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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수뢰 혐의 무죄 판결로 6.2 지방선거를 앞둔 한나라당은 또 하나의 고민을 안게 됐다.  

 

법원의 유죄 판결을 내심 기대한 한나라당은 한 전 총리에 대한 무죄 판결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겉으로는 "한명숙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계산이 복잡하다.

 

무죄 판결 직후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앞다퉈 내놓은 논평들이 이를 반증한다. 이들의 반응에는 '족쇄' 풀린 한 전 총리에 대한 경계심이 깊이 배어 있다.

 

오세훈 시장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원희룡 의원은 "사법부의 1심 무죄 판결이 공직자로서 도덕성이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다"라고 공격했다. "실패한 정권의 실패한 총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한 전 총리의 무죄 판결이 지방선거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 의원은 "무죄 판결이 일시적으로 시장선거 판도에 영향을 끼치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한나라당이 치열한 경선을 통해 한 후보를 압도할 수 있는 참신한 후보를 내세울 경우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도 "법적으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도덕적으로는 유죄"라며 "한 전 총리는 이미 서울시장으로서 부적격자임이 판명됐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나 의원은 '한명숙 효과'를 아예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번 판결이 야권을 결집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말로 경계심을 나타냈다.

 

국민 10명 중 6명 "한 전 총리 재판, 지방선거 영향 줄 것" 

 

여당은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한 전 총리의 무죄 판결이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명숙 재판 결과가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10명 중 6명 꼴이라는 여론조사(3월 25일자, <경향신문>) 결과도 있다.

 

범야권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특히 민주당은 한 전 총리가 출마 선언을 하게 되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20일 한 전 총리가 출마 선언을 하고, 5월부터 노무현 대통령 추모 정국이 시작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지리멸렬한 야권연합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내 경선을 거쳐 한 전 총리를 후보로 선출하게 되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양보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중이다. "한 전 총리와 본격적인 정책경쟁 하기를 희망한다"(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야권단일화 협상에 조속히 임해달라"(민주노동당 이상규 후보) 는 등 다른 야당 후보들이 적극적인 단일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야권연합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한 전 총리가 가진 반MB 상징성과 포용력이면 충분히 다른 야당 후보들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범야권 '반전의 기회', 야권연합도 '탄력' 

 

하지만 일부 불안한 시선도 있는게 사실이다. 수뢰 혐의 재판을 지나오면서 너무 많은 흠집이 났고, 인지도에 비해 지지도가 낮다는 점이 이런 불안을 뒷받침하고 있다. 더구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잡고 또 다시 수사를 벌이고 있어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은 "선거에 최대한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고 있어 지방선거 전에 또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 다른 서울시장 예비후보 캠프에서는 "또 한명숙 총리 재판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느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우려는 '보수 결집설'이다. 진보 진영의 상징과 같은 존재인 한 전 총리가 나선다면 보수 진영의 단결을 굳히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결국 한 전 총리가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민주당 지도부의 의지가 강하다. 9일 선고 공판에 정세균 대표와 김진표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대거 몰려든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 전 총리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그는 10일 오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를 예방한 뒤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도 만날 예정이다. 이후 며칠간 휴식을 취하며 주변을 정리한 뒤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오는 6월 2일 서울시장 선거전은 전국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와 진보 간 치열한 격돌은 불가피해졌다.   


태그:#한명숙, #지방선거, #한나라당, #민주당, #야권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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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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