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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초밥은 입맛을 돋우며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다. 비록 국적이 일본이라고는 하지만 생선회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런 근원을 따질 마음은 없다. 된장국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초밥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밥은 그 가격 때문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기도 하다. 대형마트에서는 기계로 찍어낸 초밥을 개당 400~500원 내외로 싸게 팔기도 하지만 초밥의 그 진정한 맛은 느끼기 어렵다.

초밥은 갓지은 고슬고슬한 밥에 배합초를 넣고 비빈 후 신선한 생선회를 얹어서 만든 그  직후가 가장 맛있기 때문. 하지만 대형마트 생선코너의 초밥은 냉장보관하는 관계로 한 입 씹으면 밥알과 생선회가 따로 노는 듯한 식감 때문에 두어 번 먹어본 후 다시는 손이 가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일식집 초밥을 먹을라치면 그 가격은 얄팍한 주머니 사정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제대로 된 생선 초밥은 결코 착한 가격이 아니기 때문.

초밥에 맛들인 큰 아들...'먹고 싶은 음식 1위는 초밥'

생선 초밥 만들기에 처음으로 도전해 만들어낸 생선초밥이다.
 생선 초밥 만들기에 처음으로 도전해 만들어낸 생선초밥이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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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끝내고 들어간 후 아내가 늦게 들어오는 날 밥상 차리기가 귀찮을 때는 외식을 하곤 한다. 이럴 때 아이들에게 시켜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라고 하면 첫째 아들은 '생선초밥'을 외치곤 한다.

개인적으로 생선회를 즐기다보니 사람들과 어울리는 횟집이나 일식집에서 술을 한 잔 하고 집에 들어올 때 생선초밥을 별도로 주문해 집에 가져오곤 했는데, 올해 중학교 2학년인 첫째 아들 정민이가 이 생선초밥에 입맛을 들였던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생선초밥은 바로 참치로 만든 생선초밥이기도 하다. 거의 먹는 데에서 만큼은 '초밥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제 형과는 달리 초등학교 5학년 둘째 정연이는 아직 생선초밥에 입맛을 들인 것은 아니다. 생선초밥 안에 들어있는 와사비가 맵다며 사온 생선초밥에서 일일이 와사비를 긁어낸 후 간장에 찍어먹기 때문.

생선회가 먹고 싶을 때는 시흥시에 있는 오이도 포구를 자주 찾는다. 포구 좌판에는 지역 어민들이 직접 잡은 각종 생선들을 값싸게 사올 수 있기 때문. 지난 11월 부터 이곳 오이도 포구에서 많이 나오는 생선은 다름아닌 '숭어'다.

팔뚝만한 숭어를 피만 빼고 가져오는 조건이라면 1마리에 만원 정도면 꽤 큼직한 놈으로 가져올 수 있다. 이 정도 크기면 어른 두세 명은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정도의 회가 나온다. 써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

광어라면 회를 뜨는 게 조금 어렵지만 숭어나 우럭 종류는 칼집을 넣고 반으로 쪼갠 후 껍질을 벗기고 회를 뜨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다 바다낚시를 즐기다보니 익히게 된 기술(?)이기도 하다. 바다낚시의 즐거움 중 하나가 갓 잡은 생선을 회로 떠서 초고추장에 찍어 소주 한 잔 하는 그 맛이니 말이다.

지난 토요일이었다. 그렇게 서너달 동안 숭어를 회로만 먹다보니 질린다. 새롭게 방법을 생각해 보니 생선초밥을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로 실천에 옮기는 일 밖에. 물론 지금까지 단 한번도 초밥을 직접 만들어 본 적은 없다. 남들이 만들어준 초밥만 맛나게 먹었을 뿐이다.

해서 맨 처음 하는 일은 어떻게 만드는가에 대한 요리법을 찾아 볼 수밖에. 인터넷을 뒤져 요리법을 검색했다. 간단하다. 삼박자만 맞으면 될 것 같다. 신선한 초밥용 생선,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밥. 그리고 거기에 넣고 비빌 초밥용 '배합초'가 그것이다.

생각난 김에 곧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오이도 포구로 간 후 큼지막한 숭어 한 마리를 만원에 흥정한 후 사들고 왔다. 만 원짜리 한장으로 우리집 네 식구가 저녁에 먹을 초밥 만들기에 도전한 것이다.

만들면서도 맛이 궁금한 생짜배기 초보, 알고보니 초밥의 달인?

먼저 숭어를 반쪽으로 가른후 포를 만들었다. 위에 있는 초밥용 생선은 냉동실에 있던 참치다.
 먼저 숭어를 반쪽으로 가른후 포를 만들었다. 위에 있는 초밥용 생선은 냉동실에 있던 참치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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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용 밥을 따로 지은 후 배합초를 넣고 비비기 직전의 모습이다.
 초밥용 밥을 따로 지은 후 배합초를 넣고 비비기 직전의 모습이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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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재료가 완성이 되었다. 이제는 초밥을 만들차례
 모든 재료가 완성이 되었다. 이제는 초밥을 만들차례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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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초밥용 밥을 만들기로 했다. 생선초밥용 밥은 조금 고슬고슬 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해서 평소 짓던 밥물을 조금 적게 해서 밥을 지었다. 한쪽에서는 초밥용 배합초를 만들기 시작했다. 요령은 간단했다.

