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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애의 절벽에 매달린 듯 한 천하명당 사성암
 단애의 절벽에 매달린 듯 한 천하명당 사성암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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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과 지리산 자락엔 고금을 통하여 명산대찰과 도를 구하려는 구도자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명산대찰 중에서도 여기, 천애의 절벽에 매달린 듯 자리하고 있는 사성암은 과연 도(道)를 닦기에 압권인 명당자리처럼 보인다.

사성암은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오산(531m) 꼭대기 절벽에 매미처럼 붙어 있다. 연기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사성암(四聖庵)은 원효대사, 도선국사, 의상대사, 진각국사 등 네명의 성인이 수도를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섬진강 변 사성암 입구에 도착하니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전에는 자동차로 올라갔었는데, 지형이 워낙 가파르다 보니 사고가 속출하여 작년부터 셔틀버스를 운행한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곡예를 하듯 급경사를 오르면 사성암의 턱밑에 도달한다. 주차장 입구에서 10여 분 정도 올라가면 바로 사성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위절벽 사이로 기둥을 덧대어 암자가 절묘하게 박혀 있다. 단애의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약사전과 대웅전이 산과 하나인 것처럼 배치되어 있다.

사성암에서 내려다 본 섬진강
 사성암에서 내려다 본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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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섬진강이 휘돌아 굽이쳐 흐르고, 강 너머로는 지리산이 품은 들녘과 구례읍 시가지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구례읍에서 약 2km 떨어진 문척면 죽마리 오산(傲山)에 오만하게 우뚝 서 있는 사성암은 544년(성왕 22년) 연기조사가 처음 건립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원효와 의상, 도선, 진각 등 4명의 성인이 수도하였다고 하여 원래 오산암이었던 암자가 사성암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

소원바위
 소원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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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암 주위의 기암괴석은 워낙 수려해 예부터 <오산 12대>라 불렀다. 사람이 쉬어가는 평평한 <쉬얼대>, 거센 바람이 불어대는 <풍월대>, 화엄사를 향해 절하는 <배석대>, 향을 피우는 <향로대>, 진각 혜심이 참선을 했다는 <좌선대>와 <우선대>, 석양을 감상하는 <낙조대>, 병풍을 펼쳐 놓은 듯한 <병풍대>, 선녀가 비단을 짰다는 <신선대>, 하늘을 향해 있는 <앙천대>, 연기조사가 마애불로 화했다는 <관음대>가 그것이다.

도선국사가 수행을 했다는 도선굴
 도선국사가 수행을 했다는 도선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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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도국여지승람>의 기록에 의하면 "산마루 바위 하나가 있고, 바위에 빈틈이 있어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고 하였는데, 산신각 옆에 있는 <도선굴>이 그것이다. 도선국사가 이 굴에서 수행을 하여 천하의 지리를 간파하였다고 전해진다.

거대한 기둥으로 받쳐 단애의 암벽에 걸쳐진 듯 세워진 약사전에는 천연 바위에 암각된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다. 원효대사가 선정에 든 상태에서 손톱으로 새겼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약사여래불은 중생의 병을 치료한다고 한다.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그렸다는 약사여래마애불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그렸다는 약사여래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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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전을 내려와 다시 108계단을 헐떡이며 고바위에 오르면 사성암이 나온다. 단애의 절벽에서 섬진강을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리며 십 년 묵은 체증이 확 씻어 내려간 듯 시원해진다. 사방이 한눈에 들어오는 절해의 경승지다. <봉성지(鳳城誌)>에는 "그 바위의 형상이 빼어나 금강산과 같으며, 예부터 부르기를 소금강"이라 하였다.

암벽에 박혀 있는 듯한 산신각
 암벽에 박혀 있는 듯한 산신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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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암을 돌아 좁다란 바윗길을 조심스럽게 올라가면 산신각이 나온다. 산신각 우측 도선굴에 들어서면 서늘한 바람이 오장육부를 시원하게 씻어내리 듯 불어온다. 속세에 찌든 티끌마저 날려버릴 듯 기분이 상쾌해진다.

오산 꼭대기까지는 최근에 나무 사다리를 놓아서 올라갈 수 있게 해놓았다. 정상에는 누각이 전망대 역할을 하며 세워져 있다. 누각에서는 지리산과 섬진강 일대의 파노라마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오산(531m) 정상의 전망대
 오산(531m) 정상의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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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암 앞에는 패러글라이딩 출발 장소가 있는데 여기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면 섬진강을 날아가는 기분이 최고조에 달한다고. 한편 사성암은 최근에 방영된 MBC 사극 <추노>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수령 800년 된 귀목나무
 수령 800년 된 귀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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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사성암에서 특이한 것은 대웅전 앞에 있는 귀목나무이다. 이 나무는 수령이 800년으로 추정되어 사성암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귀목나무는 느티나무를 말한다. 이 절에서 수행한 도인들을 낱낱히 보아왔을 귀목나무는 사성암의 산증인이다.


태그:#사성암, #섬진강, #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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