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기억 속 길이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을 품고 있고, 세상으로 내보내고 있는 길이다. 사람은 떠나도 추억은 담을 따라가고, 담 밑에 둘러앉은 이끼와 주변의 나무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몇 년 전, 포항의 한 동호회에서 출사를 나갔던 장소였다.
구룡포 골목길로 들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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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룡포성당,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골목길은 여기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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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번 버스를 타고 구룡포읍사무소에 내려 읍내로 걸어들어간다.성당을 지나 읍내로 들어가는 길목에 바짝 붙어있는 새마을 이발소의 창문은 오래된 건물만큼 늙어보인다. 하지만, 문을 굳게 잠근 지 오래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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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오락실. 들어가보면, 추억이 깃들어 있을만한 곳. 문이 잠겨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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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동, 일본적산가옥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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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거리 지도, 장안동거리라고도 하고, 종로거리라고도 불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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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버스종점 근처에서 시작되는 길에서는 조금씩 이국적인 풍경이 나온다. 얼핏 어느 읍내와 다를 건 없다지만 군데군데 일본풍의 건축물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당시 황금어장을 찾아온 일본인 어부들의 집단 거주지였다. 예전에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촬영지로,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숙소 '신도여관'도 있다. 집집마다 붙여둔 예전 사진을 보며 걷고 있으면 이내 10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하다.
목욕탕과 치과, 여관, '안성정', '일심정'과 같은 요리집과 화물 취급소, 이발소와 함께 백화점도 있었다 한다. 100년 전 구룡포는 얼마나 풍부한 어자원을 가진 곳이었나를 말해주는 듯하다. 동시에 씁쓸한 과거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선물하기도 한다.
옛날 황금어장이었던 구룡포 앞바다의 어부들과 함께 상인, 공장 노동자들의 수요에 작부, 기생을 고용한 주점과 상점들도 호황이었을 게다.
최근 하시모토가 살았다던 가옥에 꾸며둔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 홍보전시관에는 일본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온단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구룡포를 어떻게 기억할까. 꾸미지 않은 듯 사람 냄새 나는 구룡포 골목을 자주 찾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