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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은 신의주와 단둥을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를 올해 10월에 착공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두만강변에서도 창지투(창춘-지린-투먼) 선도구 개방사업을 국가적 사업으로 승격시켰다. 북한이 올해 1월 중국 지린성과 가까운 함경북도의 라선(라진-선봉)시를 특별시로 지정한 것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해석된다.

북중 간 경제협력 강화가 남북관계와 남북경협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오마이뉴스>는 3월 15일부터 20일까지 랴오닝성의 선양, 단둥과 지린성의 옌지, 투먼, 훈춘 현지 취재를 통해 이에 대해 살펴봤다. 또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상황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이와 관련, 전문가 기고를 포함해 7~8회의 연재기사를 실을 예정이다. [편집자말]
3월 16일 오후 중국 단둥 압록강변의 모습. 평안북도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압록강철교가 보이며 강 건너편은 평안북도 신의주이다.
 3월 16일 오후 중국 단둥 압록강변의 모습. 평안북도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압록강철교가 보이며 강 건너편은 평안북도 신의주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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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화교'(북한 출신 화교) 왕밍(王明, 가명)씨를 인터뷰한 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북한이 중국과 접한 지역에서 이뤄지는 휴대폰 통화를 차단·적벌하기 위해 전파탐지기와 전파방해기를 배치하고, 최근에는 동북(랴오닝성, 지린성 등) 지방에 반탐(방첩) 요원을 대폭 증파했다는 뉴스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6일 단둥의 사업가를 통해 만난 왕씨는 이름과 고향 등 자신이 노출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주의를 거듭 요구했다. 주로 신의주에서 장사를 하는 그는 장사 외의 일로도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자주 고향을 찾는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1월 말까지 '반농반도'(半農半都)' 지역인 고향에 머물렀던 그는 화폐개혁 이후 물가 변화와 환율 변동 상황을 직접 겪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중순에 1kg에 40원(신권) 하던 쌀값이 북한을 떠난 1월 말에는 400원으로 올랐고, 지금은 1000원이라고 전했다. 그 자신이 직접 신권 3700원과 바꿨던 100달러가 1월 말에는 2만 원이 됐고 3월 중순엔 15만 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북-중 교역, 화교들이 쥐고 있다"

왕씨는 또 "북-중 교역은 화교들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화교들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북-중 교역에 적극적으로 나서 재중동포(조선족)들을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말'을 할 줄 알고 국적이 중국이라는 장점은 재중동포들과 같지만, 가족들이 북한에 있어 거래의 신뢰도가 높다. 중국 당국의 보이지 않는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 이번 인터뷰 주선자는 "단둥에서 경제력은 한족이 1위이고, 그 다음은 화교, 북한, 남한 순서"라고 말했다.

3월 17일 오전 북-중 접경도시인 중국 단둥의 세관 앞 거리 모습. 이곳에서는 북한 관련 상품들의 거래가 비교적 활발한 곳이다.
 3월 17일 오전 북-중 접경도시인 중국 단둥의 세관 앞 거리 모습. 이곳에서는 북한 관련 상품들의 거래가 비교적 활발한 곳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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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씨는 "김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의 생일에 전국적으로 축하 모임이 진행됐다"는 소식도 전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김정은의 생일은 1월 8일이지만, 왕씨는 고향에서 김정은의 생일 축하행사가 있었던 날짜를 1월 9일쯤으로 기억했다. 이날 아침에 종을 쳐서 사람들을 모이게 하면서 "김정은 대장의 생일을 맞아 인민반, 기업소, 공장마다 축하행사를 진행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국가기념일은 아니었고, 또 공공기관 등에 그의 사진이 걸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는 또 고향 주민들이 김정은을 '1982년생, 개띠'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의 나이에 대해서는 1982년생, 1983년생, 1984년생이라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원래 1983년생인데 북한에서 1982년생으로 알리고 있다면, 1912년생인 김일성 주석 및 1942년생인 김정일 위원장과 출생연도(끝자리)를 맞춰 권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을 선전하는 벽보사진으로, 대만 사진작가 후앙 한밍(hanming huang)이 북한 원산에서 촬영했다며 지난해 9월 22일 사진공유사이트 플리커닷컴(www.flickr.com)에 있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을 선전하는 벽보사진으로, 대만 사진작가 후앙 한밍(hanming huang)이 북한 원산에서 촬영했다며 지난해 9월 22일 사진공유사이트 플리커닷컴(www.flickr.com)에 있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 후앙 한밍의 플리커닷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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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연속극 보는데 USB도 많이 이용"

그는 이와 함께 최근 컴퓨터 보급이 늘어나면서 남한의 연속극을 보는데 USB(휴대용 메모리)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최근에 남한의 대북단체들이 DVD로 만든 '삐라'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문답 전문이다.

- 북한의 식량사정은 어떤가.
"식량 없다. 배급이 끊긴 지는 오래됐고, 시장에서 사먹어야 한다. 보통 월급이 1500원에서 2000원 정도다.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쌀 1kg에 40원(신권)이었다. 1월말에 내가 북한에서 나올 때는 400원이었다. 요즘 신의주 쪽에서 들은 얘기로는 1000원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화폐개혁 전에는 1kg에 4000원이었고, 100달러는 39만 원에서 40만 원선이었다.)

강냉이쌀을 사서 가루로 만들어서 죽을 쑤거나 국수로 만들어 먹는 경우가 많다. 모자라면 굶는 거고. 전국적으로 다 그렇다. 들려오는 얘기들이 별 차이가 없었다."

