로 기억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무심한 사람으로 기억하지만 다른 이에게는 무척 세심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남편이 귀농해 함께 살았던 홍천 사람들은 제 남편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품값을 받지 않고 막걸리 한잔에 하루종일 농사일을 도와줬던 사람. 제가 그런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당신도 일당을 받아서 용돈 벌어."

"사람이 정 없게 어떻게 돈을 받냐. 나는 농사 일 배워서 좋고, 그 분들은 품값 절약하고 좋잖아."  

 

이런 남편을 둔 저는 속이 터졌습니다. 하루 종일 손목에 파스를 붙여가며 일해주고 저녁에 막걸리 한잔 얻어 먹는 것으로 만족하는 남편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갔습니다.  

 

장수로 터를 옮긴후 그곳 사람들이 기억하는 남편은 아주 예리하고 논리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 동네 산을 다 깎아서 골프 연습장이 들어선다는 소리를 듣고 남편이 주민들과 함께 장수 군청에 항의 방문을 갔답니다. 동네 사람들은 남편이 아픈 몸을 이끌고 군수를 만나 골프장이 들어섰을 때 환경파괴되는 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모습에 감동했답니다.  

 

그러고 보면 남편은 열정이 많았습니다. 젊은 날에는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었던 열정이 많았고, 귀농한 후로는 땅 살리는 일에 열정이 많았고, 몸에 병이 왔을 때는 그 병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려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4대강 사업 멈추게 하는 날, 17일 조계사 수륙대재

 

그런 남편이 이명박이 대운하를 판다고 했을 때 정말 땅을 쳤습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온 국토를 헤집어 생명을 죽이고, 그 개발로 결국 누가 이득을 보겠는가 했습니다. 소수 재벌과 땅투기꾼들뿐이라는 겁니다. 그 이득에 우리 같은 국민은 없습니다.

 

이 자연은 개인의 소유가 아닙니다. 대통령 이명박의 소유도 아니고, 소수 재벌의 소유도 아닙니다. 내 소유도 아니고, 여러분 소유도 아닙니다. 자연은 자연속에 사는 생명체가 그 주인입니다. 그 자연이 우리에게 말하지 못한다고 함부로 파헤쳐 죽이면 안 됩니다.  

 

4월 17일. 조계사에서는 '4대강 생명살림 수륙대재'가 열립니다. 이미 4대강을 파헤치기 시작했지만 그 움직임을 멈추게 해야 하는 날입니다. 적어도 국민들이 왜 이렇게 반대하고, 왜 신부님들이, 수녀님들이, 스님들이 반대를 하시는지 현 정부의 귀를 열도록 해야 하는 날입니다. 아니 귀를 열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4대강 사업을 멈추게 해야 하는 날입니다. 불교신행단체와 시민사회 단체는 물론 환경단체와 개별사찰 등 50여 곳이 함께합니다.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도 이날 봉은사 신도들과 함께 수륙대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4대강 죽이는데 버리는 돈, 굶주린 아이들 살리는 곳에 써야

 

4대강 사업에 드는 돈이 22조라고 하는데 그것을 이명박 정권 이후에 다시 자연하천으로 복구한다고 하면 최소 100조에서 1000조에 이르는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독일 이자르강의 경우 8km 복원에 21년간 458억 원을 썼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입니다.

 

수경 스님의 말씀대로 국민의 혈세로 이 땅에 생명을 길러온 강을 콘크리트 수로에 수장 시키려 할 것이 아니라 그 돈은 가난 때문에 밥을 굶는 아이들을 위해 쓰여야 합니다. 교육과 복지예산을 늘려서 갈수록 깊어지는 빈부 양극화의 골을 메우는 데 쓰여야 맞습니다.   

 

지난주 지인들에게 17일, 4대강 살리기 수륙대재에 동참하자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들 바쁜 일정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시험이라서, 그날 집안 모임이라서, 약속이 있어서.... 

 

저도 그날 행사에 가려면 가게 문을 닫고 가야 합니다. 동네 아줌마들은 제가 돈도 안 벌고 이런 데 쫓아다니는 것을 어리석다 합니다. 네가 그런다고 4대강이 살려지냐고, 정신차리고 돈이나 벌라고 충고합니다.

 

어쩌면 그 사람들 말이 백 번 옳을지도 모릅니다. 가게 문을 하루 닫으면 눈에 보이는 손실뿐만 아니라 손님들이 빠져 나가는 손실까지 따지면 타격이 큽니다. 그러나 과연 지금 무엇이 중요한가 생각해 봅니다. 내가 당장 내 눈에 이익이 중요한가, 아니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 중요한가. 삶의 가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더 묻지 않아도 답이 나옵니다.

 

"옳은 일이며 행하고, 옳지 않은 일이면 행하지 말자"

 

물론 제 안에 이런 패배의식도 있습니다. 내가 이런다고 역사가 바뀌어지겠나. 내가 혼자 일회용 안 쓴다고 환경이 살려지겠나. 내가 혼자 친환경 샴푸 쓴다고 오염이 안 되겠나. 나 하나가 얼마나 힘이 있겠나. 그런 패배의식이 들때면 법륜 스님께서 재작년 북한동포를 도울 때 하셨던 말씀을 떠올립니다.  

 

"단 한사람이 되자. 다른 사람이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나는 하자. 그것이 아무리 비난 받는 일이라도 옳은 일이면 행하고, 그것이 아무리 칭찬받는 일이라 하더라도 옳지 않으면 행하지 말자. 나부터 실천하자."

 

여러분이 보시기에 4대강 살리는 일은 어떤 일인지요? 스님도, 신부님도, 수녀님도 4대강 살리기에 단 '한사람'이 되기를 발원하셨습니다. 그 분들이 발원하셨다고 그것이 옳은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 예수님의 제자로서, 생명 죽이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율스님께서 낙동강을 다니시며 4대강 사업을 시작하기 전과 후를 비교해서 찍은 사진을 보았습니다. 죽어가는 4대강을 보니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내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중요해서 다른 생명이 죽어가는 외면한 것을 마음 깊이 참회합니다. 

 

4월 17일. 아이들과 함께 4대강 살리기에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4대강 생명살림 수륙대재

일시 : 4월 17일. 토요일. 오후 3시.

장소 : 조계사

준비물 : 깔게, 물, 모자, 옷은 흰색 티에 짙은 바지.

 

 
 
※ 수륙대재 : 수륙재는 정치적인 격변기에 억울하게 희생된 원혼을 국가적 차원에서 진무하기 위해 생성된 불교의례이다. 여기에는 내생(來生)을 받지 못하고 떠도는 수많은 원혼을 집단적으로 해원시키며, 동시에 신도들의 인간다운 삶에 대한 희구가 담겨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토회, #4대강, #수경스님, #4월17일, #지율스님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