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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화려해지고 있다.

 

광화문 광장은 빛축제로 번쩍이더니, 서울시 구청사 주변은 예술품으로 공사장을 가렸다. 거리 곳곳도 '디자인 서울'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단장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렇듯 서울시가 디자인과 관광사업에 너무 많은 예산을 투입해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또다시 관광명소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200m의 길을 꾸미는데 수십 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문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꾸몄음에도 불구하고 이 거리를 찾는 시민들은 별로 없어 전시행정으로 인한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된 곳은 지난해 12월17일 개장한 '을지한빛거리'.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하승수 변호사)가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 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가 '을지한빛거리'를 조성하는데 무려 43억 원의 예산을 집행한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이는 사업 전체 규모가 아니라 도시환경정비구역 을지로2가 제5지구 사업시행인 (주)글로스타가 기부체납한 '한빛미디어파크' 부분은 제외한 것으로, 이것까지 포함하면 총 공사비는 43억 원을 훌쩍 넘게 된다.

 

'을지한빛거리'는 중구 을지로2가 장교동길에 있는 것으로 폭 15m, 길이는 200m 규모다. 이 거리에는 미디어월 3개, 인텔라이트 12개 등 시설물들이 설치되어있다. 또 디지털아트작품을 전시한 한빛미디어갤러리와 시민휴식공간인 한빛미디어파크가 함께 있다.

 

서울시, 보여주기 행정... 그만하면 안 되겠니

 

 

서울시는 '을지한빛거리'에 대해 "서울시가 추진중인 도심재창조사업의 북촌, 인사동, 종로, 청계천, 그리고 명동에 이르는 '관광문화축'의 대표사업으로, 종로와 명동을 잇는 도심속 구심점으로 IT강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첨단문화거리로 조성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서울시의 설명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을지한빛거리'가 위치한 장교동은 서울의 대표적 오피스단지 중 하나다. 평소 직장인 이외의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이곳에 단 몇 개의 조형물을 설치하는데 수십 억 원을 들이고는 "관광을 위해서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혹 서울시가 정말 이곳을 관광명소로 만들고자 했다면, 이러한 미디어거리보다는 우리문화 고유의 특색이 드러나는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서울 아현동이나 서촌 등은 난개발로 인해 서울 고유의 정취를 상실할 위기에 놓여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복구부터 오세훈 시장의 사시사철 축제와 디자인사업은 그동안 대표적인 이미지마케팅 사례로 사회각계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이 아름다워지는 것은 좋다. 삭막한 도시보다는 문화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에도 찬성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향하는 것이 아닌 실효성 없는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의 서울은 후자에 가까운 듯하다. 서울시는 아름답게 치장한 보여주기식 행정보다는 사람을 행하는 행정, 서민을 위한 정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자세를 보여야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정진임 기자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간사입니다. 


태그:#디자인서울,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을지한빛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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