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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이대 총학생회 재선거에서 당선된 '리얼이화' 선본 정윤지-신유진 후보
 지난 1일 이대 총학생회 재선거에서 당선된 '리얼이화' 선본 정윤지-신유진 후보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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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자격 박탈에 삭발 항의, 이어진 투표거부운동. 그리고 재선거 결정. 하지만 학교 측은 운동권 진영 후보자를 비판하며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데….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들이 선거 파행 등으로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 재선거를 통해 총학생회를 구성한 이화여대 선거는 그 과정이 상당히 드라마틱하다. 진보성향 후보와 반운동권 기존 총학생회, 그리고 학교 측과 밀고밀리는 논란을 벌이다 승부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결과는 진보 성향 후보의 승리.

진보진영 후보 자격 박탈, 삼보일배와 삭발 항의

지난 총학생회 선거에서 후보 자격 박탈에 삭발로 항의하며 농성을 벌였던 정윤지-신유진 후보
 지난 총학생회 선거에서 후보 자격 박탈에 삭발로 항의하며 농성을 벌였던 정윤지-신유진 후보
ⓒ 문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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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선거가 그 출발점이었다. 당시 이화여대에 총학생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팀은 모두 세팀. 한 팀은 기존 반운동권 총학생회의 노선을 계승하는 후보였고, 나머지 두 팀은 계열을 달리하는 진보 성향 후보들이었다.

그런데 선거기간 중 총학생회장 후보에 정윤지, 부총학생회장 후보에 신유진씨가 나선 리얼이화 선본에게 후보 자격 박탈 결정이 내려졌다.  후보 자격 박탈 사유는 선거 규정 위반. 선거 운동 과정에서 규칙을 어겼다며 선관위가 내린 주의와 경고 횟수가 누적된 것이 자격박탈 이유였다. 선거운동 개시 3일만이었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는 비운동권이었던 총학생회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분위기였다. 규정과 어긋나게 기존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모두 선관위원장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후보자격박탈도 이런 구조에서 이루어졌다.

리얼 이화 선본은 부당한 조처라며 이의 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끝내 후보자격이 상실되고 말았다. 그러자 학내에서는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공정한 선거가 될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된 것. 진보운동권 후보 진영에 내려진 잇따른 주의와 경고가 부당하다는 인식이 퍼져 나갔다.

기존 총학생회와 선관위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고, 일부 선관위원들은 항의 차원에서 사퇴했다. 총학생회 측은 "선관위 활동과 총학생회는 공식적으로 상관이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총학생회와 총학생회장의 행태를 비난하는 대자보가 잇달아 나붙었다. 선거판이 한바탕 소용돌이에 휩싸인 것이다.

자격을 박탈당한 후보 진영은 부당한 선거에 계속 문제제기를 했다. 학내를 돌며 삼보일배를 하더니 끝내는 삭발을 감행한다. '파르라니 깍은 머리 고운 듯 서러워라' 꽃다운 두 여학생의 삭발을 한 언론은 이렇게 표현했다.

재선거 공약 문제 삼은 학교 측의 노골적 개입

학교 측의 선거 개입과 이에 대한 총학 선거 출마 후보 진영의 반박대자보
 학교 측의 선거 개입과 이에 대한 총학 선거 출마 후보 진영의 반박대자보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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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악화되면서 다른 운동권 선본 진영도 선거 파행에 항의하며 후보를 사퇴했다. 기존 총학생회 계열 후보만 남게 되면서 선거는 찬반투표로 흘러가는 양상이었다. 후보자격이 박탈된 진영은 투표 불참 운동을 제안했다. 차라리 재선거로 가는 게 낫다는 인식이었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투표일이 하루 연장됐음에도 최종 투표율은 20.41%. 대다수의 학생들의 외면 속에 선거는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해를 넘겨 지난 3월 10일 시작된 재선거는 지난번 출마했던 기존 총학생회 계열 후보와 후보자격을 박탈당했던 진영의 재대결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학교 측이 개입하고 나섰다.  이화여자대학교 기획처와 학생처 이름으로 '선거운동시 유언비어 유포 자제 안내문'이라는 대자보가 붙은 것이다. 핵심 내용은 진보진영 후보가 허위 공약을 유포한다며 공개적인 비판을 가한 것이다. 등록금 문제와 관련한 진보 성향 후보의 발언도 공격 대상이었다

학교 측의 선거 개입에 대해 모든 후보 진영과 선관위가 반발했다. 진보 진영 후보는 지난 선거에서 당시 총학생회에 의해 벼랑 끝에 몰렸다가 재선거로 간신히 기사회생했지만 이번에는 학교 측의 개입에 맞서야 했다. 안팎으로 쉽지 않은 선거였다.

