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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개나리는 집을 에워싼 채 꽃 대궐을 이루고 있습니다.
 노란개나리는 집을 에워싼 채 꽃 대궐을 이루고 있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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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찾아가도 푸근하고 정겨운 곳이 고향인가 봅니다. 버선발로 뛰어나와 거친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어 주시던 어머니는 안 계시지만 그래도 고향집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사연들이 가득합니다. 장독대 앞의 양지 녘에는 예나 지금이나 따스한 봄 햇살이 모여 속살거립니다. 담장에는 살구꽃 개나리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어딜 가도 늘 가슴속에 묻어두고 살았던 고향. 고향집에는 여전히 어머님이 살고 계셨습니다. 여기저기 다투어 피어나는 봄꽃 속에서 언뜻 언뜻 어머님의 미소가 보입니다.

산다화는 어느새 꽃이 집니다. 군데군데 매달린 꽃잎은 아직 곱기만 한데.
 산다화는 어느새 꽃이 집니다. 군데군데 매달린 꽃잎은 아직 곱기만 한데.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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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고향집은 꽃 천지입니다. 정성으로 고향집을 가꾸고 보살피는 동생이 있기에 나의 옛 고향은 옛 모습을 오래도록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마당가의 소나무와 철쭉도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진돌이의 재롱도 여전합니다.

집 앞 농원으로 향합니다. 툭 트인 바다 저 멀리 구강포에서 바람이 불어옵니다. 봄바람입니다. 추녀의 풍경은 봄바람과 정분이 났나봅니다. '뎅그렁~' 소리를 내며 법석을 떱니다.

닭장에는 토끼와 염소 녀석이 세 들어 삽니다. 수많은 닭과 함께 어울려 살고 있습니다.
 닭장에는 토끼와 염소 녀석이 세 들어 삽니다. 수많은 닭과 함께 어울려 살고 있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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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에는 토끼와 염소 녀석이 세들어 삽니다. 수많은 닭과 함께 어울려 살고 있습니다. 잘 어울릴까 싶었는데 이 녀석들은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산다화는 어느새 꽃이 집니다. 군데군데 매달린 꽃잎은 아직 곱기만 한데.

담장의 매화는 아직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담장의 매화는 아직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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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고목에 핀 한 떨기 꽃잎입니다.
 매화고목에 핀 한 떨기 꽃잎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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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의 매화는 아직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이따금씩 봄바람에 실려 온 서향의 꽃향기가 훑고 지나갑니다. 매화보다 진하고 아득합니다.

초록의 풀숲에는 개불알꽃이 지천으로 피어납니다.
 초록의 풀숲에는 개불알꽃이 지천으로 피어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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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풀숲에는 개불알꽃이 지천으로 피어납니다. 모란은 새순을 틔웠습니다. 영랑 시인의 시구에서처럼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얼마 안 있으면 꽃을 피워낼 듯합니다. 노란개나리는 집을 에워싼 채 꽃 대궐을 이루고 있습니다. 작약도 고물고물 새순이 올라옵니다. 살구꽃은 화들짝 피어 봄노래를 합창합니다.

진돌이 녀석은 꽃무더기에 혀까지 쑥 빼물고 좋아 어찌할 줄 모릅니다. 봄입니다. 봄~
 진돌이 녀석은 꽃무더기에 혀까지 쑥 빼물고 좋아 어찌할 줄 모릅니다. 봄입니다. 봄~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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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돌이 녀석은 꽃무더기에 혀까지 쑥 빼물고 좋아 어찌할 줄 모릅니다. 봄입니다. 봄~

고향의 들녘과 산을 돌아봤습니다. 정수사 가는 길입니다. 천태산 산자락에는 참꽃(진달래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진달래꽃 한 송이를 따 먹었습니다. 쌉싸래한 봄 향기가 입안 가득합니다.

모란은 새순을 틔웠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꽃을 피워낼 듯합니다.
 모란은 새순을 틔웠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꽃을 피워낼 듯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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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산 산자락에는 참꽃(진달래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천태산 산자락에는 참꽃(진달래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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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없다지만 고향은 언제나 마음 한 곳에 오롯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사랑하는 이들까지 하나 둘 떠나가도 나의 살던 고향은 그대로입니다. 아니 어쩌면 유년의 추억 그대로 붙잡아두고 싶은 나만의 욕심일 것입니다.

겨우내 기다리고 기다렸던 봄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제 봄도 우리 곁을 소리 없이 떠나갈 겁니다. 모란이 지고 말듯이. 아름다움은 순간이라지만 그래도 봄은 아름답습니다. 나의 소중한 고향은 더욱 그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향, #봄, #모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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