- 화폐개혁 이후 상황을 설명해달라.
"화폐 가진 사람들이 돈을 어느 정도 갖고 있든 몽땅 무효로 만들고 10만 원까지만 바꿔줬다. 10만 원을 1000원으로 바꿔주고, 1인당 500원씩 줬다. 10만 원을 재산으로 갖고 있던 4인가정이면 3000원을 갖게 된 것이다. 달러나 인민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괜찮았다."

- 아사자가 나온다는 말이 도는데.
"직접 본 건 없다. 1월 중순에 평안남도 어느 아파트에서 먹을 게 떨어지자 애부터 창문 밖으로 떨어뜨려 버리고 그 뒤에 부모가 뛰어내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집 밖에서 군고구마 먹고 있다가 껍데기를 바닥에 버렸는데, 대여섯 살 먹은 아이가 이걸 주워먹기에 다 줘버렸다. 이런 건 흔한 일이다."

3월 19일 낮 중국 연변자치주 투먼시에서 바라본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 붉은 깃발을 들거나 달구지와 자전거를 끌고 가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3월 19일 낮 중국 연변자치주 투먼시에서 바라본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 붉은 깃발을 들거나 달구지와 자전거를 끌고 가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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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개혁 후 쌀값 25배, 달러화 40배로 치솟아"

- 쌀 거래가격이 발표됐나.
"(화폐개혁을) 100:1로 한 뒤 장마당의 모든 물가도 100:1로 맞췄다. 그런데 한 달도 채 못 가서 국가에서 가격을 다시 지정해줬다. 2002년에 화폐개혁을 하려다 못한 게 있는데 그때 만들었던 가격표를 내놨다. 10:1이었다. 

그 다음부터 혼란이 일어났다. 달러가격도 헝클어졌다. 내가 들어갔을 때 100달러를 신권 3700원으로 바꿨는데, 1월 말에 나올 때는 2만 원이었다. 그래서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담배 한 '막대' 사 피우고 나왔다. 처음에는 쌀 1kg에 40원 했으니까 (100달러는) 한 100kg을 살 수 있는 돈이었는데, 지금은 뭐…. 2월 말에 북한 갔다 온 사람이 있는데 그때는 26만 원까지 올라갔었다고 하더라. 지금은 15만 원이라고 한다. 오늘(3월 16일) 통화했을 때 들었다."

- 핸드폰 통화는 어떻게 하나. 단속이 심한 상황이라고 하는데.
"중국 전화로 몰래 한다. 정해진 시간에 하는데, 전화하려면 밖에 한 사람 내보내고 (또 한 사람은) 창문에 나가서 차 오는지 보게 한 후, 전화 잠깐 하고 끊는다. 암호를 정해서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탐지기 를 갖고 딱 따라온다. 탐지기 바늘이 향하는 집으로 바로 들어와서 전화기 내놓으라고 하고, 집 전체를 수색한다. 내가 현재 전화하는 집도 작년 10월에 탐지가 됐다. 수색을 당했는데, 다행히 구사일생으로 전화기를 못 찾았다. 걸리면 돈을 써야 용서가 된다. 아니면 법적 제재로 가는 것이다. (국경변에는) 신의주 쪽과 통화하는 사람이 많다."

-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들이 있나.
"1월 9일쯤으로 기억한다. 아침에 종을 쳐서 사람들을 모이게 했다. 김정은 대장 생일을 맞아 인민반, 기업소, 공장마다 축하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청년동맹, 직맹 등 각 조직별로 축하행사를 했다고 한다. 무슨 기념일이나 휴일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이 김정은 대장이 1982년생, 개띠라고 하더라."

- 사무소나 집에 사진을 걸어놓았던가.
"그런 건 못 봤다."

<조선신보>가 공개한 북한의 신권 화폐.
 <조선신보>가 공개한 북한의 신권 화폐.
ⓒ 조선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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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후계자라는 건 다 안다"

- (김정은 찬양가로 알려진) '발걸음'이라는 노래 들어봤나.
"내가 그런 데는 신경을 안 써서 모르겠다. 그런데 후계자가 김정은이라는 건 다 안다. 이번 화폐개혁을 김정은이 컴퓨터로 계산해 봤는데, 플러스가 나와서, 그래서 화폐개혁을 했다는 말도 있더라."

- 남쪽 연속극은 여전히 인기 있나.
"그렇다. 많이 본다. CD롬으로 보고 지금은 USB도 많이 쓴다. 열 집에 한 집 정도는 컴퓨터가 있을 거다. CD롬에 USB 꽂아서도 본다. 중국산 CD롬 제품이 아주 싸기 때문에 많이 퍼졌다."

- 장사는 어떻게 하나.
"조선(북한)에서 텔레비전, 컴퓨터, 식량, 비닐봉지 이런 것들을 요구하면 사서 보내주고 돈을 받는다. 중국 돈이나 달러로 받는데, 밀가루 1kg에 인민폐 2원 72전(100불-인민폐 682원)로 계산한다."

- 북한 상대로 무역업을 하는 화교들은 얼마나 될까.
"글쎄, 단둥 쪽에만 500명은 넘을 것이다. 1000명까지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감으로 하는 얘기다. 여기서 대북사업하는 남쪽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다. 중국에서 조선을 상대로 한 교역은 화교들이 쥐고 있다. 대북사업을 크게 하는 화교들은 광석을 다루는데, 수십만 달러씩 수입하기도 한다."

- 중국 제품이 북한을 완전 장악한 건가.
"중국제가 아니면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쓸 것도 없다. 공산품은 중국제가 100%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거다. 1990년대 중반, 그러니까 '고난의 행군' 이전부터 중국제가 많이 들어왔다."


태그:#조선화교, #북한 , #화폐개혁, #단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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