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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46명의 무사귀환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최초 제안한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1일 저녁 촛불집회 장소인 서울 덕수궁앞에 도착하자 장소를 선점하고 있던 경찰들이 사지를 들어 연행하고 있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46명의 무사귀환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최초 제안한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1일 저녁 촛불집회 장소인 서울 덕수궁앞에 도착하자 장소를 선점하고 있던 경찰들이 사지를 들어 연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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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왜 미냐고 아무것도 안 하고 서 있는데. 시민이 서 있는데 왜 밀어내."

1일 오후 7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나타났다. 그러자 방패를 든 경찰 5명이 앞을 막아섰고 최씨를 인도 쪽으로 밀어냈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무사귀환을 바라며 3월 31일부터 대한문 앞에서 촛불모임을 연 최씨가 나타나자 촛불을 켜기도 전부터 막아 선 것이다.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100여 명의 경찰들이 오후 6시 40분부터 대한문 앞에 모여 주변을 둘러쌌다. 31일보다 경찰 병력 수가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덕수궁앞을 원천봉쇄한 경찰들이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을 에워싸고 있다.
 덕수궁앞을 원천봉쇄한 경찰들이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을 에워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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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방패에 밀려나가던 최씨가 땅에 주저앉자 경찰 6명이 방패를 들고 주변을 둘러쌌다.

"놔, 이거 놔! 왜 잡아 가냐고."

최씨가 땅에 앉은 지 채 1분이 되지 않아 그를 둘러싸고 있던 10여 명의 경찰 중 2명이 갑자기 최씨의 양팔을 잡고 경찰차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최씨는 촛불이나 피켓 없이 검은색 가방만 맨 상태였다. 그러자 대한문 건너 편 인도에는 서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30여 명의 시민 가운데 몇 명이 거세게 항의했다.

"방패 들고 뭐하는 거야, 사람 혼자 있었는데 왜 연행해."
"가만히 있는 사람을 왜 연행하는데!"

최씨가 도로가에 세워져 있던 경찰차 근처까지 끌려오자 주변이 있던 시민 몇 명이 다가와 경찰차 문을 막아서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게 납치가 아니고 뭐냐, 왜 잡아가는지 설득해 보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경찰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최씨를 강제로 차에 태웠다.

하지만 시민들이 차 문을 열고 경찰 팔을 잡아끄는 등 계속 강하게 저항하자 경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최씨를 경찰차에서 내리게 했다.

최씨 "장병들 안타까워 살아 돌아오길 바란 마음도 불법인가?"

차에서 내린 최씨는 대한문 근처 인도에 서서 경찰에 강하게 항의했다.

"말도 안 되는 불법행위다. 아무것도 안 하고 서 있었는데 사지를 들고 잡아갔다. 천안함 장병들이 안타까워 아들, 조카 같은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섰는데 그것도 불법인가?"

최씨는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차량 방지턱에 올라서 '천안함 실종자 무사귀환 진상규명'이라 적힌 종이를 가방에서 꺼내 들었다. 그는 "국가가 나서서 장병들 구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촛불 들고 기도한다는데 끌고 나가는 게 경찰이 할 짓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이 최씨에게 문자로 '조사받으러 오라'고 통보를 한 사실이 이 자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최씨는 "4대강 회의를 하고 있는데 오전 11시 30분 정도에 이상한 문자를 받았다"며 "남대문서 수사과에서 오후 4시까지 남대문서에 와서 조사를 받으라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환장도 아니고 문자로 몇 시까지 나오라고 하는 것이 대한민국 경찰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최씨가 받은 문자를 트위터에 올리자 이를 본 트위터리안들은 "경찰들 너무 쉽게 일하려고 하네"(트위터 아이디 hee***), "문자로 답장 보내세요.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트위터 아이디 uip***)는 댓글을 달며 경찰의 행동을 비판했다. 최씨는 "경찰이 어제는 촛불을 불어서 끄더니 어떻게 매일 코미디를 하냐"고 꼬집었다.

