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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순환로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산 타워. 하늘도 구름도 모두 장관이다.
 남산 순환로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산 타워. 하늘도 구름도 모두 장관이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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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다. 자전거를 타고 남산에 오른 게. 첫 번째도 그랬지만, 두 번째 역시 남산을 너무 우습게 봤다. 첫 번째로 남산에 오른 때가 지지난해 여름이었다. 직장 동료와 함께 남산에 오르기로 하고 장충단공원을 찾아가는 길. 그만 길을 잘못 들어 동국대학교를 넘어갔다. 동국대를 가보지 않으신 분들은 잘 모를 거다. 그 학교가 얼마나 높은 곳에 건물을 지어 올렸는지. 자전거를 타고, 들고, 짊어지고 하면서 겨우 학교를 넘어갔다.

그렇게 해서 약속 장소인 장충단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기운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몸이 유난히 무거웠다. 그래도 남산쯤 가뿐히 오를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이후로 남산 꼭대기까지 정말 죽을 똥을 싸며 올라갔다. 자전거에 올라탄 시간보다, 자전거에서 내려서 쉬어 간 시간이 더 길었다.

그날 있었던 일은 내가 아직 자전거를 잘 모르던, 그리고 체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던 때의 단순한 실수로 남겨두었다. 언제고 다시 또 오르면 되지, 살짝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두 번째, 남산에서 있었던 지난 일들은 모두 옛날 일이 되고 만 지금. 사실 남산은 내게 더 이상, 오르지 못할 높은 산이 아니었다.

장충단공원 옆 보행자 및 자전거 겸용 길. 여기서 오르막이 시작된다.
 장충단공원 옆 보행자 및 자전거 겸용 길. 여기서 오르막이 시작된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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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도 올랐는데, 남산을 못 오르랴

그 사이 남산 '할애비'격인 '북악산'을 10여 차례는 더 오르내렸다. 마침내 그 길 중간에 한 번도 쉬어가는 일 없이 끝까지 페달을 밟을 수 있는 수준의 '경지'에까지 올랐다. 그만큼 오르막길에 자신이 붙어 있었다. 북악산에 비하면 남산은 그저 저 아래 꼬꼬마에 불과했다.

북악산(342m)은 남산(262m)에 비해 겨우 80m 정도 더 높을 뿐이다. 그렇지만 비탈진 도로 길이는 3,4km나 더 길다. 경사도 더 가파른 편이다. 그러니까 남산은 더 이상 내가 도전할 대상이 아니었던 거다. 그런데 그 꼬꼬마 남산이 또다시 나를 울렸다. 지난해 북악산을 오르내리면서, 허파에 잔뜩 바람이 들거나 간이 심하게 부어 있었던 게 틀림없다. 남산을 식사 전 에피타이저쯤 여기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해오름극장 옆 남산 순환로. 좀더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오고, 오른쪽이 북측 순환로고 왼쪽이 남측 순환로다. 자전거는 남측 순환로를 이용한다.
 해오름극장 옆 남산 순환로. 좀더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오고, 오른쪽이 북측 순환로고 왼쪽이 남측 순환로다. 자전거는 남측 순환로를 이용한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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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시는 날마다 '공사 중'이다. 시내 여기저기 새로 '디자인'하지 않는 곳이 드물다. 장충단공원 역시 별로 '디자인'스럽지 않아 보였던지, 지금 한창 공사 중이다. 입구가 어딘지 모르게 공사용 판막이를 둘러쳤다. 그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그 판막이 바깥 한쪽에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쪼그려 앉아 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 물어봤다. 모 단체에서 나와 떡을 나눠주는데 그걸 받으려고 그렇게 앉아 기다리고 계신단다.

지팡이를 손에 든 채, "일주일에 한 번씩 이렇게 나와서 기다린다"면서 환하게 웃던 어르신. 가슴이 아팠다. 돌아서서 남산으로 향하는 발길이 무거웠다. 장충단공원을 고쳐서 얼마나 더 훌륭한 공원으로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 전에 이 추운 날, 나이 드신 분들이 길에 나와 쪼그려 앉아 있어야 하는 이 안타까운 현실부터 고쳐야 하는 게 아닌가.

나무 터널 아래 순환로를 올라오는 남산 순환 버스.
 나무 터널 아래 순환로를 올라오는 남산 순환 버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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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름극장 앞, 2년 전 악몽이 되살아나다

장충단공원부터 오르막길(장충단길)이다. 인도가 자전거 겸용이다. 오르막길이라 속도를 내기도 어렵지만, 간간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이라 무리를 하지 않는다. 중간에 쉬어가는 일 없이 끝까지 오르려면 체력 안배를 잘 해야 한다. 국립극장인 '해오름극장' 앞길까지는 그런대로 가뿐하다.

