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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 말간 국물이다. 하지만 훌훌 말아 한 숟가락 먹어보면 독특한 맛이다. 국물 맛이 진하고 깊다. 기름기도 거의 없다.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고기도 부드럽다. 두툼한 모양새와 딴판이다. 맛도 쫄깃쫄깃하고 구수하다.

 

소의 뼈와 살코기 덩어리를 한꺼번에 가마솥에 넣고 몇 시간이고 푹 삶아낸 덕이다. 뼈와 고기에서 우러난 국물의 진액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명으로 얹은 달걀지단과 파도 입맛을 돋운다. 배추김치와 깍두기도 적당히 숙성됐다.

 

평범한 듯 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다. 옛날 장터에서 말아먹던 곰탕의 맛 그대로다. 한 그릇 먹었을 뿐인데 속이 든든하다. 진한 국물 맛이 오래도록 입안에 남는다. 한 끼의 행복이 이런 것인가 싶다.

 

전라도 나주에는 내로라하는 곰탕집이 많다. 모두 옛 장터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순위를 매기기 쉽지 않다. 이 가운데는 수십 년째 곰탕을 끓이거나 대를 이어 곰탕집을 꾸리고 있는 집도 있다.

 

나주곰탕집은 나주 매일시장 주변에 몰려있다. 신문과 방송에 단골로 소개된 식당도 많다. 전라남도에서 '남도음식명가'와 '별미집'으로 지정해 놓은 곳도 있다. 모두 나름대로 내공과 노하우를 지닌 집들이다. 맛에 대한 자부심도 넘쳐난다.

 

저마다 일정한 수준에 오른 곰탕의 맛을 낸다. 가격도 비슷하다. 탕이나 수육 다루는 순서도 엇비슷하고, 재료로 한우만을 고집하는 것도 같다. 조미료나 정제염을 쓰지 않고 천일염으로 간을 하는 것도 같다. 단골손님이 많은 것도 닮았다.

 

나주곰탕의 비법은 육수에 있다. 먼저 사골을 푹 고아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도록 한다. 여기에 양지, 사태, 목살과 머리고기를 넣고 다시 끓인다. 뽀얗던 국물이 투명할 정도로 맑아진다. 맛도 깊어진다.

 

뼈 국물의 진한 맛과 고기 국물의 구수함이 합해져 감칠맛 나는 육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주곰탕만의 독특한 맛의 비결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 맛은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았다. 단골도 갈수록 늘고 있다.

 

그 맛을 좇아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다. 나주를 지나는 길손이라면 으레 나주곰탕 한 그릇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나주곰탕 그 별난 맛을 찾아 오늘도 일부러 나주를 찾는 이들도 많다. 식사 후 옛날 나주목사의 살림집이었던 목사내아(금학헌)를 한 바퀴 돌아보는 여유는 덤이다.

 


태그:#나주곰탕, #남도별미, #목사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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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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