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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대 지방선거가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각 당은 물론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무척 바빠졌다. 지난 2006년 실시된 제4대 지방선거에는 없던 교육감선거와 교육의원선거가 추가돼 후보자가 크게 증가한 때문이다. 한 지역에서 무려 800명의 후보자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상최대'란 말이 어울릴 만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 시·도지사 16석, 자치구시군의장 228석, 시도의원 761석, 구시군의회 의원 2888석에다 교육감 16석, 교육의원 82석까지 합칠 경우 모두 3991석의 감투가 걸린 '빅 매치'다. 그야말로 '선거대목'이다. 

 

'선거대목'을 노리는 수많은 지방선량 지망생들로 문전성시인 정가는 계파간 힘겨루기로 북새통이다. '청렴성', '도덕성', '공천혁명' 타령이 진부한 유행가 가사처럼 재탕, 삼탕 반복되고 있다. 유권자들의 머리가 갈수록 복잡해진다. 그런데 여기에 언론도 한몫 가세한다.

 

선거특수를 노린 일부 지역언론사들은 여론조사를 앞세워 판세 키우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기획기사와 힘 실어주기 위한 여론조사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선거보도의 본령인 공정성과 정확성을 망각한 듯하다. 선거철, 가장 공정해야 할 언론이 불공정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이유다. 지역별로 사례를 짚어본다.      

 

[광주·전남] 지역신문 여론조사보도 '불방', 온 지역이 '시끌' 

 

한 지역 일간지의 여론조사보도 불방이 걷잡을 수 없는 파문으로 치닫고 있다. <광주매일신문>이 6·2 지방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싣지 않아 문제가 복잡해졌다. 신문사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광주·전남지역 정계와 시민사회단체, 언론계에서는 대주주와 관련된 외부 압력으로 여론조사를 싣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지난 1일자 지면에 실릴 것으로 알려진 이 여론조사는 1일자에 이어 2일자에도 실리지 않았다. 이 여론조사 결과는 각각 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인 이용섭 의원이 강운태 의원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광주지역 정계는 모 광주시장 예비후보가 <광주매일> 대주주와 관련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기자협회보>는 2일 '<광주매일> 여론조사 기사 누락 파장'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광주매일신문>(사장 서영진)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더 피플'에 의뢰해 지역민 1500명을 대상으로 한 민주당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지지도 조사 결과를 1일자 지면(1면 스트레이트, 2·3면 분석기사)에 실을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출고가 끝나고 편집 대기 중이던 기사는 사장의 지시로 1일자 지면에 실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사 누락 소식이 편집국에 전해지자 기자들이 거세게 항의했지만 회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며 "기자들은 격론 끝에 여론조사 결과를 2일자 지면에 싣기로 하고 대체 기사로 지면을 채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사 누락사태는 광주시장 예비후보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용섭 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 경선준비위원장인 전갑길 전 광산구청장은 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용섭 후보와 경쟁상대인 모 후보가 신문사에 압박을 넣어 기사가 빠졌다"고 주장했다.

 

<광주매일>이 지면에 싣지 못한 여론조사 결과는 강운태 국회의원 34.8%, 이용섭 국회의원 31.2%, 정동채 전 국회의원 13.9%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매일>의 여론조사는 박광태 현 광주시장 불출마 선언 이후 표심을 엿볼 수 있는 지표로 지역정가의 관심사였다.

 

더 이상 참지 못했던지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2일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혼탁한 광주시장 선거와 여론조사에 대한 입장'이란 성명을 내어 "민주당은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혼탁한 광주시장 후보경선을 제대로 하라"고 촉구했다. 해당 언론사의 적극적 해명도 요구했다. 다른 언론사들에도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방선거에 나선 많은 후보들이 여론조사를 빙자한 선거운동을 했다. 때문에 어떤 여론조사도 신뢰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지금의 여론조사는 그 어느 선거보다 극심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기에 언론으로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를 통해 공정한 언론보도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에 대한 각 언론사의 반성과 함께 언론 본연의 사명인 정론직필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촉구한다."