하지만 내 알량한 체력은 딱 거기까지다. 해오름극장 앞을 우회전해서 돌아 올라가는 길이 급경사다. 갑자기 만난 급경사를 있는 힘을 다해 올라갔더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여기가 내 한계인가? 남산엔 겨우 턱 밑에 와 있을 뿐인데. 할 수 없이 해오름극장 앞에서 멈춰 선다. 2년 전에도 똑같은 일을 당했다. 2년 전에 있었던 일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중간 중간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서울 시내가 멀리 내려다보인다.
 중간 중간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서울 시내가 멀리 내려다보인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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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건 빨리 포기하는 게 좋다. 끝까지 어떻게 해보겠다고 미련을 떨어봐야 몸만 고되다. 해오름극장 앞에서 아주 편하게 쉬어 간다. 해오름극장 왼쪽 옆으로 도로가 나 있다. 남산 타워까지 오르는 길이다. 이 아스팔트길은 폭의 2/3가 도로고, 나머지 1/3은 보행자용 산책로다. 도로는 일방통행길이다. 따라서 역주행 불가다.

그 길 입구에 '이륜차 통행금지', '역주행 금지' 표시를 한 입간판이 서 있다. 입간판에 자전거 그림이 있는 걸 보니, 이륜차에 자전거도 포함이 되어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 표지판이 약간의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현재 남산공원에서는 해오름극장에서 남산 팔각정까지 올라가는 남측 순환로의 자전거 진입을 차단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역주행'을 막고 있을 뿐이다. 자전거 통행금지는 북측 순환로를 이용할 때 해당된다.

순환로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희끗희끗 눈에 덮인 서울 시내.
 순환로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희끗희끗 눈에 덮인 서울 시내.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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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 남산에서 자전거 통행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5년 전의 일이다. 남산에 올랐던 자전거들이 비탈길을 내려오면서 사고를 일으켰다. '과속'에 더러는 '역주행'까지. 그러다 산책로를 지나다니는 보행자를 위협하는 일까지 생기면서 급기야 자전거 통행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이로 인해 남산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들과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심심찮았다. 이후 역주행을 단속하고 북측 순환로를 차단하는 조치가 있었다.

나무 터널 아래, 틈틈이 쉬어가기 좋은 길

숨을 고른 후, 남측 순환로로 들어선다. 그 도로로 남산을 순환하는 노란 버스들이 수시로 올라온다. 2번, 3번, 5번. 차량 통행이 잦은 편은 아니지만, 버스가 지나갈 때는 주의를 하는 게 좋다. 자전거와 버스가 사이좋게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도로에 여유가 있는 게 아니다. 부득이 산책로를 이용해서 올라가야 할 때는 절대 사람들의 보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남산 성곽. 그 사이로 지나가는 순환로.
 남산 성곽. 그 사이로 지나가는 순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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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맑고 하늘은 푸르러, 하얗게 눈 덮인 풍경이 더욱더 눈부시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들이 흔들리고, 그 위에 얹힌 눈들이 검은 길 위로 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길가에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목이 꺾인 나무도 있다. 사철 푸른 소나무다. 가지마다 잎이 무성한 소나무들이 잦은 폭설로 예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고통을 겪고 있다.

중간 중간 산책로 옆에 산 아래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쉬어갈 만하다. 산 아래 풍경도 그렇지만, 이날은 전망대에 서서 올려다보는 남산 타워가 그 무엇에 비할 바 없이 아름답다. 풍경에 취해 틈틈이 쉬어 가는 길이라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비탈길이 별로 힘들지 않다. 하지만 이 길엔 아직 '깔딱고개'가 남아 있다.

깔딱고개 위에 서서 내려다본 장면. 경사가 급해 아래가 보이지 않는다.
 깔딱고개 위에 서서 내려다본 장면. 경사가 급해 아래가 보이지 않는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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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을 오르는 자전거여행 길의 절정은 이 '깔딱고개'에 있다. 이 길이 얼마나 많은 자전거인들을 절망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깔딱고개 입구에도 통행금지 표지판이 서 있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말썽'이 있었는지 짐작케 해준다. 고개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기어를 최대한 낮춘다. 그리고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어떻게 해서든 고개 위까지 올라가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그렇지만 깔딱고개가 달리 깔딱고개인가? 숨이 깔딱 넘어갈 것 같다. 겨우 고개 절반을 올라왔을 뿐인데, 비틀비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결국 갈지자 행보로 몇 바퀴 더 굴러간 뒤 중간에 멈춰 선다. 휴, 고개가 저절로 떨어진다. 남산에서 맞이하는 내 생애 두 번째 굴욕이다. 이렇게 되면 완패다. 남산보다 더 높고 더 긴 북악산을 올랐다고 자랑할 게 아니다. 남산은 내가 자전거를 타고 오르기에는 너무 '높은' 산이다.

