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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 소설무대 <푸른 달빛의 골짜기>를 연상케 하는 메리설산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 소설무대 <푸른 달빛의 골짜기>를 연상케 하는 메리설산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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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지형을 닮은 메리설산의 빙하
 한반도의 지형을 닮은 메리설산의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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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의 물소리에 잠을 깼다. 밖으로 나와 메리설산을 바라보니 어제보다 훨씬 설산과 빙하가 잘 보였다. 좌우대칭을 이루는 계곡이 인상적인 메리설산은 옥빛이 감도는 하얀 옷을 입고 백의의 천사처럼 서 있었다.

메리설산은 티베트 8대 신산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성소다. 주봉인 카와 카르포(6740m)는 티베트어로 '설산의 신'이란 뜻. 주봉을 중심으로 미아츠무봉 (6054m)등 13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현지인들은 이를 타이쯔 십삼봉(太子十三峰)이라고 부른다. 카와 카르포 정상은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 곳이다. 등산가들이 몇 번의 시도를 했지만 모두가 실패했고, 지금은 중국 정부에서 등산 허가를 해주지 않고 있다.

빙하로 올라가는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조랑말과 마방들
 빙하로 올라가는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조랑말과 마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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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으로 가는 길에 피어있는 붓꽃
 설산으로 가는 길에 피어있는 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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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융마을은 3000미터 고지에 있다. 빙하까지 가려면 2시간여를 더 올라가야 한다. 계곡을 따라 빙하로 가는 입구에 들어서니 조랑말과 마부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가는 길이 험하고 고지대인지라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말을 타고 올라갔다. 그러나 우리는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지금까지 트레킹도 여러 차례 하며 고도적응을 해온지라 2시간 정도 걷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길 초입에는 푸른 붓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길은 비교적 잘 닦여져 있는데 문제는 말똥과 말발굽에 휘날리는 먼지였다. 자칫 잘못하면 말똥을 밟기가 십상이었다. 말똥을 이리저리 피하며 꼬불꼬불한 길을 오르는데 숨이 찼다. 그래도 저 멀리서 손짓을 하며 우리를 유혹하는 설산을 바라보노라면 그 정도는 문제 삼을 것이 못되었다.

아름드리 원시림에 둘러싸인 메리설산
 아름드리 원시림에 둘러싸인 메리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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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림 속에 티베트인들의 염원을 담은 깃발이 꽂혀있다.
 원시림 속에 티베트인들의 염원을 담은 깃발이 꽂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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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로 가는 길 양옆에는 무성한 원시림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하게 들어 서 있었다. 수종을 보니 측백나무 종류다. 이 원시림에는 흑곰을 비롯하여 금전표범, 판다 등 113종이나 되는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해발 3000m가 넘으면 빨리 걸을 수가 없다. 아무리 등산 베테랑이라고 하더라도 천천히 걸어야 한다. 약 2시간의 등정 끝에 우리는 태자묘 사원에 도착하였다. 타르쵸 깃발 사이로 빙하가 바로 지척에서 보였다. 울긋불긋한 타르쵸 사이로 보이는 빙하는 더욱 신비감을 자아내게 한다. 과연 신산답게 때 묻지 않는 태고의 모습 그대로다.

타르쵸 사이로 신비하게 보이는 카와 카르포 주봉(해발 6740m)
 타르쵸 사이로 신비하게 보이는 카와 카르포 주봉(해발 6740m)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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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밑 태자묘 사원에 걸린 카타
 빙하 밑 태자묘 사원에 걸린 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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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황홀한 모습이군요!"
"음... 묘하게도 한반도의 지형을 닮았군."

태자봉을 중심으로 계곡에 흘러내린 빙하 모양은 이상하게도 꼭 한반도의 지형을 닮았다. 한반도의 지형을 닮은 빙하를 바라보자니 이상야릇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남미 파타고니아의 모레노 빙하와 그레이 빙하, 그리고 노르웨이 북극지방에서 이미 빙하를 탐사한 경험이 있었지만 한반도를 닮은 빙하는 생전 처음이다.

