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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교육비리, 일제고사, 두발규제, 자율형사립고, 특목고, 교장공모제…. 현재 우리나라 교육계에 산적한 과제들입니다. 오는 6월 2일은 동시지방선거와 함께 각 시도교육감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교육감' 예비 후보로 등록한 이들을 만나 최근 교육계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모든 후보의 인터뷰에는 학생복지(무상급식), 교육계 비리근절대책, 사교육비 절감, 학생인권, 학력 평가 및 신장 등 5개 항의 공통질문이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말]
서울시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김성동 예비후보.
 서울시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김성동 예비후보.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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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도 공정택 수사는 하고 있었다, 잘 터졌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김성동 서울교육감 예비 후보는 기자가 자리를 잡고 앉기가 바쁘게 최근 불거진 서울시교육청의 비리를 질타하는 말들을 속사포처럼 날렸다. 그는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흥분된 어조로 '교육의 기본을 다시 세우자'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김 예비후보는 "전교조를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혀 달라"는 주문과 함께 '무상급식 반대' 입장도 분명히 했다.

김 예비후보는 평교사로 시작해 교육 관료를 거쳐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시교육감에 도전장을 냈다. '교육행정의 요직을 두루 걸친 일선 교육통'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2002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재직 시절 수능난이도 조절 실패, 그해 6월 교육청 연합학력고사 채점 오류 소동,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편향기술과 관련한 정부 대책 문건 한나라당 유출 혐의(후보측에서는 서울중앙지검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등의 전력을 들어 비판하는 입장이 공존한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일반 시민, 학생, 교육자 등이 공유·합의하는 시스템을 잘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EBS에서 수능 시험의 70%를 출제하겠다는 정부 발표와 관련해서도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예비후보는 "수능 위주, 지필고사 결과를 중시하는 제도에서 사교육이 없을 수 없다"며 "서울대가 학생들과 2~3주 토론하고 학습해서 뽑으면 고교 교육과정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피력했다. 또 "그러한 입시가 번창하면 다다익선"이라며 "'실력 있는 인재상'을 다시 그리자, 고교에서는 국영수 못지않게 음미체도 비중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교육청 비리, 국민 이름으로 저주해야"

지난 3월26일, 서울 강남역 근처 한 오피스텔 선거사무실에서 김성동 예비후보를 만났다.

- 무상급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의무교육 기간인 초·중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과, 가정 형편에 따라 선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무상급식에 반대한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초등학생 30%가 비만인데, 이 중 7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초등학교만큼은 급식을 건강 교육의 장르로 봐야한다. 인스턴트  식품과 편식 습관 등을 지도해야 한다. 초등학교만큼은 급식이 중요한 교육의 대상이니 예산 등에 대한 여부를 논하지 말고 중·고교는 돈 내고 먹어야 한다. 저소득층은 무상이지만 소득 있으면 돈을 내야 한다."

서울시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김성동 예비후보.
 서울시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김성동 예비후보.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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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상당수 학교장들이 직영 급식을 거부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급식비리가 많다. 나는 이걸 직영·위탁 여부보다 학부모들이 모여서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학교가 처한 위치, 학부모의 소득 등을 봐야 한다. 직영·위탁급식의 각 장점이 있으니  학부모의 의견을 좇아야 한다."

- 서울시교육청 비리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계 비리 근절을 위해 교육감 권한 축소와 교장공모 50% 확대 등을 이야기했는데, 이에 대한 평가와 비리 근절 대책을 말해 달라.
"서울 교육은 잘 하려는 사람도 자포자기 하는 상황이다. 이는 진보 보수든 개탄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국민의 이름으로 저주해야 한다. 공정택 밑에서 일한 사람들이 왜 출마하나? 교육을 바로 잡겠다고? 그 나물에 그 밥들이 무슨 교육을 바로 잡을 수 있나. 서울시장보다 더 중요한 자리가 서울시교육감이다. 교육비리 없애려면 공정하게 인사하고 맑은 인물 뽑아야 한다.