 

[전북] "현역 자치단체장만 부각시키는 여론조사보도" 비난

 

전북에서도 지역언론의 여론조사보도가 도마에 올랐다. 전북민언련은 2일 '김완주 후보 부각시키는 여론조사 결과 보도'란 제목의 논평에서 <전북일보>가 2일자 1면과 2면, 3면에서 <전주MBC>와 공동으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3월 30일부터 3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분석사를 비판했다. 

 

"<전북일보> 여론조사결과 보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김완주 현 전북지사의 부각"이라고 전제한 논평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완주 후보가 타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사실을 1면과 2면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거듭 강조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논평은 또 "여론조사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경마식 보도'"라며 "이런 문제를 감안해 선거기사심의기준 제8조(여론조사 보도)는 제 3항에서 '언론사는 여론조사결과에 대한 해석에 있어 경쟁집단간 차이가 표본오차한계 이내인 경우 단정적 표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이를 지키는 언론사가거의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북민언련은 "<전라일보>는 계속해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특히 민주당 갈등의 직접적인 책임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돌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고위원회의 결정에 반대하는 인물의 발언 등을 그대로 소개하는 등 선거 관련 기사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형평성과 객관성 등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는 편파적인 기사"라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당에 집중하는 지역언론의 보도 형태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전북민언련은 "지방선거를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의 대리전으로 파악하는 보도 역시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전북중앙신문>과 <새전북신문>의 4월 2일자 1면 '전주시장 경선 SK-DY 대리전' 과 '전주시장 선거 정-정 대립 본격화'란 제목의 기사를 사례로 들어 짚었다. 

 

[부산·경남] "당선 유력후보자, 언제나 언론에서부터 대접 받는다?"

 

경남지역에선 '특정후보 힘 실어주기'식 보도가 일찌감치 도마에 올랐다. 경남민언련은 지난달 29일 '이달곤 후보자 관련 보도'란 논평에서 "선거보도에 있어서 당선 유력후보자의 경우 언제나 언론에서부터 먼저 대접을 받는다"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달곤 전 행안부 장관의 보도라고 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달곤 후보자는 장관직 사임 이전부터 지역언론의 관심대상이 되었다"는 논평은 "유력후보자를 언론에서 먼저 알아차리고 보도해 준 격이 되었다"면서 "지난 3월 8일 공식 출마를 선언한 이달곤 후보자는 9일자부터 본격적인 보도가 나왔는데, <경남도민일보>의 경우 9일부터 16일까지 5꼭지에 16단을, <경남신문>은 9일부터 16일까지 5꼭지에 15단을, <경남일보>는 9일부터 12일까지 4꼭지 12단을 각각 보도했다"고 비평했다.

 

"김두관, 강병기 후보의 경우 다른 기사에 이름이 잠시 언급되는 수준의 보도라면 이달곤 후보의 경우 기사전체가 본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논평은 "한나라당내 치열한 경선은 언제까지나 특정정당의 일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나라당 경선을 심도 있게 다루고자 한다면 선거사상 처음으로 야권단일화를 추진하는 김두관, 강병기 후보에 더 많은 지면이 할애되어야만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는 충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의 전체 후보자가 8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부산지역도 선관위를 비롯한 민간 감시단들이 분주하다. 부산민언련은 선거보도 모니터단을 본격적으로 가동, 언론의 선거보도를 적극 감시하고 나섰다.