한반도 지형을 닮은 빙하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분단된 우리나라가 하루 속히 통일이 되었으면 하는 염원도 저절로 나왔다. 빙하는 점점 전보다 작아진다고 한다. 이상기온 현상으로 전보다 빙하가 빨리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곳은 눈이 엄청나게 내리는 곳이다. 매년 내린 눈이 쌓이게 되면 아랫부분의 눈은 압력을 받아 얼음으로 변하여 빙하로 변한다. 압력을 받아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변한 빙하는 중력에 의해 낮은 곳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이 얼음덩어리가 길게 늘어 서 있는 것이 빙하다.

이상기온으로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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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설산에서 흘러내리는 빙하는 나라를 잃은 티베트인들의 눈물처럼 보인다.
 메리설산에서 흘러내리는 빙하는 나라를 잃은 티베트인들의 눈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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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묘 사원에서부터는 나무계단으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전망대에 오르면 사람들은 모두 빙하의 장관에 탄성을 지른다. 산 정상에서 옥빛으로 빛나는 빙하는 점점 검은 색으로 변해간다. 그것은 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 무너져 내리며 흙덩이가 버무려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녹아내리는 빙하의 모습이 마치 나라를 빼앗긴 티베트인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가끔 가다가 빙하는 쿵쿵~ 천둥치는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빙하가 무너져 내린 자리에는 하얀 눈가루가 마치 눈사태처럼 일어나거나 커다란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진 틈)가 형성되기도 했다. 자연은 이렇게 생사소멸 하는 것이다.

빙하를 향하여 오체투지로 기도를 하는 티베트 순례자
 빙하를 향하여 오체투지로 기도를 하는 티베트 순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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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동안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아 기도를 올리고 있다.
 수천 년 동안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아 기도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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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을 붙이고, 향을 사르며 기도를 하는 티베트인
 동전을 붙이고, 향을 사르며 기도를 하는 티베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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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설산에도 봄은 오는가? 티베트 독립을 기원하며...

티베트의 순례자들은 태자묘 사원 앞에서 빙하를 향하여 오체투지로 절을 하며 기도를 올렸다. 흰 천으로 된 카타를 나무 단위에 걸치기도 하고, 동전이나 돈을 바위에 올려놓고 기도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나라를 잃은 그들은 무엇을 기원하는 것일까? 메리설산은 순례자들의 기도소리를 들으며 신음을 하듯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빙하가 갈라지는 소리는 티베트인들의 신음소리요, 녹아내리는 빙하는 설산의 눈물이다.

마지막 전망대에서는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아내와 함께 각자 빙하를 향하여 합장을 하며 기도를 올렸다. 나는 우선 우리가 '영혼의 도시' 라싸까지 무사히 도착하게 해 달라고 염원을 했다. 그리고 티베트의 독립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기를 기원했다.

티베트의 독립을 염원하며...
 티베트의 독립을 염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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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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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는 노란 야생화들이 생명력을 유지하며 피어 있다. 총칼에 억눌린 나라에도 꽃은 자유롭게 피는 것이다. 그 누가 저 고귀한 꽃들의 자유를 짓밟을 수 있단 말인가? 저 노란 꽃들이 생명을 유지하는 한 티베트인들의 염원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 모진 추위와 바람을 견디어 내며 암벽에서 피어내는 야생화들처럼 티베트인들의 정신은 강인하다.

메리설산의 암벽에 피어나는 야생화
 메리설산의 암벽에 피어나는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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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 내리는 빙하 밑에 축원을 올리는 수많은 카타가 애처로워 보인다.
 녹아 내리는 빙하 밑에 축원을 올리는 수많은 카타가 애처로워 보인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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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인들의 눈물과 염원이 담긴 수많은 타르쵸
 티베트인들의 눈물과 염원이 담긴 수많은 타르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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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향의 세계 '샹그릴라'는 어디에 있는가? 샹그릴라를 찾아 쿤밍에서부터 다리-리장-중뎬-더친을 거쳐 숨가쁘게 달려온 여정 끝에는 메리설산이 눈물을 흘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이상기온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으며 흘리는 눈물이기도, 나라를 빼앗긴 티베트인들의 눈물이기도 했다. 메리설산을 향하여 '티베트의 독립'을 다시 한 번 기원하며 설산을 내려왔다.


태그:#메리설산, #카와 카르포, #잃어버린 지평선, #샹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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