초 빼앗기자 '초 모양 램프' '라이터' 이용해 불 밝혀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1일 저녁 원천봉쇄된 서울 덕수궁앞에서 촛불을 켜자 경찰들이 달려들어 뺏고 있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1일 저녁 원천봉쇄된 서울 덕수궁앞에서 촛불을 켜자 경찰들이 달려들어 뺏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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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경찰들에게 '촛불'을 뺏기자 '라이터 불'을 켜고 있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경찰들에게 '촛불'을 뺏기자 '라이터 불'을 켜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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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덕수궁앞을 경찰이 원천봉쇄한 가운데, 한 시민이 촛불을 켜자 경찰들이 달려들어 뺏어가고 있다.
 서울 덕수궁앞을 경찰이 원천봉쇄한 가운데, 한 시민이 촛불을 켜자 경찰들이 달려들어 뺏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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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가 차량 방지턱에 선 채로 초를 꺼내자 주위를 둘러 싸고 있던 20여 명의 경찰들이 뛰어 올라 초를 빼앗았다. 최씨는 경찰들과의 실랑이에서 부러져 채 4cm도 남지 않은 초를 들고 "불도 안 붙인 초가 그렇게 무섭나, 뭐가 무서워 촛불도 못 들게 하냐"고 말했다.

'하늘 걷기'라는 닉네임의 누리꾼은 "최승국씨가 오늘 초를 들고 계신다고 해서 힘을 보태려 왔다"며 최씨 맞은 편에서 촛불 모임에 함께 동참했다. 그는 천안함 사고 처리 과정을 보며 "18세기에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며 "구조 과정과 현황등에 대해 사실대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에게 초를 모두 빼앗긴 누리꾼 '하늘 걷기'는 초 모양의 램프를 들고 섰고, 최씨는 "초를 다 빼앗겼으니 마음의 초에 불이라도 밝혀야겠다"며 손에 들고 있던 종이에 초가 그려진 부분에 라이터 불을 켜고 자리를 지켰다.

오후 7시 30분경이 되자 최씨는 촛불 모임을 마치기 전 묵상에 들어갔다. 그는 여전히 차 방지턱에 선 채로 '실종자 무사귀환' 종이를 들고 눈을 감았다.

"즉시 이 집회를 해산해 주십시오. 3차 해산 명령입니다. 즉시 해산해 주십시오. 시민여러분 자리를 비켜주십시오."

남대문 경찰서 경비과장은 최씨가 눈을 감고 있는 동안 그 옆에 서서 마이크로 해산 명령을 내렸다. 묵상을 하고 있는 최씨 뒤로는 20여 명의 경찰 병력이 바짝 붙어 서 있었다. 최씨가 "내일 다시 뵙자"고 말하고 차 방지턱에서 내려온 순간 20여 명의 경찰들이 최씨 주변을 둘러 쌌다.

"집에 갈 겁니다. 퇴근 할거에요. 이제 집에도 못 갑니까?"

최씨는 경찰들을 향해 항의했지만 경찰들은 미동도 없었다. 그러다 경찰 한 명이 최씨 앞으로 다가가 "지금부터 집시법 위반으로 연행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라고 말함과 동시에 주변에 있던 경찰들이 최씨의 팔·다리를 들고 경찰차로 끌고 갔다.

경찰이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에게 경고방송을 하고 있다.
 경찰이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에게 경고방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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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결국 40분만에 강제연행되고 있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결국 40분만에 강제연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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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40대 한 여성이 "왜 잡아가느냐 그럴 힘 있으면 가서 실종자들이 가서 살려라"고 목소리를 높여 항의 했지만, 경찰은 최씨를 경찰차에 태웠다. 최씨와 함께 촛불을 들었던 누리꾼 '하늘 걷기' 주변으로도 10여 명의 경찰이 몰려들었고, "체포해!"라는 명령과 함께 누리꾼 '하늘 걷기'도 역시 연행됐다.

경찰차 주변에서 항의하던 40대 여성은 "이런 순발력이면 왜 실종자들을 못 살려내!"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31일과 1일 촛불 모임을 모두 지켜보고 이를 트위터로 전했던 누리꾼 '미디어 몽구'는 "진심에서 우러나와 애도하는 마음을 경찰 공권력으로 막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며 "오늘이 만우절인데, 이런 모든 상황이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국방부가 (앞서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언론 보도에 해명하기만 바쁜 것 같아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태그:#천안함,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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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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