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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가 있는 아이들도 함께 먹을 수 있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합니다. 방과후학교·돌봄 학교에 참여하는 애들은 9시까지 학교에 남아있으니 하루 두 끼씩 먹고 가지요."
 
무상급식이 교육계를 넘어 지방선거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언론에서는 연일 무상급식 실태 및 관련 기사를 내보내고 정치권의 찬반 논란을 시작으로 색깔론까지 제기되는 등 현 상황은 가히 '급식 전쟁'이라 부를 만하다.

전북은 도내 751개 학교 가운데 64.6%인 484개교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전북 수곡초가 위치한 정읍시는 농산어촌 지역 초·중·고교에 한해 무상급식을 실시했지만 지난 달 24일 '예산의 범위 내에서 학교 급식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무상급식 조례를 제정해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읍시 유일한 벽지학교인 수곡초는 15년 전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했고, 2008년 9월부터 전교생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수곡초의 친환경 무상급식을 말하기 위해서는 생태·친환경 교육을 표방하는 이 학교 교육과정도 함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학생이 돌아오는 학교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는 전북 수곡초 급식시간에는 모든 학생들이 차별없는 밥상을 받는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는 전북 수곡초 급식시간에는 모든 학생들이 차별없는 밥상을 받는다.
ⓒ 강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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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23명. 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는 2006년부터 학생 수 늘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전 교원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2년 뒤에는 학교 살리기에 동참하는 정읍시 자활센터, 한살림 등 지역 단체들과 (가칭)수곡초 친환경급식위원회를 꾸렸고, 시 지정 아토피 예방학교에도 선정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친환경 생태 교육은 학교의 특색사업으로 자리 잡았고 이를 토대로 친환경 교육과정도 만들었다.
 
이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현 이석문 공모 교장이 부임한 2008년 9월에는 전교생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당시 학교에는 유기농 식재료를 구입할 만한 예산이 없었지만 '한살림'이 손해를 감수하며 유기농 물품을 공급했고, 지난 해 9월 시로부터 친환경 급식을 위한 예산 전액을 지원받을 때까지 근 1년간 이 같은 지원이 이어졌다.

뜻 있는 학부모들도 아이들을 전학 보내기 시작하면서 학교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지금은 전교생이 70여명으로 늘었다.

친환경으로 아토피 싹~

수곡초의 유기농 친환경 급식은 흙벽돌과 편백나무로 지은 황토 교실, 사계절 농촌 체험프로그램, 환경성 질환 저감을 위한 숲 가꾸기, 트레킹, 요가 등 학교 교육과정 전반에 스며있는 자연친화적 프로그램의 일부이다.
 
하지만 이 같은 프로그램 때문에 아토피가 있는 학생들도 수곡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자가 학교를 찾은 3월  29일에도 아이들은 급식실에 둘러 앉아 버섯볶음, 김치, 쌈채소, 쌈장, 돼지고기 등이 차려진 점심 밥상을 받고 있었다. 아이들 틈에서 아토피가 있는 아이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지만 이들의 식판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었다.

식판을 깨끗이 비우고 나가던 6학년 김선홍 학생은 "지금까지 세 군데 학교를 더 다녀봤지만 우리 학교 급식이 최고"라면서 "집에서 먹는 밥보다 더 맛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교생 70여 명 가운데 아토피 증세가 있는 아이는 20여 명 수준. 이중 열 명 남짓은 겉모습만 봐도 아토피 여부를 알 수 있을 정도다.
 
이석문 교장은 "학교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주고 도시락을 싸오게 하는 게 차별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우리 학교 아이들이 아토피 유무와 상관없이 함께 밥을 먹는 것을 본 학부모들은 이제 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돌아갔다"는 말로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학교 안에서 만큼은 무엇이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아토피로 위축되어 있던 아이들의 성격도 밝아졌다.

매년 한 차례씩 학생, 학부모, 마을주민이 모두 모여 고추장, 된장, 간장 및 김치를 담그는 것은 학교의 연례행사가 됐다. 이렇게 담근 장들은 모두 급식으로 사용한다.

수곡초 급식실 앞에는 이 학교 학생, 학부모, 마을 주민들이 함께 담근 김치,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이 담긴 독이 놓여있다.
 수곡초 급식실 앞에는 이 학교 학생, 학부모, 마을 주민들이 함께 담근 김치,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이 담긴 독이 놓여있다.
ⓒ 강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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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건강한 먹을거리만 남아

수곡초는 올해 학부모 총회를 통해 인스턴트, 방부제 및 첨가제가 든 일체의 음식 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친환경 유기농 먹을거리를 먹는다는 학교 방침에도 맞지 않고, 아토피가 심하지 않은 아이들이 모인 반에만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자 다른 반 아이들이 창문 너머로 이를 구경하는 비교육적 현상이 나타난 것. 부족하긴 하지만 학교 텃밭에서 수확한 고구마나 학교 차원에서 구입한 부식으로만 간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정읍시에서 일부러 차를 태워 아이를 보낸다는 학부모 최미라씨는 "학원이 필요 없는 돌봄학교·방과후 학교를 무료로 열고, 아이들은 맘껏 뛰어놀면서 행복한 우리 학교에 친환경 무상급식은 작은 부분일 뿐"이라며 취재를 급식에 한정시킨 기자에게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학교 앞에 문방구가 없으니 아이들이 불량식품을 사 먹을 일도 없고, 밥은 물론 간식까지 친환경 유기농 제품으로 챙겨주시니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긁던 아이의 피부 상태는 물론 성격까지 좋아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자연 속으로 산촌유학 가 볼까?
학생이 돌아오는 학교를 표방하는 전북 수곡초의 다양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산(농)촌 유학생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농)촌 유학은 도시 아이들이 농촌이나 산촌의 작은 학교로 전학을 온 뒤 지역 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3월 현재 전국 10개 지역에서 농어촌 유학센터를 운영하며 5개 지역의 센터개설을 준비 중이다.
 
수곡초 주변에는 3개 농가가 농촌유학협의회를 구성해 유학생을 받고 있다. 올해 이들 농가에는 7명의 학생이 유학을 왔다. 기자가 학교를 방문한 날도 유학센터를 운영하는 장보영 수곡초 학교운영위원장은 새로운 학생을 맞을 준비에 분주했다. 아토피가 심해진 아이가 정읍시의 집에서 이곳으로 올 결심을 굳혔기 때문이다.
 
장 학운위원장은 "먹거리와 환경이 변하니 아이들이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면서 "달라지는 아이에게도 사람이 소중한 농촌 마을에도 모두 좋은 제도가 산(농)촌 유학"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유학센터를 운영하는 정연숙 전국산촌유학협의회 대표 역시 "도시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고 학교에 부적응한 아이들이나 아토피 등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로 산(농)촌 유학의 장점을 설명했다. "농수산식품부조차 이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교과부만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학교를 둘러싼 유학을 환영한다는 이석문 수곡초 교장은 "아이들이 소규모 학교에서 교사들의 관심을 받다 보면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지난 해 수곡초는 '생태산촌마을캠프'를 운영했고 올해에도 마을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교육희망>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곡초, #친환경 , #무상급식, #산촌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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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교육희망>의 강성란 기자입니다.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은 교육 소식을 기사화 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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