식초: 설탕: 소금을 각 3: 3: 1 비율로 섞은후 약한 불에서 완전하게 녹인 후 다시마를 넣고 식히면 된다고 했다. 식초의 시큼한 냄새가 집안 가득하다. 숭어는 피를 빼고 가져온 후 두쪽으로 나눈 후 생선초밥 크기에 맞추어 다듬었다.

이제는 모든 재료가 준비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초밥을 만들어야 할 차례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 듯하다. 바로 밥알의 양을 어떻게 맞추느냐였다. TV 맛탐방 프로에 나오는 초밥달인 들은 맛있는 초밥을 만드는 핵심 중 하나가 바로 밥의 크기를 어떻게 한번에 쥐느냐에 달려있다고 했기 때문.

그런 프로들에 나온 달인들은 한 입에 쏙 들어갈 수 있게끔 자신들이 한번에 쥐는 밥알은 일정하게 이백몇십알이 된다면서 심지어는 그 밥알 하나 하나를 일일이 세어 가면서 자신들의 숙련도를 자랑했으니 말이다.

또 그들은 그렇게 손에 쥔 초밥에 와사비를 바른 생선을 얹는 과정까지를 현란한 손동작으로 보여주며 자신들의 기량을 자랑했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도전하는 그것도 교과서(?) 아니 인터넷으로 뒤져낸 얄팍한 지식으로 생선초밥 만들기에 도전하는 판에 그런 고수들의 뒷꿈치 조차 따라 갈 수는 없는 일.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보니 아이들 숫가락으로 양을 맞추면 어떨까 싶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한 후 본격적으로 초밥 만들기에 들었갔다. 먼저 넓은 쟁반에 두 공기 반을 푼 후 미리 만들어둔 배합초를 약간씩 뿌린 후 '초밥의 달인' 등에서 익힌 본 것처럼 부채로 식히면서 초밥용 밥을 만들었다. 몇 알 떼어서 먹어보니 평소에 먹던 초밥의 맛이 난다.

여기까지는 무척이나 성공적. 그 다음 단계로는 먼저 어른 숟가락의 절반 만한 크기의 아이들용 숟가락으로 밥을 뜬후 대략 눈짐작으로 맞추어 보니 평소 먹던 초밥용 밥크기와 얼추 비슷한 것 같다.

위생장갑을 낀 손으로 적당히 뭉쳤다. 손에 밥이 들러붙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배합초를 조금 묻히니 밥이 손에 들러붙지 않는다. 그런 후 미리 다듬어 놓은 생선회에 와사비를 조금 찍어 바른 후 뭉쳐 놓은 밥에 얹고 토닥토닥 두드렸다. 생선초밥이 만들어진 것이다.

나름 멋을 부려보았다. 단무지도 접시에 깔고 말이다.  물론 만든 초밥의 모양새는 썩 성공적인것 같지는 않다. 투박하기 그지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맛만 있으면 그만일것이다.
 나름 멋을 부려보았다. 단무지도 접시에 깔고 말이다. 물론 만든 초밥의 모양새는 썩 성공적인것 같지는 않다. 투박하기 그지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맛만 있으면 그만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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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몫으로는 10개씩을 그리고 아내와 내 몫으로는 15개씩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잘먹는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아이들에게 아빠의 솜씨를 물었다.

"어떠냐? 생선 초밥 이 정도면 달인이 아니겄냐!"
"에이. 달인은 그렇고 일반 초밥 보다는 훨씬 맛있어요."

아홉시가 넘어 들어온 아내에게도 상을 차린 후 생선초밥을 저녁밥 대신에 내밀었다. 남편이 처음으로 만든 초밥에 대한 맛을 평가를 물어 볼 수 밖에.

"어떠냐?"
"음. 이 정도면 사먹는 것 보다 나은 것 같은데."

어깨가 으쓱거려진다. 1만원짜리 숭어 한 마리로 만들어낸 생선 초밥 4인분. 처음인데 그 정도면 성공작이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큰소리 쳤다.

"음무하하. 아빠가 생선초밥 만드는 것을 알았다는 것 아니냐. 앞으로 생선초밥 먹고 싶으면 얼제든지 말하거라. '초밥의 달인'을 넘어 '초밥의 지존'으로 등극할테니 말이다."

'하늘아래 뫼이려니' 익히고 또 익히면 생선초밥의 지존이 되지 말란 법은 없으니 말이다. 어쨓든지 지난 토요일날에는 우리집 대표 음식으로 또 하나의 명품이 탄생한 것 같다. 바로 '생선초밥'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생선초밥, #초밥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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