나는 전교조를 반대한다. 분명히 밝혀 달라. (전교조가) 자라는 아이들에게 특정 이념을, 국가 지향하는 방향 아닌 방향으로 가르치는 건 부적절하다. 하지만 부패한 교장·교감은 전교조에 큰 소리 칠 수 없다.

이 정부 와서 교육감 권한을 지방에 분산한 건 잘한 것이다. 수도 서울의 일부 교육이 썩었다고 지방 분권화에 맞춰 잘 하던 것을 한두 사람의 교육감 비리로 인해 축소하는 게 옳은가. 권한 축소가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모든 것 아니다. 다시 생각해야 한다. 교육을 바꾸려면 학교 현장을 평가·지도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어야 한다.

초빙형 교장도 좋다고 본다. 초빙에 응모한 이들이 자신이 근무할 기간 동안 학교 여건 분석해서 어떤 철학으로 교육할 것인지 프레젠테이션하고 학부모와 지역사회 인사가 심사해서 적격자를 초빙하면 된다."

"교과부 EBS 출제 비율 발표, 언 발에 오줌누기"

- 정부는 사교육비 절감 대책의 하나로 자율형사립고의 확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와 사교육비 절감 대책을 말해 달라.
"나를 당혹케 하는 어휘가 '자사고'다. 자율형이 아니면 타율형이란 말인가? 아이들의 소질을 잘 키워주는 학교가 진짜다. 모든 학교가 자율형사립학교 돼서 아이들의 다양한 욕구 충족하는 시스템 갖추었으면 한다.

수능 위주, 지필고사 결과를 중시하는 제도에선 사교육이 사라질 수 없다. 사교육 없는 학교 한다는 강남의 한 중학교는 월 40만 원 내고 학교에 외부 강사 불러서 강의한다고 한다. 그게 사교육 없는 건가. 장소가 어디든 그런 건 사교육이다. 아이들이 자기 소질과 적성에 따라 학교를 택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 남한산초의 경우 한 학생도 사교육을 안 받는다. 사교육 없는 교육을 말할 땐, 이 시대 이 사회에서 성공적 삶을 사는 인재는 어떤 삶을 사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봐야 한다. 중간·기말고사 성적 높으면 사회적으로 성공하나.

우리가 학교 교육 통해 어떤 인재 만들 것인 지부터 논의하자. 그건 그냥 둔 채 EBS만 열심히 보면 수능 70% 나온다? 그건 '언 발에 오줌누기'다. 서울대가 학생들과 2~3주 토론하고 학습해서 뽑으면 고교 교육과정 달라지지 않을까. 그러한 입시가 번창하면 다다익선이다. '실력 있는 인재상'을 다시 그리자. 고교에서는 국영수 못지않게 음미체도 비중 높여야 한다."

- 두발자유와 체벌금지 등이 담긴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학생인권 향상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배우는 학생이 가르치는 사람에게 사랑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지탄의 대상이 되는 교사는 교단 떠나야 한다. 학생 인권으로 다루면 교육이 교육 밖의 영역으로 나간다. 교육을 흐리게 한다. 그래서 학생인권으로 접근하는 건 반대다."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하는 교육감? 시대가 안 원해"

김성동(1942년)
-  경남 남해 출생
-  경남 진주사범학교 졸업
-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교육대학원(교육행정학전공) 1년 수료
-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대학원(교육학전공)졸업(철학박사)
-  제17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  경남 함양 휴천초, 남해 성남초 교사(전)
-  서울특별시 교육청 세입과장(전)
-  경기도 교육청 관리국장
-  대통령 비서실 교육비서관(전)
-  교육부 기획관리실장(전)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전)
-  경일대학교 총장(전)
- 정부는 경쟁과 수월성을 이야기하면서 일제고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제고사에 대한 견해와 학력 신장 방안을 밝혀 달라.
"학력의 개념을 다시 정리하자. 재논의·재합의 돼야 한다. 중간·기말고사에서 성적 높은 게 학력인가. 그건 한 부분이다. 일제고사도 방법에 한계가 있다. 모든 사람을 한꺼번에 하는 것보다는 샘플만으로도 알 수 있다. 모든 학생을 한꺼번에 평가할 필요도 있겠지만 극히 제한적이다.