비록 깔딱고개에서 주저앉고 말았지만, 오래간만에 땀을 흠뻑 흘린 하루였다. 이번 겨울엔 너무 날이 추워, 아무리 열심히 자전거를 타도 땀이 흐르지 않았다.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날 한 번 제대로 잡은 셈이다.

1번(출발지)이 장충단공원, 2번(도착지)이 남산타워. 붉은 점선이 내가 자전거로 이동한 길.
▲ 남산공원 안내도 1번(출발지)이 장충단공원, 2번(도착지)이 남산타워. 붉은 점선이 내가 자전거로 이동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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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정 옆 전망대 난간을 가득 채운 자물쇠들. 그 약속 굳건하기를.
 팔각정 옆 전망대 난간을 가득 채운 자물쇠들. 그 약속 굳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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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봉수대. 관광객들을 상대로 봉화의식을 설명하고 있다.
 남산 봉수대. 관광객들을 상대로 봉화의식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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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팔각정 앞 광장 위에 걸려 있는 설치 미술.
 남산 팔각정 앞 광장 위에 걸려 있는 설치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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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갔다 왔나

장충단공원에서 시작해 해오름극장 옆 남측 순환로를 따라 남산타워까지 올라갔다. 깔딱고개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자전거 타기에 무난한 경사라고 할 수 있다. 이 길에서 내가 고전을 면치 못한 건 전적으로 내 체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남측 순환로는 '해오름극장에서 남산타워를 거쳐 남산도서관까지 가는 약 3.1km'의 도로다. 일반 차량은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노선버스와 관계차량만 드나든다. 참고로 북측 순환도로는 '국립극장에서 석호정을 거쳐 소파길까지 가는 3.4km 구간'을 말한다. 산책과 조깅을 위한 길로서 자전거 통행 등 모든 차량의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북측 순환도로는 지금 실개천을 만드는 공사 중이라 공사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남산타워에서 내려올 때는 남산도서관 쪽 도로를 이용한다.

남산에서 한남대교까지 인도 겸용 자전거도로가 놓여 있다. 이 길도 한 번 이용해볼 만하다. 남산에서 한남대교 가는 길은 간단하다. 도로표지판을 보고 가면 된다. 해오름극장 앞길에서 우회전해 인도(자전거 겸용)를 타고 이태원쪽으로 내려가다 남산맨션아파트 앞에서 도로를 건넌다. 도로를 건너면 인도 위에 한남대교까지 가는 자전거도로가 그려져 있다. 이 길에서 주의할 것은 한남대교에 들어서기 직전, 한남오거리에서 우회전하는 것이다.

우회전해서 한강 쪽으로 가다 보면 한남역 삼거리가 나오고, 그 길에서 반포대교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고가차도 아래 다시 삼거리에 나타나는데, 그 근처에 한강 자전거도로로 들어가는 '보광 나들목'이 있다. 현재 한남대교 북단에는 자전거도로로 내려가는 길이 없다. 최근에 한남대교 북단 근처(한남역 삼거리)에 나들목을 신설하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6월 개통 예정이다. 그러고 보니, 이 짧은 여행에 공사 현장만 3군데를 지나쳤다.

1) 남산에서 내려가는 길. 2) 남산맨션아파트 앞 횡단보도. 3) 횡단보도 건너 자전거 길. 중간에 계단이 있어 속도를 내면 위험하다. 4) 보광나들목 입구.
▲ 남산에서 한남대교 가는 길 1) 남산에서 내려가는 길. 2) 남산맨션아파트 앞 횡단보도. 3) 횡단보도 건너 자전거 길. 중간에 계단이 있어 속도를 내면 위험하다. 4) 보광나들목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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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나들목을 빠져나오면 이런 자전거도로가 나온다.
 보광나들목을 빠져나오면 이런 자전거도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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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날 여행은 지난 3월 11일(목)에 다녀왔습니다.



태그:#자전거여행, #남산, #장충단공원, #한남대교, #보광나들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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