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스의 사진을 내걸고 리버풀의 8강 진출 소식을 알린 유럽축구연맹 누리집(uefa.com)

토레스의 사진을 내걸고 리버풀의 8강 진출 소식을 알린 유럽축구연맹 누리집(uefa.com) ⓒ 유럽축구연맹

 

안필드 관중석에 낯익은 얼굴이 앉았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마라도나 감독이 대표팀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야 할 가운데 미드필더 마스체라노와 왼발잡이 측면 수비수 에밀리아노 인수아를 살피러 온 것처럼 보였다. 아울러 월드컵에서 만날지도 모르는 그리스의 가운데 수비수 키르기아코스는 종료 직전 잠깐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었다.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리버풀 FC(잉글랜드)는 우리 시각으로 19일 새벽 안필드에서 벌어진 2009-2010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16강 토너먼트 LOSC 릴(프랑스)과의 안방 경기에서 3-0으로 이겨 두 경기 합산 성적 3-1로 8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토레스의 발끝, 섬세함의 미학

 

1892년에 첫 발을 내딛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대표 구단 중 하나인 리버풀 FC의 트로피 룸에는 다른 구단들이 부러워할 만한 귀중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지금까지 그들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8회 우승, 잉글리시 FA컵 7회 우승, 잉글리시 리그 컵 7회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 UEFA컵(현 유로파리그) 3회 우승이라는 위업을 이룬 것이다.

 

이렇게 찬란한 역사를 지닌 구단이 이번 시즌에는 죽을 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까지 치른 정규리그 30경기 중에서 아홉 번을 패하며 토트넘 홋스퍼에게도 밀리고 맨시티와 애스턴 빌라에게도 바짝 쫓기고 있는 형편(현재 5위)이다. 이른바 '빅4'라는 수식어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당연히 구단의 깃발을 휘날리고 있어야 할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 마당에 리버풀이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팬으로서 서글픔까지 밀려온다. 그나마 현재까지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대회가 유로파리그인데 이것도 8강까지 올라온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아무리 방문 경기였다고는 하지만 지난 12일 릴 메트로폴에서 열린 16강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0-1로 패하고 돌아올 때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 사흘 전 위건과의 정규리그 방문 경기 0-1 패배 소식과 맞물려 팬들의 비난이 빗발쳤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서 팀을 구한 것은 두 개의 별이라 할 수 있는 '토레스'와 '제라드'였다. 안필드의 영원한 주장 스티븐 제라드는 경기 시작 8분만에 루카스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오른발로 성공시켰고, 89분에는 빠른 오른발 슛으로 토레스의 쐐기골에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특히, 골잡이 페르난도 토레스는 그 발기술의 섬세함을 자랑하며 팀의 진정한 영웅으로 떠올랐다. 제라드의 페널티킥으로 두 경기 합산 점수가 1-1인 상태에서 후반전을 맞이한 토레스는 시작 후 4분만에 기막힌 마무리 실력을 자랑하며 실질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바벨이 멀리서 넘겨준 공을 침착하게 받은 뒤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오는 상대 문지기 랑드로를 피해 오른발로 찔러넣는 동작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토레스는 이 골도 모자라 89분에 쐐기골을 터뜨렸다. 어찌 보면 승부가 이미 난 상태에서 터뜨린 골이라 싱겁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골을 만들어내는 그 발기술을 생각하면 수많은 골잡이들이 두고두고 배워야 할 장면이었다.

 

제라드가 찬 벌칙 구역 안 오른쪽 대각선 슛이 문지기 손에 맞고 나오자 그는 곧바로 골을 욕심내지 않고 침착하게 잡아놓은 뒤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통상적으로 문지기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각도로 손을 내뻗으며 각도를 줄이는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정말 골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그 구석 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의 오른발 안쪽 킥은 정확하게 그곳을 향했던 것이다. 손으로 굴리거나 던져도 쉽지 않을 일을 토레스는 발끝으로 해냈다. 골잡이에게 섬세한 기술이 왜 필요한가를 잘 가르쳐주는 장면이었다.

 

이들 덕분에 한 고비를 넘긴 리버풀 선수들은 오는 일요일 밤(한국 시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의 맞수 대결을 위해 올드 트래포드에 들어간다.

덧붙이는 글 | ※ 2009-2010 UEFA 유로파리그 16강 토너먼트 2차전 결과, 19일 안필드 

★ 리버풀 FC 3-0 LOSC 릴 [득점 : 스티븐 제라드(8분,PK), 토레스(49분,도움-바벨), 페르난도 토레스(89분)] 
- 두 경기 합산 3-1로 리버풀 8강 진출!

◎ 리버풀 선수들 
FW : 제라드, 토레스(90+2분↔은고그)
MF : 바벨(80분↔베나윤), 루카스, 마스체라노, 카윗 
DF : 인수아, 아게르(90+1분↔키르기아코스), 캐러거, 존슨 
GK : 레이나 

◎ 릴 선수들 
FW : 오브레니악, 프라우(58분↔투레), 하자드(86분↔반담) 
MF : 카바예, 마부바, 발몽(71분↔아우바메양) 
DF : 에메르손, 라미, 체주, 베리아 
GK : 랑드로

2010.03.19 12:02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9-2010 UEFA 유로파리그 16강 토너먼트 2차전 결과, 19일 안필드 

★ 리버풀 FC 3-0 LOSC 릴 [득점 : 스티븐 제라드(8분,PK), 토레스(49분,도움-바벨), 페르난도 토레스(89분)] 
- 두 경기 합산 3-1로 리버풀 8강 진출!

◎ 리버풀 선수들 
FW : 제라드, 토레스(90+2분↔은고그)
MF : 바벨(80분↔베나윤), 루카스, 마스체라노, 카윗 
DF : 인수아, 아게르(90+1분↔키르기아코스), 캐러거, 존슨 
GK : 레이나 

◎ 릴 선수들 
FW : 오브레니악, 프라우(58분↔투레), 하자드(86분↔반담) 
MF : 카바예, 마부바, 발몽(71분↔아우바메양) 
DF : 에메르손, 라미, 체주, 베리아 
GK : 랑드로
토레스 제라드 리버풀 축구 유로파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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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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