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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수), 모처럼 맑고 화창한 날씨에 바람만 간간이 불어왔다. 동경에 있는 오타(大田)시장은 농산물도매시장인데 한자로 '대전시장'이라고 써 있다. 우리나라 대전광역시에 있는 '대전시장'과는 아무 연관도 없었지만 '대전'이란 말에 반가움이 앞섰다.

 

 

새벽시장이 끝난 오전시간의 도매시장은 한산했다. '오타시장(대전시장)'은 일본 중앙도매시장의 하나로 우리나라의 서울 가락시장과 비슷했는데 야채와 과일을 취급하는 곳은 좀 작은 듯 싶었다.

 

 

 

 

시장 안에서는 운전석 뒤에 가스통 2개를 매단 지게차가 이리 저리 오가며 물건들을 옮기고 있었다. 둘러보는 내내 쓰레기는 눈에 띄지 않았다. 과일과 야채박스는 코팅 안 된 포장박스였다. 아마도 재생용지를 쓴 것 같았는데 물건이 들어있는 박스 안에는 상품(과일이나 야채)에 붙이는 스티커가 그대로 들어있었다.

 

유기농 배농사와 친환경 배농사, 그리고 사과농사를 짓는 박관민씨와 김미숙씨, 장인횡씨는 "스티커만 붙이지 않아도 일손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스티커를 붙이지만, 한국에서는 생산지에서부터 스티커를 일일이 붙여준다는 말이었다.

 

화려한 포장으로 물건값을 올리기 보다, 포장효과를 내면서도 재생용지를 활용한다면 소비자들에게 그만큼 저렴한 물건을 제공하지 않을까? 시장을 둘러보면서 일본의 실속을 확인한 것 같다. 

 

'로맨틱'한 마을, 먹을거리도 로맨틱하네

 

 

3월 4일(목), 흐리고 바람도 불어 춥게 느껴지는 날씨였다. 어둑해지는 초저녁시간에 일행은 '지산지소(地産地消)'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로맨틱부 농수산물판매장을 찾았다. '지산지소'는 지역에서 소비되는 농수산물을 지역 내에서 생산한 농수산물로 구매하자는 운동이다.

 

 

이곳은 노인과 소규모 농민 등 여러 주체가 다양한 품목을 소량생산해서 판매할 수 있는 유통체제를 갖추고 있다. 또 귀농자를 위한 사무실도 있어서 귀농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로맨틱'이라는 마을이름에 걸맞게 주변 풍경은 나지막한 건물로 조용하고 깨끗했다. '지산지소'는 우리나라의 신토불이(身土不二)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지역의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식생활 문화를 제공하며 올바른 식습관확립과 농업에 대한 인식을 확대한다.

 

 

매장에서는 배추나 대파, 과일 등 농산물을 비롯에 지역특산물, 전통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저녁시간이라 그날 팔고 남은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돼지고기를 가공한 햄이나 빵, 소금과 설탕에 건조시킨 토마토, 절임류 등 다양한 가공식품들도 많았다.

 

 

 

 

특히 농산물 생산자의 이름과 이력이 붙은 사진이 눈에 잘 띄는 매장 한 군데에 놓여있었다. 누가 어떤 물건을 생산했는지 소비자가 잘 알아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생산자이력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사라지게 한다.

 

 

단순한 지역농산물의 생산과 소비에서 벗어나 지역농산물을 연계한 다양한 지역경제의 활성화운동으로 확대될 수 있는 '지산지소'는 이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여행과 교육의 자원으도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느꼈다. 날마다 먹는 음식, 때로는 국적불명의 농산물을 모른채 먹고 있는 우리로서는 로맨틱 마을의 지산지소가 새삼 부럽게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 우리농뉴스(옥답)에도 실립니다. (3월 1~5일 동안 일본 우수농업관련 견학기)


태그:#동경, #농산물도매시장, #대전시장, #로맨틱부, #지산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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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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