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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전택 전 서울시교육감.
 공전택 전 서울시교육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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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구팽이란 말이 참 어울린다. MB정부가 한 때는 한 식구였던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을 죽이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건강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공 전 교육감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25일 오후 열리기로 한 가운데, 공 전 교육감측이 건강악화로 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을 것을 알려왔다고 한다. 이에 검찰은 25일 오전 조사관들을 병원으로 보내 담당 의사와 면담한 뒤, 상황을 봐서 공 전 교육감 강제구인에 나설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1년 전 공 교육감 감싸느라 안절부절 못하던 정부여당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공 전 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한 당사자가 뉴라이트 계열의 한 교육시민단체라는 점이다.

2008년 촛불 정국 직후에 치러졌던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후보를 당선시킨 두 축의 하나가 뉴라이트였기 때문이다. 교육계의 리틀 MB를 칭송하여 공 교육감 당선에 혼신을 다했던 뉴라이트가 공 교육감 죽이기에 나섰으니,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머지 한 축이었던 한나라당은 2008년 국정감사에서 공 교육감을 감싸느라 국감 일정까지 파행시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교육감, 답변하지 마세요!

2008년 10월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장.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두언 의원은 나를 비롯한 권영길, 이상민 등 야당의원들이 공 교육감에게 질문을 쏟아내자 '교육감, 답변하지 마세요'라며 끼어들었다. 당시 이 발언은 국감장을 싸늘하게 만들었고, 많은 의원들이 피감인을 감싸는 정두언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정회가 되기도 했다. 결국 정두언 의원의 사과로 사태가 수습되었다. 정두언 의원의 발언은 한때 공교육감과 여당의 관계가 한 몸이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2008년 7월 31일. 접전 끝에 공정택 교육감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승리한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이 만족감을 표했다는 이야기를 당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당시 5월부터 7월까지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집회'로 취임 첫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대통령의 '불통'에 대한 전 국민적인 '불신'의 골이 깊어져 취임 다섯 달 만에 20%대의 지지율을 보일 지경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공 교육감의 승리 소식이 들렸으니 노골적인 애정표현을 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궁지에 몰리던 한나라당 역시 교육감 선거는 정당 후보 추천이 아니었음에도 그 어떤 선거에서의 승리보다 환영하는 눈치였다. 실제로 공정택 교육감 승리를 계기로 정부·여당은 '길고 길었던' 촛불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지지율도 소폭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였고, 그 흐름은 올림픽 효과로 이어졌다.

MB교육 돌격대장 공정택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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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정택 교육감은 '당적'만 없었을 뿐 한나라당에 속한 전국의 어떤 지자체장보다도 이미 많은 공헌을 해왔다. 취임 전부터 뭇매를 맞았던 영어몰입교육과 유사한 '영어선도교육'을 꿋꿋하게 추진했으며, 전국 교육감협의회 의장으로서 교과부가 내건 2008년 4월 학교자율화 정책도 선두에서 이끌었다. 정책의 유사성뿐만이 아니다. 5월 초, 교복을 입은 채 청계천 광장에서 '미친소'와 '미친 교육'을 거부하는 학생들을 향해 "전교조가 배후에 있다"며 온몸을 던져 이명박 정권을 엄호하는 과감성도 선보였다.

그간의 사정이 이러하니 공정택의 승리는 자연스럽게 이명박 대통령의 부활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 제6정조위원장은 "공 교육감의 당선은 서울 시민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용인한 것"이라고 추켜세웠으며, 보수 언론도 앞 다퉈 공정택 교육감의 승리를 이명박식 교육정책의 승리로 포장하는 기사를 쏟아냈으며, 신문 사설 논조는 감격에 겨워 주체하지 못하는 듯했다.

'MB 교육 돌격대장'은 역시 거침이 없었다. 2008년 8월 말 취임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당선 뒤 대통령을 만나 함께 식사한 사실을 털어놓으며 대통령으로부터 받는 애정을 과시하더니 사실상 국제중 설립에 대한 대통령의 지지를 확인했다며, 서울시교육위원회의 반대를 뚫고 국제중 추진을 성사시켰다.