그러나 결과는 압도적 표차의 승리. 전화위복이었다. 당선된 후보자의 특표율은 60.56%. 낙선한 경쟁 후보를 2000여 표 차로 누른 압승이었다. 이대 학보에 따르면 최종 투표율 57.48% 역시 2002년 이후 8년 만에 투표일 연장 없이 이뤄낸 높은 투표율이었다.

선거에서 이겨 총학생회실에 입성한 정윤지 신임 총학생회장도 "이렇게 크게 이길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예전 선거처럼 100표 안팎의 박빙 승부를 예상했었는데, 표 차이가 크게 나 부담감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파주 캠퍼스 문제, 총장님과 면담 통해 정보공개 요구할 것 "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 정윤지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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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가 나온 다음날인 지난 2일 이대 총학생회실에서 만난 신임 정윤지 총학생회장은 무척이나 분주해 보였다. 뒤늦게 구성된 총학생회를 꾸려야 하고 처리해야 할 현안이 쌓인지라 승리의 기쁨을 느긋하게 누릴 사이도 없는 듯했다.

그는 "당선되자마자 대동제 날짜를 빨리 잡아달라는 등 학생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과정을 겪고 일궈낸 승리에 대해 정윤지 총학생회장은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면서 "아마 학생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학교 측에 가장 잘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선택해 준 것 같다"고 승인을 분석했다.

-지난 번에는 후보자격이 박탈됐지만 재선거를 통해 결국에는 승리했다.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선거 때는 출마하자마자 자격이 박탈되면서 선거 참여에만 노력을 기울여 제대로 된 선거 운동을 할 수 없었다. 후보자격박탈은 여론수렴 없이 이뤄진 일방적 결정으로 당시 학생들의 선거 보이콧은 그런 부당한 처사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지난 선거 결과에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이번에 다시 출마하게 됐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당선을 자신하지는 못했다. 박빙승부가 될 것이라 예상했었다."

- 이번에는 학교 측까지 선거에 개입해 논란이 많았던 것 같다.
"파주 캠퍼스 학과 이전에 관련된 부분을 거론했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 학교는 저를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그렇지만 파주 캠퍼스 문제를 거론한 것이 이슈를 선점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고, 학생들 또한 자신들의 생각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총학생회장으로 저희 선본을 선택한 것 같다.  파주캠퍼스 문제는 총장님과 면담을 통해 정보공개를 요구할 생각이다."

- 지난해 선거과정에서 후보 자격 박탈에 항의해 삭발까지 감행했는데, 집안의 반대는 없었는지.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시고 부모님이 화를 많이 내셨다. 반대가 심해, 재출마하는 데 어려움이 좀 있었다."

"지방선거 반MB 연대에 동참... 대학생 위한 공약 유도"

지난 1월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에 참여한 정윤지(좌),신유진(우) 학생
 지난 1월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에 참여한 정윤지(좌),신유진(우) 학생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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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당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운동권 후보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운동권 후보라 지칭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운동권과 비운동권으로 구분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요즘 학생들은 사회운동에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 학내 복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학내 기본적인 사안도 해결이 안 되는데 밖으로만 도는 것에 대한 불만인 셈인데, 기존 운동권 진영이 잘못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할 수 있는 총학생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 대학생 연합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할 계획은 없는지?
"학우들이 부담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고 예민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안이다. 연합단체 가입은 선거 공약으로 내 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하게 추진할 생각은 없다." 

- 요즘 대학생들에게 가장 큰 현안은 등록금 문제다. 어떤 식으로 대응해 나갈 것인지 궁금하다.
"학교 측이 올해 등록금 동결을 발표하면서 내년에는 동결이 없다고 발표했다. 중요한 것은 등록금 원가 공개와 시행령 문제다. 학생들의 참여가 강하게 보장되는 방향으로 공동 행동을 하려고 한다."

정윤지 총학생회장은 지난 1월 국회 앞에서 등록금 상한제 도입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강제연행되기도 했었다.

- 곧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대학생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구상은 있나?
"일단 반MB 연대에 동참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학생들의 움직임 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주거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후보들이 대학생 임대 주택 등과 같이 대학생들을 위한 공약을 내걸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정당과 후보자를 가려내려고 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둔 것은 아니지만 폭넓게 고민해 볼 생각이다."


태그:#이화여대,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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