 

지난 3월 22일부터 모니터 교실을 열어 지방선거의 의미와 지역 이슈, 지역언론의 역할을 비롯해 모니터 방법을 교육해 온 부산민언련은 이달부터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부산민언련 관계자는 "지역언론은 시민들의 관심사만 보도할 것이 아니라 지역 의제를 심층적으로 보도해 토론의 장을 제공하는 공공저널리즘을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전·충청] 한쪽에선 "선거보도 감시 강화", 다른 쪽에선 "편파보도"

 

지난 1일 오후 2시 대전 '풀뿌리 사람들' 강당에선 '6.2 지방선거보도 모니터단(전국) 발족 기자회견 및 '6.2 지방선거, 바람직한 보도는?'이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려 주목을 끌었다. 대전·충남민언련을 비롯한 전국 10개 민언련(참언론 대구시민연대 포함)은 '6.2 지방선거보도 모니터단'을 발족하고 언론의 지방선거보도에 대한 모니터 활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선출직 간부가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는 '유권자'이고, 언론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은 '적극적 독자와 시청자'"라며 "유권자는 '좋은 후보'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을 투표를 통해 선택하고 언론은 '시민들에게 유익한 뉴스'를 통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도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선거보도 모니터 준칙도 공개됐다. 주요 내용으로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의도적으로 유·불리한 내용을 보도하지 않는가를 감시 ▲근거 없는 음모론이나 흑색선전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그대로 보도하지 않는가를 감시 ▲지역감정이나, 정치적 색깔론에 편승하여 보도하지 않는가를 감시 ▲지연·학연·혈연 등 연고주의를 조장하는 보도를 하지 않는가를 감시 ▲경마식 또는 일기예보식으로 피상적인 선거 현상만 보도하지 않는가를 감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충북지역에선 현역 자치단체장에 대한 편파보도가 입줄에 올랐다. 충북민언련은 지난달 5일 '정지사 칭찬만 쏟아내는 신문, 독자들은 짜증난다'란 제목의 논평에서 "정우택 현 충북도지사는 지난해 7월 지방선거에 재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며 " 출마선언부터 화려하게(?)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정 지사는 그 이후 모든 도정 활동에 있어서 선거와 연관지어 보도하는 언론 탓에 톡톡한 선거 홍보 효과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논평은 "특히 <충북일보>의 도지사 선거 관련 보도는 지나치게 노골적인 편파성을 드러내고 있어 문제"라며 <충북일보>의 최근 편파적 보도행태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경기] "공정성·형평성 잃은 현직 자치단체장 재선보도"

 

현직 자치단체장에 대한 재선도전 보도가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이 경기지역에서도 일었다. 경기민언련은 지난달 30일 '김문수 지사 재선 도전 보도, 지역신문은 공정성과 형평성 잃어'란 제목의 모니터 결과 논평을 냈다.

 

논평은 "김문수 현 도지사가 지난 21일 재선에 도전할 것을 공식선언했다. 현직 도지사인데다가, 지지율도 높다고 하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를 보도하는 지역신문의 태도는 순종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중부일보>는 노골적으로 김문수 띄어주기를 하며 공정한 선거보도에 대한 언론의 책임을 버렸다"며 "22일 20면 이진영칼럼 '김문수 카드'와 23일 21면 사설 '김문수 재선 도전과 4년 평가'를 통해 긍적적으로 포장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기신문>은 22일 4면 '한도지사, 유일한 대안은 김문수'에서 마치 제목을 통해 김문수 지사가 유일한 대안처럼 포장해 놓았다"며 "<경기일보>도 23일 4면 '도민요청…가장 경쟁력있는 도지사 후보'에서 인용구표시를 했지만, 간접적으로 김문수 지사에 대한 홍보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선거보도에 있어 언론으로서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유념하길 바란다"는 충고가 이들 신문사에겐 따갑게 들렸을 것이다.

 

이처럼 각 지역에서 6.2 지방선거 감시 및 모니터단들이 크게 눈을 뜨고 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정치와 언론의 구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불법선거를 감시하고 올바른 선거분위기로 유도해야 할 언론만큼은 선거보도의 기본수칙인 공정성과 정확성을 잠시라도 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태그:#지방선거, #편파보도,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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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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