또 2008년 하반기 뜨거운 쟁점이 되었던 일제고사 실시 후 체험학습을 안내했다는 이유로 초·중학교 교사 7명의 목을 날려버리는 '오버'도 서슴지 않았다. 전성시대를 맞이한 공정택 교육감은 2008년 국정감사에서 국회의 출석 요구를 간단히 무시해버릴 정도로 정치권이 선사해준 권력에 도취해 있었다.

추락하는 돌격대장

하지만 권력의 오만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2008년 국정감사에 제기된 불법 선거자금 의혹의 덫에 걸리고 만 것이다. 전직 대통령 앞에서도 현란한 칼춤을 춘 검찰이지만 공 교육감 앞에서만큼은 달랐다. 공 교육감이 급식업자, 학원업자, 현직 교장·장학관, 사립학교 이사장, 공사업체 사장으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자, 검찰은 칼 대신 방패를 들고 진땀을 빼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그러나 국정감사와 언론보도 화살을 모두 피한 공정택 교육감은 재산신고 누락 혐의로 기소된 끝에 교육감직을 잃고 말았다. 잔여임기가 1년 이상일 경우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따라서 2009년 6월 이전에 공 교육감이 사퇴할 경우 다시 선거를 해야만 했다. MB정권으로서는 혹시 선거를 다시 하게 되면 제2의 김상곤이 서울교육감으로 당선되지는 않을까, 우려했을 만하다.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를 두려워했던 MB정권으로서는 재선거 필요 시한을 넘기자마자 더 이상 공 교육감 보호를 포기하고, 공 교육감을 죽이기로 작정한 것이다.

교육청을 떠난 시점이 공정택 전 교육감에겐 추락의 시작인 듯하다. 교육감 선거에서 자신을 떠받들던 뉴라이트 단체는 검찰에 자신을 고발하며 눈을 부라리고 있고, 장학사 매관매직과 창호시설 비리, 방과후학교 비리로 서울교육청은 교육비리의 진원지로 꼽히고 있다.

한때 교육감 옆에서 고개를 빳빳이 세우던 공무원들도 하나 둘씩 철창으로 향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의 반대를 불도저처럼 밀어내고 전국에서 가장 많이 간판을 내건 자율형사립고도 부정입학으로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그러다가 급기야 교육비리를 캐던 검찰의 칼끝이 자신의 눈앞에서 숨을 고르게 된 지경이다. 공정택, 그는 부정선거로 중도에 탈락한 수많은 교육감 중 하나로 그칠 듯했지만 역사상 가장 부패한 교육감이라는 '치욕'을 뒤집어쓸 위기에 처했다.

공 교육감을 위한 변명

정치권력으로부터 역사상 가장 진한 애정을 받았던 공정택 교육감은 지금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비리 척결'을 강조하며, 검찰에 오히려 힘을 실어줬다. 앞 다퉈 자신을 칭송하던 한나라당과 언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매섭기까지 한 지경이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어 연이어 터져 나오는 서울교육청의 비리와 자율형사립고 부정입학, 교과부의 교육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논의하자고 한나라당을 쫓아다녔다. 하지만 회의장에 나타나지도 않고 무거운 침묵으로 일관하는 여당은 끝내 이를 무산시켰다. 공룡 여당의 일방통행식 운영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이 회의장을 막아섰던 풍경에 비하면 이채롭기까지 하다. 반면 공정택 전 교육감의 흔적이 정부와 여당에 묻기라도 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었는가?          

하지만 아무리 '교육비리 엄단'을 외치며 서울교육청의 흉물스런 꼬리를 잘라내고, '부패 척결'로 부정·부패와 선을 그어도 많은 국민들은 똑똑히 알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누군가 공정택 교육감에게 권력의 달콤함을 맛보게 해줌과 동시에 권력의 오만을 심어주었으며, 누군가 공정택 교육감의 잘못을 덮어주다가 결국 그에게 부패의 날개를 달아주었다는 것을 말이다. 여기서 '누군가'가 누구인지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안민석 기자는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입니다.



태그:#공정택,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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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안민석입니다. 제 꿈은 국민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삶의 모델이 되는 정치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마이에 글쓰기도 정치를 개혁하고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 중에 하나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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