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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건 8일째인 2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정세균 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 사건 8일째인 2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정세균 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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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지난 1일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설명 자료를 내고 사고 이후 제기된 각종 의혹의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부의 해명에 대한 반응은 싸늘하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 일주일 동안 사고 발생 시각이 공식적으로 세 차례나 바뀌는 등 사고 관련 핵심 정보들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군이 구조 이후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52명의 생존자들에 대한 외부 접근을 차단, 이례적인 정보 통제에 나선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지난 27일 오후 최 중령과 생존자 4명의 브리핑 이후 이들에 대한 외부 접근은 차단되고 있다. 심지어 부상을 거의 당하지 않은 장병들도 가족들을 면회실이 아닌 병실에서만 만나게 한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를 두고 "생존자들의 입을 통해 사고 관련 사실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며 군 당국의 은폐 의혹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2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구조된 승조원들 전부를 국군수도병원에 격리하고 일체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며 "정보를 통제하고 은폐한다고 해서 사실이 감춰지지 않는다, 구조된 승조원들로부터 진실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1일에도 승조원들의 격리 수용 해제와 교신기록 공개를 요구하며 군 당국의 은폐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도 이날 BBS 라디오 <아침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해경 함정에서 1차 구조한 사람들을 왜 해군 함대에다 승선시키라는 지시가 나왔나"라며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빨리 구해야겠다는 절박감을 뒤로 하고 생존자들의 입을 막은 것을 의미하지 않나"고 '은폐의혹'을 제기했다.

강 대표는 "생존자들의 입을 통해 그 때 제대로 된 상황이 사실적으로 나갈 우려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이건 아마 나중에 사실공개가 되면 엄청난 책임과 국민적 분노를 자아낼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환자복 입고도 증언했는데 지금은 면회실도 못 가... 생존자 '입막음' 의혹 확산

천안함 침몰사고 대책마련을 위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태영 국방부장관
 천안함 침몰사고 대책마련을 위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태영 국방부장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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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등 야당이 이 같은 주장을 제기하는 것은 군 당국의 현재 태도가 과거 1·2차 연평해전 때의 태도와 현저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군은 지난 1999년 1차 연평해전 때에는 사고 발생부터 종료 때까지 일어난 작전 상황을 분초 단위로 쪼개 모두 공개했다. 또 참전했던 해군들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게 했다. 지난 2002년 발발한 2차 연평해전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전사자 4명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당시 치료를 받고 있던 한정길 중사 등 3명이 환자복 차림으로 언론 앞에 나서 상황을 브리핑 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이와 크게 다르다. 계급과 이름을 가린 생존자 4명과 최원일 함장이 실종자 가족과 언론 앞에 나서 사고 발생 당시 상황을 설명했지만 전반적인 당시 상황을 추측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당시 천안함의 임무, 상황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할 수 있는 최원일 함장의 설명은 사고 발생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사고 발생 시점 등에 대해 군 당국의 설명이 수차례 바뀌면서 이들의 증언에 대한 신빙성도 확연히 떨어지고 있다. 또 병원에 입원한 생존자들이 가족과 친지들에게도 사고 발생 당시 상황에 대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일관된 답변을 하고 있어 군이 이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정보통제가 불가능한 시대"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일 "작은 불만도 쉽게 인터넷에 올리는 요즘 신세대 병사들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입단속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뭔가 숨기려고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국방부는 구조자들을 해군 함정에 옮겨타게 해 격리시킨 것에 대해서도 "당시 함장은 구조자들의 심리적 안정과 불필요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지휘관으로서 기본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실종자 가족과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대표성 있는 함장으로 하여금 인터뷰를 하도록 해 당시 상황을 설명케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생존자들은 자신들만 살아돌아왔다는 자책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어 상당기간 치료와 안정이 필요하다"며 "사안이 안정되는 대로 생존자들의 증언도 공개토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31일 평택 해군제2함대에서 열린 천안함 실종자 가족협의회 기자회견장에서 실종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31일 평택 해군제2함대에서 열린 천안함 실종자 가족협의회 기자회견장에서 실종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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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진실 밝히는 과정 일관성 필요한데 다양한 증언 나올 수 있어"

한편, 한나라당은 이 같은 군 당국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야권의 진상규명 요구에 맞서 실종자 구조가 우선이라고 맞받았던 것과 같은 논리다. 그러나 생존자들의 증언이 각각 갈리면서 지금도 잦아들지 않는 천안함 침몰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염려한 탓이 크다.

천안함 침몰 관련 긴급현안질의에 나서는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생존자들의 증언을 듣기 위해선)실종자들의 구조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군의 역할과 노력에 대해서 인정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며 "인양 이후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확인이 된 다음에 생존자들의 증언이 병행돼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 의원은 "증언이라는 것이 자기가 어느 부분에 있다가 사고를 당했는가에 따라서 다양한 증언이 나올 수 있다"며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도 일관성과 체계성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생존자들의 증언보다는 군의 실종자 수색 및 인양 작업 완료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라면 더 이상 각종 의혹이 불거져선 안 된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정 의원은 "구조작업이 우선이라고 말했지만 원인(규명)이 뒷전이라는 게 아니다"며 "그런데 속단해서 원인이 이거라고 얘기했는데 나중에 잔해를 인양해보니깐 전혀 다른 원인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천안함, #초계함 침몰, #정보 통제, #연평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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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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