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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인사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7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민주당 박지원, 박선숙 의원과 함께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인사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7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민주당 박지원, 박선숙 의원과 함께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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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앞서 한 전 총리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증인들을 지난 20일에 이어 21일 또 다시 불러들여 조사해, 재판권 침해 등 논란을 빚고 있다.

검찰로부터 출두를 요구받은 증인들은 지난 18일 6차 공판 당시 검찰의 공소사실과 다른 증언을 한 이들로 당시 총리공관 경호원 윤아무개씨와 총리공관 오찬 음식을 날랐던 케이터링 서비스팀 책임자 롯데호텔 지배인 박아무개씨다.

검찰은 지난 20일 저녁 6시 윤씨를 재소환해 자정까지 조사한 뒤, 21일 오전 10시 재출두를 요구했다. 박씨에 대해서도 재출두를 종용하고 있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단과 민주당은 "검찰이 유리한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증인들을 겁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변호인단은 현재 검찰이 재판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재판부에 정식 항의할 계획이다.

검찰, 한명숙 전 총리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증인들만 재출두 요구

윤씨와 박씨는 지난 6차 공판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을 모두 뒤집을 수 있는 당시 총리공관 정황을 증언했다. 이미 곽 전 사장의 '오락가락' 진술로 적잖은 타격을 입은 검찰을 더욱 당혹케 만든 '치명타'였다.

윤씨는 당시 공판에서 한 전 총리가 5만 달러가 든 돈 봉투를 챙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내놓았다. 윤씨는 "총리 공관에서 오찬 행사가 끝난 후 항상 총리가 오찬장에서 먼저 나왔다"며 "만 8년을 근무하는 동안 총리가 늦게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만약 손님들이 나왔는데 총리가 나오지 않으면 경호 수칙상 바로 오찬장 안으로 들어가게 돼 있다"면서 "문이 열리고 손님이 나오기 시작하면 대기하고 있던 경호팀장이 달려가 문을 잡아 주면서 총리의 위치 파악을 위해 안을 주시하는 게 원칙"이라고 증언했다.

윤씨의 증언에 따르면 "한 전 총리보다 앞서 나오며 총리 공관 의자에 5만 달러가 든 돈 봉투를 놓고 나왔다"던 곽 전 사장의 진술은 신빙성을 크게 잃게 된다.

한 전 총리가 의전에 맞게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보다 오찬장을 먼저 나왔다면 곽 전 사장이 놓고 나온 돈 봉투를 봤을 가능성이 낮고 설사 그들보다 늦게 나왔다 하더라도 경호원들이 한 전 총리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어 돈 봉투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을 수밖에 없다.

윤씨와 함께 출석한 박씨 역시 "차와 과일 등 후식이 들어가고 나면 행사가 언제 끝날지 몰라 경호팀장과 수행과장 등이 오찬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며 윤씨의 증언을 뒷받침했다.

그는 또 "오찬이 끝난 후 총리와 손님들이 모두 나가면 공관팀장이 확인 후 서비스 직원들을 불러 식기들을 정리한다"며 "만약 서류나 책 등 놓고 간 물건이 있으면 공관팀장에게 보고하고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검찰이 "의자 위에 돈 봉투를 본 기억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못 봤다"고 확실하게 답했다.

"검찰, 재판 중인데도 유리한 진술 받으려 노력하는 것"

이미 기소가 끝나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증인들을 다시 소환해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윤씨와 박씨는 검찰에 불리한 증언을 한 이들이기 때문에 거센 논란이 예상된 일이었다. 윤씨는 또 오는 22일 총리공관 현장 검증 때 변호인 측 증인으로 다시 출석할 예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급해진' 검찰은 "윤씨의 증언이 다른 경호원들의 진술과 엇갈려 확인할 것이 있다"며 재조사를 강행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과 민주당은 "한 전 총리에 유리한 증언을 한 증인을 압박하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전 총리의 변론을 맡고 있는 조광희 변호사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재판을 해야 하는데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일(22일) 현장검증이 예정돼 있으니 필요하다면 변호인 의견서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우선 지금 증인들을 다시 불러 조사하는 것은 공판중심주의에 반하고 법원의 재판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검찰이 재판 중임에도 증인들로부터 유리한 진술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겉으론 정당한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내용적으론 수사권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20일, 21일 연이어 논평을 내고 "검찰이 윤 경호관을 다시 불러 조사하려는 것은 결국 그를 겁박해 억지 진술을 받아내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지난 20일 논평을 통해 "검찰은 그동안 곽 전 사장을 '면담'이라는 형식으로 새벽까지 조사하고 강동석 전 장관과 '오찬 면담'이라는 형식을 빌어 나눈 자연스러운 대화 내용마저 조서로 꾸며 상부에 보고하는 등 물의를 빚어왔다"며 "검찰이 윤 경호관을 다시 불러 조사하려는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증인으로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증언이 안 나오자 증인을 소환 조사한 것"이라며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증언을 해야 하는 증인을 재소환하여 조사한다는 것은 엄연히 증인에 대한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그렇게 해서 설사 검찰이 원하는 증언을 유도했다고 해서 그것이 법정에서 신뢰성 있는 진술로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이라며 "검찰은 그저 아무나 잡아다 닦달해서 죄를 만들고 법정에 세운다면 이건 또 다른 범죄이자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라는 국민들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태그:#한명숙, #곽영욱,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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