교육감이 되면 근본 틀을 바꿔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학교가 되도록 하겠다. 나는 자율과 경쟁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수단이다. 자율과 경쟁의 이름으로 성적과 서열을 공개하면 창의는 사라진다."

-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어떻게 보나?
"대통령이 교육에 깊은 애착을 가진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 시대가 요구하는 유능한 인재에 대한 모습을 빨리 찾아야 한다. 그래서 일반 시민·학생·교육자 등이 공유·합의하는 시스템을 짜야 한다. 대통령이 교육에 대한 애착은 좋은데 그런 걸 잘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시도교육감이 중요하다. 시도교육감에게도 이 시대에 맞는 창의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건 당연하다.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건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 수능시험을 관장하는 교육과정평가원장을 역임했다. 현행 수학능력평가 어떻게 생각하는가? 
"평가원장이 난이도를 적정 수준으로 딱 맞추는 건 힘들다. 다만 수험생이나 관련자들이 수긍하는 수준의 출제를 해야 한다. <삼국지> 10권을 원전으로 읽은 아이와 요약본을 읽은 아이는 구별해야 한다. 수능시험은 입학 정원의 일정 배수를 끊는데 활용하고 학교별 시험에서는 질문과 토의 등을 통해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럼 고교에서 그런 교육할 것 아닌가. 그러면 수능을 포함한 대학 입시가 미래 인재를 준비하는 것이 된다. 적당히 객관식으로 뚝딱 하는 건 아니다. 교육감이 되면 서울대 총장을 만나 서울대 입시의 행정 편의성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폭넓게 독서하면서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지 찾아보라고 할 것이다."

"학교폭력, 선생이 학생 인정 안 해주니 나오는 것"

서울시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김성동 예비후보.
 서울시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김성동 예비후보.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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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자의 블로그를 보니 바탕화면이 촛불집회 사진이고, 화면 오른쪽 아래에는 촛불소녀가 '미디어악법 싫어 싫어', '언론악법 완전무효'를 외치며 미디어법 반대 서명을 유도하고 있다. '4804번째 참여 블로거'라고도 돼 있는데 실제 촛불집회에 참여한 것인가? 학생들의 정치 참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촛불집회엔 참석하지 않았다. 촛불 장면은 '어둠을 밝힌다'는 뜻으로 연출한 것이다. 학생의 정치 참여는 안 된다. 가령 핀란드 같은 데는 전국청년회의가 있던데 자기 정체성이 생기면 모를까 초중고 학생은 안 된다. 미디어악법 반대 서명 한 적 없다. (블로그에) 그렇게 돼 있는 줄 몰랐다. 촛불소녀는 블로그 제작자가 그렇게 한 것 같다. 전혀 아니다. 당장 고치겠다. 사회 이슈에 말려 그러기는 싫다(인터뷰 도중 미디어악법 촛불소녀는 '삭제'됐다)."

- 후보자의 미니홈피에는 '학창시절 교과서는 거의 안 보고 교과서보다는 학습지와 문제집으로 학습했고, 학원에서 제작하는 교재가 입시에 도움이 됐다'는 글도 있던데?
"전혀 아니다. 문제집 풀이는 사고를 정형화시킨다는 의미에서 굉장히 반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초등과정의 시험을 없애야 한다. 즐겁게 책을 읽게해야 한다. 핀란드는 중학교까지 시험이 없다더라."

- 학교폭력이 근절 안 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선생님이 나를 인정 안 해 주니 폭력이 나오는 것이다. 대치동 어느 엄마랑 얘기 하는데 내 아이가 급식 잘 먹고 화장실 잘 다녀오길 바란다기에 무슨 소리냐 했더니 폭력학생들이 거기서 담배 피고 한다더라. '교폭교사'(교감을 포기한 교사)라고 아나? 열심히 아이들과 지내면서 자연스레 교감·교장이 되는 게 중요하다."


태그:#서울교육감, #김성동, #지방선거, #공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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